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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난, 임대업 위축…부동산 거품붕괴 신호탄?

2016.08.04(Thu) 08:52:32

“한국 경제는 부동산이 살아야 성장한다.” 지난 2015년 초, 한 경제 언론사의 사주가 신년사에서 기자를 포함한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야 민간 소비가 회복되고, 재건축 수요가 발생한다. 이는 곧 유발 효과가 큰 건설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분양을 비롯해 부동산 매매에 불이 붙으면 취·등록세 등 세수도 늘어난다는 논리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 경제성장 공식을 앞으로 1년간의 편집 방향으로 정해준 셈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제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1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2년 반 동안 큰 폭의 상승세를 그렸다. 부동산을 부양하려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한국은행의 저금리 카드, 일부 언론의 군불 때기가 화학 작용을 냈다. 국토교통부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땅값지수는 2.4% 증가, 2007년(3.9%) 이후 8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전국 아파트 가격지수도 지난해 12월 100포인트로 전년 동월(95.2포인트) 대비 4.8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 관련 ‘이상’ 통계가 속속 나오고 있다. 변곡점이라고 평가할 만한 지표다. 한국은행은 1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했는데, 부동산·임대업이 전기 대비 0.2%(계절조정계열 기준) 감소했다. 부동산·임대업은 2011년 4분기 -0.6%를 기록한 이후 4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 없다. 2014년 1분기에는 기저효과 덕에 1.9%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공급이 많았던 탓에 시장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며 “하반기 부동산·임대시장도 호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에 역전세난이 이는 가운데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급급급전세’ 공고가 붙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최근 역전세난 우려도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변수로 떠올랐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전세 물량이 없어 1년에 수억 원씩 오르던 서울 서초·송파·강동구 등지에서 4∼5개월 새 전세가가 수천만 원씩 하락한 것. 잠실 엘스 등 일부 단지는 1억 5000만 원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이 지역의 재건축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가의 고점 인식과 더불어 위례·하남미사 등 인근 지역의 신규 입주 물량이 늘어 전세 수요가 줄어든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전세가가 하락하면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져, 부동산 시장의 급랭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올랐던 전세 보증금을 이용해 새로 분양하는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저금리라 금융 대출의 부담이 적었기 때문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올라 대출금리도 함께 인상되면 이자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또 전세가율이 높아 매매가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이용,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도 피해가 예상된다. 전세가가 고공행진을 벌인 덕에 갭투자는 지난 2∼3년간 부동산 투자의 정석으로 자리 잡았고,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개포 주공아파트 재건축단지 3.3제곱미터당 분양가가 4000만 원을 넘어선 것은 정상적인 시장 기능이 작동했다고 보기 어렵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일부 건설사들도 몇몇 인터리어를 옵션으로 바꾸는 식으로 분양가를 조절한 점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가율이 70% 이상일 때 주택을 매입했다면, 전세가 하락으로 보증금을 돌려줄 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여기에 대출금리까지 오르면 금융권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사당·마포·왕십리·흑석동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주춤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지역의 78∼104제곱미터 면적의 아파트 값은 3∼4년 전 4억∼5억 원 하던 것이 어느새 7억 원대로 훌쩍 뛰었다. 그러나 올 들어 매매가가 정체되고 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사당동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를 찾는 돈이 교통 등 입지가 좋은 곳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값이 많이 올랐다”면서도 “올 들어선 재건축 기대감이 소진된 탓인지 가격 상승이 거의 없고, 가격이 하락한 단지·동도 적잖다”고 전했다.

과거 부동산 시장 상승이 강남-서초-송파-분당 등 강남을 중심으로 한 경기 남부라인으로 이어졌다면, 최근엔 ‘부동산은 서울’이란 심리가 퍼지며 이들 지역이 급부상했다. 강남은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일종의 틈새·대안 투자처로 떠올랐다. 그러나 고점 인식과 지나친 가격 상승 부담이 결국 시장의 심리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이런 신호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꼭짓점을 찍었다고 가리키는 듯하다. 시장가격이 끝에 올랐다는 것은 가격이 언제든 어깨까지는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올 연말 가계부채가 13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는 등 가계부채의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 심리를 옥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출 증가를 우려한 당국이 연내 여신심사 선진화 및 강화 가이드라인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실제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시스템 리스크를 억제하고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질적 구조 개선 및 양적 조정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남들이 팔 때 살고, 남들이 살 때 팔아야 하는 역발상 투자를 떠올려야 할 시기”라고 짚기도 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의 기류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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