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Art Market-Artist 2
‘새로운 사실회화’ 최자현
일정하게 정해진 평면에 그린 것을 ‘회화’라고 한다. 미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런 형식은 동양에서는 대략 2000년 전부터, 그리고 서양에서는 10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무수히 많은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져왔다. 빤한 형식이고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화가들이 이런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을 주는 회화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 그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흔한 양식이며 평면이라는 한계를 지닌 탓에 그만큼 어려운 과제다.
최자현의 작업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느낌을 보여준다. 분명히 평면에다 그린 그림이지만 단순한 평면은 아니다. 극사실적 기법의 그림인데 사진보다 더 생생한 입체감을 준다. 이런 느낌을 주기 위해 그가 택한 방식은 부조 효과다. 그림의 배경이 되는 단색 평면을 기준점 삼아 반(半)입체의 양각과 음각을 회화 방식으로 도입한 것이다. 조각의 기법 중 하나인 부조와 회화를 혼합하여 새로운 회화로 만들어낸 것이다.
도자기나 과일 혹은 음료수 캔이나 병을 그리는데, 이것들은 모두 양각이나 음각 속에서 묘사되고 있다. 부조 효과를 덧입은 사물은 그래서 실물의 입체감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가 이쯤에서 만족한다면 사실성을 증폭시킨 극사실회화 수준에 머물 것이다. 부조 방식을 빌려와 서양 사실회화가 꾸준히 추구해온 착시에 의한 환영의 효과를 높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자현의 부조 극사실회화는 사실성 추구가 최종 도착지는 아니다.
그러면 그가 이런 사실 효과를 통해 정말로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사물의 진짜 모습을 평평한 회화로 구현해보고 싶은 것이다. 더 깊게 따져보자면 사물의 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다. 아무리 잘 그린 사실회화라 해도 그림에 나타난 사물은 작가가 바라보는 부분의 모습일 뿐이다.
이를테면 사과를 그렸다고 치자. 그려진 사과는 한 면만 그림에 나타난다. 뒷면이나 옆면은 그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림에 그려진 사과는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사과를 제대로 보는 것이다. 최자현이 부조 방식을 차용한 평면 회화를 통해 구현한 것은 사물의 앞뒷면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기발한 방식인 것이다.
음각이나 양각으로 묘사된 도자기나 과일은 앞뒷면 혹은 위와 아래 부분이 동시에 한 화면에 등장한다. 뛰어난 묘사력 탓에 보는 이는 도자기나 과일을 생생한 입체로 느낀다.
최자현의 그림은 이런 면에서 기존의 극사실회화와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며 그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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