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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부산행> 좀비영화가 15세 관람가?

흥행은 되지만 ‘맛’은 영...

2016.07.28(Thu) 10:06:55

언제부턴가 영화표를 끊고 극장에 들어가며 관람등급을 확인하지 않는다. 영화 <부산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영관에 들어서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곳곳에 앉아 있었다. 애들은 볼 수 없는 영화 아니었나. 그때서야 표에 적힌 영화정보를 확인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부산행>의 장르는 좀비물이다. 좀비영화가 15세 관람가라…(다시 생각해보면 <곡성>이 15세 등급을 받는 나라에서 뭔들 15세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까).

   
▲ 영화 <부산행> 메인 포스터.

<부산행>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된 가운데 부산행 KTX열차에 탑승한 석우(공유 분)와 딸 수안(김수안 분), 상화(마동석 분)와 성경(정유미 분) 부부, 영국(최우식 분)과 진희(안소희 분), 용석(김의성 분) 등 승객들이 감염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많은 평론가·관객들이 언급한 대로 <부산행>을 보는 내내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월드워Z>가 떠올랐다.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는 좀비, 몸이 뒤틀리며 방향 전환하는 좀비라는 설정이 비슷하다. 기차라는 좁고 긴 공간에서 사람들을 달려드는 좀비들이 한데 뒤엉켜 높은 파도처럼 밀려드는 장면은 노골적으로 <월드워Z>의 비행기 시퀀스를 따라하고 있었다.

물론 달리는 좀비는 영화 <28일후>부터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때문에 좀비영화 장르의 팬들에게 크게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영화의 주된 배경인 기차의 움직임과 속도감을 맞추기 위해 뛰는 좀비라는 설정은 감독의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영화 <부산행> 스틸컷.

그럼에도 15세 관람가와 질주하는 좀비라는 설정 때문에 좀비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좀비를 죽이는 방법은 머리·뇌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에 주인공들이 방망이나 칼 등을 가지고 좀비의 머리를 공격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면 좀비의 머리는 으깨지거나 박살나며 쓰러진다. 

반면 좀비는 인간을 발견하면 맹목적으로 달려들어 날카로운 이로 사람의 살을 물고 내장을 뜯는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피가 사방에 솟구친다. 좀비 장르 영화에서는 이런 고어한 장면이 주는 쾌감이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부산행>은 미성년자 관람불가가 아닌 15세 이상 관람가. 잔인한 장면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좀비가 인간에게 달려들어 몸을 마구 물어뜯지만 피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정도 피해라면 기차 안이 피로 홍수를 이룰 법한데 너무나도 깔끔하다. 창문 등에 피로 남은 손바닥 자국 등이 전부다.

   
▲ 영화 <부산행> 스틸컷.

주인공들이 좀비를 공격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야구방망이, 경찰봉 등을 가지고 좀비를 때리지만 머리가 으깨져 죽는 좀비는 없다. 여타 좀비 영화에서 보여주는 타격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좀비와의 대결이 아닌 인간 대 인간의 격투 장면처럼 느껴진다. 이미 미드 <워킹데드>나 영화 <새벽의 저주> 등에 익숙한 좀비 장르 팬들로서는 ‘설마 이게 끝이야’라고 허탈할 수도 있는 지점이다.

좀비의 움직임은 빠른데 제대로 된 무기로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니, 좀비와의 격투에서 물리치기보다 도망 다니기 바쁘다. 좀비들을 피해 격리된 공간에 들어가서야 서로 대화가 시작된다. 그러다보니 영화 내내 드라마와 액션이 단절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다시 <월드워Z>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월드워Z> 역시 한국에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좀비 영화에 등장하는 고어 장면이 많지 않았다.

<부산행>과 <월드워Z>의 결정적인 차이는 총의 사용 유무다. <월드워Z>에서 좀비를 상대하는 등장인물은 대부분 군인이다. 또한 미국은 총기소지 허용국가다보니 영화 중간중간 시민들도 총을 들고 좀비들에 맞선다. 그렇기에 영화 설정상 좀비떼가 미친 듯이 달려들어도 총으로 무찌르는 장면 연출이 가능하다. 칼이나 방망이처럼 직접 머리를 찌르고 으깨 피가 튀기는 고어한 장면을 영리하게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 영화 <월드워Z> 스틸컷.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덕분이었을까. 부산행은 현재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1000만 관객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러한 흥행을 위한 배려(?) 덕분에 좀비영화 장르로서는 특유의 볼거리가 부족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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