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파동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가급적이면 자신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려는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직접 만들기가 힘든 사람들은 기성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려는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창업시장에는 엄마표 상품, 이른바 ‘Mom(맘)’이 들어간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강변역 인근에 위치한 음식점 <고스란>. 이곳은 메뉴판도 없고 특별한 음식이 나오는 곳도 아니지만 점심시간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 강변역 집밥전문점 ‘고스란’의 상차림. |
처음 방문한 손님이라면 ‘이곳의 정체가 과연 뭘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막상 상차림이 갖춰지면 의문의 표정은 환한 미소로 바뀐다. 다름 아닌 어머니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집에서 먹는 엄마표 밥상이 차려지기 때문이다.
강변역 집밥전문점 ‘고스란’. |
집밥은 8000원에 밥, 국, 8가지 반찬, 메인 메뉴 하나가 한상차림으로 구성은 단출하다. 밥을 제외한 모든 메뉴는 매일 그 종류가 바뀌는데 메인 메뉴는 소불고기,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 주로 고기로 만든 음식이, 반찬은 김치와 제철 나물, 마른반찬 등 대체로 자극적이지 않은 것들로 구성된다. 입지는 썩 좋지 않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집밥을 맛보려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다.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직장인 최영철 씨(40)는 “이곳은 메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서 오히려 편하다. 매일 와도 매일 다른 국과 반찬이 나오기 때문에 질리지도 않고, 진짜 집밥 같은 맛이다. 좀 더 정직하게 말하면 집밥보다 종류도 많고 맛도 더 나은 것 같다. 아내가 알면 안 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천연비누 쇼핑몰 <천연사랑(naemall.co.kr)>을 운영하고 있는 오경희 사장(41)은 “옥시 파동 이후 비누와 방향제, 화장품 등 천연재료를 이용해 직접 만들어 쓰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특히 주부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데, 자신은 물론 아이와 가족을 위해 차라리 내가 직접 ‘엄마표 비누’ ‘엄마표 화장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을 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스닥 상장을 앞둔 프랜차이즈 수제버거 전문점 <맘스터치(Mom’s Touch)> 역시 ‘엄마표 수제버거’라는 이미지로 별다른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소비층은 물론 가맹점 수 증가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맘스터치는 햄버거와 치킨을 주 메뉴로 하는데 2~3분 안에 제품이 나오는 다른 패스트푸드와는 달리 주문 후 음식을 만드는 애프터오더(after-order) 방식이 특징이다. 손님들은 주문 후 10여 분을 기다려야 완성된 햄버거를 손에 들 수 있다.
소비자들은 정성이 들어간 제조 과정뿐 아니라 맛에도 높은 점수를 매긴다. 경기도 하남에 거주하는 양진호 씨(37)는 “이곳 햄버거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패티가 살아 있는 느낌이다. 워낙 속재료가 풍부하다보니 햄버거와 치킨을 동시에 먹는 것 같아 포만감이 최고”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주)의 매출은 2014년 794억 원에서 2015년 1486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가맹점 수는 2014년 559개에서 2015년 825개로 늘어났다.
엄마 디자이너가 만든 가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현대리바트 유아동가구 ‘꼼므’. 출처=현대리바트 |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실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디자이너가 만든 유아동가구 브랜드 ‘꼼므’를 출시했는데 유아부터 초·중·고등학생까지 사용할 수 있는 All-Round(만능,다재다능) 가구로 실생활에서 아쉬웠던 점을 반영,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성품에 대한 불안감 외에도 집밥 열풍, 개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의 영향 등으로 이러한 맘(Mom)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