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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귀인 김정주’를 놔주지 않는 진짜 이유

기소 동시 수사 돌입, 재판에서 진술번복 가능성 차단

2016.08.02(Tue) 11:22:15

‘진경준 사건’을 수사 중인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로부터 9억 5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진 검사장을 지난 7월 29일 구속 기소했다. 동시에 대검찰청은 진 검사장의 해임을 청구했는데, 현직 검사장이 구속된 것도, 해임이 청구된 것도 68년 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진 검사장을 옹호하다가 ‘뭇매’를 맞았던 검찰은 진 검사장을 잘라내기로 마음먹으면서, 이 사건의 키를 쥔 김정주 대표도 처벌 리스트에 함께 올렸다. 검찰은 “고발이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원칙론을 내세우지만, ‘다른 목적’도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김정주 대표는 이번 수사 내내 검찰에게 ‘귀인’이었다. 우정을 넘어선 진경준 검사장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주식을 줬다는 게 김정주 대표가 검찰에서 밝힌 진술의 흐름. 특임검사팀에 따르면 2005년 6월, 진 검사장은 김 대표로부터 4억 2500만 원을 받아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산 뒤 이듬해 11월 넥슨재팬 주식 8537주로 바꿨다. 검찰은 당시 8억 5370만 원 상당인 넥슨재팬 주식 8537주가 뇌물이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출두하는 김정주 NXC 대표. 진경준 검사장과 관련해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진=임준선 기자

진 검사장은 이 주식을 2015년 126억 원에 팔아 주식 대박을 터뜨렸는데, 김 대표는 이 주식 증여에 대해 “진경준이 검사라서 줬다”며 대가성을 인정했다. 뇌물이라고 할 수 있는 대가성을 건넨 측에서 먼저 시인해줬으니 검찰 입장에서 수사가 쉽게 진행된 것은 당연한 결과.

심지어 진 검사장의 추가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진경준 검사장은 넥슨의 법인 차량인 제네시스를 공짜로 타다가 넘겨받고, 11차례에 걸쳐 가족 해외여행 경비 5000만여 원도 받았는데 이 맥락에 대해 두 엘리트 친구의 진술은 엇갈렸다. 진 검사장은 “김정주 대표가 먼저 제안해 친구라서 받은 것”이라고 진술했고, 김정주 대표는 “노골적으로 원해 어쩔 수 없이 제공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30년 우정을 포기한 김 대표의 진술 덕분에 검찰은 진 검사장 처벌이 수월해졌다. 검찰 수사에 밝은 한 인사는 “김 대표가 ‘친구라서 줬다’고 계속 진술했을 경우 법정에서 뇌물 여지를 놓고 다툴 여지가 있었는데 뇌물이 인정되기 위해 필수적인 대가성을 김 대표가 제공했다”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김 대표를 완전히 믿을 수 없다. 재판으로 넘어갔을 때 김정주 대표의 ‘변심’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 정작 재판에 넘어가서 “검찰 조사 때 강압적 태도에 어쩔 수 없이 진술했다. 친구라서 줬다”고 앞선 진술을 번복해버리면 기껏 쌓아올린 수사결과가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다. ‘검찰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 최악의 비리 사건이다. 검찰이 김 대표를 그냥 놓아줄 리 없다. 검찰은 진 검사장에게 해외여행 경비 5000만여 원을 뇌물로 준 혐의를 적용해 김정주 대표를 함께 불구속 기소해 1차 ‘보험’을 들었다.

그 정도로는 불안했던 모양이다. 추가 보험으로 넥슨 수사를 결정한 것. 이금로 특임검사팀이 본래의 목적을 다한 만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최성환)에서 김정주 대표의 넥슨 경영 비리를 들여다본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정주 대표가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등 2조 원 넘는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고발된 만큼, 수사에 대한 명분도 충분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게임업계가 제대로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겠지만, 이번 수사의 목적은 하나다. 김정주 대표가 법원에서 진경준 사건으로 진술할 때 딴소리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며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 상태인 만큼 재판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진 검사장 사건의 공소유지와 넥슨 수사를 함께 진행하면 김정주 대표가 진술번복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주 대표도 NXC 대표이사 직에서 사임하며, 이번 사건의 책임을 안고 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법조계 다른 관계자 역시 “이번 넥슨 수사는 검찰에게 ‘꿩 먹고 알 먹고’가 될 수 있다”며 “진경준 검사장이라는 검찰 내 최악의 비리 오명을 씻고, 넥슨에 대한 엄벌을 통해 진경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일부 전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진 검사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한진그룹의 경우 수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은 한진그룹에 대한 내사 종결 대가로 처남의 청소용역업체가 한진그룹으로부터 134억 원의 일감을 받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도 함께 적용됐는데,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진 검사장이 한진그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과정이 적법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진그룹으로 수사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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