“계열사를 매각한다.” “합병설은 사실이 아니다.” “대표이사가 주식을 장내매수했다.”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는 경영공시는 기업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반대로 기업의 과거 공시를 보면 해당 기업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때그공시’ 코너에서는 과거의 공시를 통해 현재 한국 기업의 히스토리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오늘, 2006년 8월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시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1999년 발생한 ‘대우 사태’로 그룹이 해체되면서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의 관리하에 있는 상태였다. 재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조만간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올 거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함께 3대 조선업체로 기술력 및 마케팅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많은 대기업들이 인수를 노린다는 말이 나왔다.
포스코도 자주 언급되는 인수 후보 중 한 곳이었다. 포스코 입장에서도 이미 조선업용 철강자재를 생산해 다른 업체들에 공급해왔기 때문에,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철강자재 공급에서 조선업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져 인수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포스코는 공시를 통해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2년 후, 포스코는 결국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다. 2008년 10월 실시된 대우조선해양 본입찰에 GS그룹과 컨소시엄 구성해 참가한 것. 그러나 GS와의 컨소시엄이 결렬되면서 입찰자격을 잃어 인수에 실패한다.
포스코 대신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고 대우조선 노조의 실사 저지 등을 겪으며 2009년 1월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이후에도 대우조선해양 매각설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때마다 삼성, SK, 한화 등 대기업의 이름이 거론됐다. 포스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7월에도 포스코가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우조선해양과 포스코는 최근 재계와 사정당국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수조 원대의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조 원대 긴급자금 수혈을 결정했다. 거액의 혈세 투입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 자율협약 상태에 들어갔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수조 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이 상황까지 오는 과정에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이명박 정권 당시 비리 의혹으로 전방위적 검찰 수사를 받으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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