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대우건설 사장 인선 표류 배후는 ‘여당 전대’?

외압 논란에 선임 절차 전면중단…새누리 전대 앞두고 ‘숙려’

2016.07.27(Wed) 09:04:07

   
대우건설 사장 인선 절차가 전면 중단된 채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대우건설 사옥. 사진=임준선 기자

대우건설 신임 사장 인선이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 낙하산·내정설 등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더니 사장을 선발해야 할 7월 20일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돌연 “숙려 기간을 두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다”며 사장 선임 절차를 전면 중단했다. 이를 둘러싸고 정·재계를 비롯해 관가·금융권의 관심이 뜨거웠다. 서로 특정 인사의 의중을 묻기 바빴고, 최근의 정치 지형을 살피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건설 사장 선임을 두고 겉으론 다들 쉬쉬하지만, 뒤로는 온갖 인사 자료가 오갔고 언론 제보도 빗발쳤다”고 했다. 대우건설은 분명 큰 회사이고, 사장은 중요한 자리다. 그러나 한 건설회사 사장의 선임에 소위 ‘끗발’ 좀 날린다는 사람들의 관심이 이처럼 집중되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행태다. 과연 이런 소동은 왜 일어난 걸까.

대우건설 사장 인선은 지난 5월 중순께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하더니 6월 10일께 사내 인사 두 명으로 후보가 압축됐다. 여기까진 조용했다. 그러나 ‘조직을 건전하게 키우려면 외부 인사가 와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재공모 절차가 진행됐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에 불이 붙은 가운데, 산은의 방만 경영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내부 출신 임직원의 모럴해저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우조선의 영향으로 대우건설 사장 후보로 내·외부 출신 인사가 각각 한 명씩 올랐다. 한 명은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을 맡은 조응수 전 부사장, 나머지 한 명은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다.

문제는 대우조선 문제를 빌미로 “‘정피아’가 대우건설에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정계 인사들이 특정 인사를 대우건설 사장에 임명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일부 사장추천위원이 업무에서 손을 떼며 사추위가 파행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정황상 누군가로부터 부당한 입김을 받았다고 해석할 만한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친박 실세들이 포진한 A 모임이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 청와대·기획재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점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아무리 힘을 가진 세력이라도 함부로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최근 친박의 총선 공천 전횡 문제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비위 의혹 등 친박과 청와대에 대한 공세가 시작된 터라 민간회사 사장 인사를 함부로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우건설 사장 인선이 늦춰진 것이 이 때문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직이 절실한 친박으로선 반박 정서를 불러일으켜선 곤란하다. 친박이 대우건설 인선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섣부른 움직임 하나하나가 상대 진영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권과 노동계는 대우건설 사장 선임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비박계에서도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 친박계가 관여했단 이야기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및 국회의원 오찬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당초 27일 예정됐던 A 모임의 정기 회합이 취소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A 모임 관계자는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친박계 성향 모임이 잇따라 개최되는 것이 부담됐던 것도 취소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사장 인선이 최근 정치 지형의 거울이기도 한 셈이다.

물론 열쇠를 쥔 쪽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낙하산 인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파의 의견을 받아줬을 경우 권력 누수를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우건설 사장 자리에 어느 인사가 오느냐에 따라 여기에 관여한 정치인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감은 지울 수 없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몽골서 돌아온 지난 18일 결정될 사안이었음에도 상당히 미뤄지고 있다”며 “그만큼 정치 지형에 대한 고려가 깊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등 정치 이슈로 대우건설 사장 인선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제3의 인물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외압설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실제 다른 건설사 전임 CEO 및 고위 관료 출신 등 제3의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추위에서 거론됐던 인사를 다시 띄우는 방법도 고려 대상이다.

야당 관계자는 “여권으로선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 관여한 것이 빼지도 박지도 못하는 자충수로 이어졌다”며 “이를 정치적 부담 없이 탈출하는 전략적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