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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늙어가는 사회, 젊어지는 목소리

2016.07.28(Thu) 14:47:42

요즘 ‘아재’라는 말을 많이 쓴다. 꼴불견으로 치부되던 아재개그가 유행하고 아재들이 브라운관을 장식하고 있다. 2015년의 문화코드로 ‘아재’를 꼽을 만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아저씨’라는 원형이 있다면 아재-꼰대-개저씨 순으로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 과거에 중년남성은 그저 ‘아저씨’였다. 하지만 이제 아저씨는 아재라는 호감형 호칭 혹은 꼰대, 개저씨라는 부정적 의미로 분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발화자의 중심이 과거 중년남성에서 SNS, 인터넷을 통해 젊은 세대로 이동한 결과다. 이제 중년남성들도 도마에 오르는 객체가 됐다. 인터넷 문화는 한국사회의 화자를 젊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여론 변화 양상은 과거 인터넷에 한정된 변화와는 방향이 다르다. 현재 국내 메이저 신문사 C사의 메인화면엔 20대를 타깃으로 한 ‘취업&창업’ 세션이 자리하고 있고, J사의 톱기사는 ‘피카추 잡으러 갑니다’라는 기사가 자리하고 있다. 근래엔 언론사 인턴 자격에 ‘드립력’을 꼽는 경우도 흔하다.

즉, 인터넷 여론은 이제 인터넷을 넘어 기성세대, 기득권구조의 상징과도 같은 메이저 일간 신문사마저 ‘회춘’시키고 있다. 메이저 언론들도 이제 지면만큼 SNS 페이지에 공을 들이고 페이스북 댓글 하나하나에 답글을 다는 시대다.

   
 

문제는 여론이 젊어지는 양상과 사회의 고령화가 충돌하며 여론과 투표소의 괴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기성구조의 상징과도 같은 C일보가 ‘조페지기’로 불리며 2030세대와 SNS라는 신세계를 향해 달려갈 때, 대한민국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러한 간극이 실제로 드러난 사례가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이 난 직후, 보수성향이 강하거나 개신교와 관련된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내 언론사 사설은 이를 환영하거나 큰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 여론은 동성결혼은커녕 동성애 자체에도 부정적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괴리가 발생한 하나의 사례다.

정치행위에 민의를 투사하는 일은 민주주의의 핵심과정이다. 인터넷, SNS에 이어 일간 언론사는 나날이 젊은 층의 목소리에 가까워져가지만, 고령화사회에서 실제 결정을 주도하는 중년층 이상의 목소리는 몇몇 종편을 통해서만 유통되고 신문지면을 포함한 공론장에서 점차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사회의 보수화로 이해되는 노령화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나이 든 국가에 젊은 여론이 공존하는 상태에서 대한민국의 대의민주주의는 효과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 우리도 언젠가 영국처럼 ‘다수의 반란’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반란인지 민의인지는 말하는 이에 따라 또 다르겠지만 말이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

남궁민 ‘예술을 빌려드립니다’ Paleto 대표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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