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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맵 무료화, SK의 속셈은 ‘텔레매틱스’

2016.07.27(Wed) 08:46:49

지난 7월 19일, SK텔레콤이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을 무료로 개방했다. T맵은 다른 통신사 유저의 경우 한 달에 5000원, 길 안내를 한 번 검색하는 데 500원씩 내던 SK텔레콤의 대표적인 유료 서비스였는데 이를 통신사나 요금제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무료로 풀어버린 것이다.

   
SK텔레콤이 T맵을 무료로 개방했다. 출처=SK텔레콤

실시간 교통 정보를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 T맵은 SK텔레콤의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로 자리 잡아왔다. 2001년부터 네이트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과 제휴를 맺어 실시간 도로 정보를 수집해 길 안내에 반영하는 방식을 쓰면서 정확도를 높였다. 이 때문에 작은 휴대폰 화면을 써야 하고 유료 서비스임에도 인기가 좋았다.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T맵은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화면이 커지면서 거치형 내비게이션에 비해 정보량도 뒤지지 않았고, 실시간 길안내 정보도 여전히 뛰어났다. 그리고 T맵은 SK텔레콤 가입자만 쓸 수 있게 하는 기본 전략을 유지하면서 SK텔레콤이 치열한 통신시장에서 가입자를 붙잡아 두는 좋은 미끼 역할을 톡톡히 했다. KT와 LG유플러스 이용자에게 유료로 서비스를 풀긴 했지만 사실상 SK텔레콤 전용 서비스에 가까웠다.

그런 T맵이기 때문에 타사 통신 가입자에게까지 무료로 푸는 것은 다소 파격적인 결정인 셈이다. SK텔레콤은 왜 이 서비스를 무료로 풀었을까?

단편적으로 보자면 현재 내비게이션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긴 쉽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길안내 서비스는 그동안 당연히 유료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김기사(현 카카오내비)’를 비롯해 기존 시장의 강자인 ‘아틀란’ ‘맵피’ 등의 서비스가 줄줄이 무료로 풀렸다. T맵 역시 사실상 무료에 가까웠지만 타 통신사 이용자들에게는 비싼 서비스에 들었다.

이제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돈은 내지 않지만 사실 내비게이션 속에는 위치 정보를 비롯해 음성, 메시지 등 다양한 광고 모델이 숨어 있다. 더구나 스마트폰은 양방향 데이터 통신을 이용해서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가 수월하고, 개인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전 DMB 신호를 통한 단방향거치형 내비게이션과 전혀 다른 가치를 갖게 된다.

광고가 주 수익원이 되려면 가입자가 늘어야 하고, 가입자를 늘리려면 무료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 근래 무료 서비스를 내세워 이른바 대박을 친 사례가 바로 900만 가입자를 앞세워 카카오에 인수된 김기사다. 김기사는 그 자체로도 광고 플랫폼 역할을 해왔지만 카카오는 김기사를 인수한 뒤 ‘카카오 택시’ ‘카카오 대리운전’ 등의 서비스와 접목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T맵으로 플랫폼을 노리고 있다. 이용자는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다. SK텔레콤을 쓰다가 KT나 LG유플러스로 통신사를 옮긴 이들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통신사를 옮기면서 떠나갔던 이들이 몰려들고 있고, 소문만 들었던 이들도 호기심에 T맵을 써보고 있다. T맵은 그간 자동차회사들과 직접 연계해서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에 T맵을 띄우는 서비스를 해왔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특정 통신사’였다. 그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이제 T맵은 획기적인 자동차 플랫폼 자리를 다질 수 있게 됐다.

   
카카오내비처럼 SK텔레콤 역시 무료화를 통해 T맵을 플랫폼화하고자 한다. 출처=카카오내비

SK텔레콤은 단순히 광고만을 위해 T맵을 무료로 푼 것은 아니다. 무료가 흐름일 뿐이지 내비게이션을 ‘광고판’으로 쓰는 게 흐름은 아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원하는 것은 ‘데이터’다.

SK텔레콤은 몇 년 전부터 ‘빅데이터’를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던 바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나 서비스로나 빅데이터까지 언급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해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만들어내겠다는 플랫폼 전략은 확실히 시작되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보험 상품이다. 그동안 무료 내비게이션의 주요 광고주는 자동차보험이었다. 어떻게 보면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확한 타깃 광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용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보는 광고가 달콤하진 않게 마련이다.

T맵은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개개인을 식별한다. 그리고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운전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운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급가속, 급출발, 과속 등을 판단하고 점수로 매긴다. 그리고 이 점수를 바탕으로 특정 보험회사의 요금을 할인해준다.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인 셈이다.

자동차가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매우 많다. 개인을 식별하지 않아도 교통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다시 교통 정보에 반영할 수 있다. 또한 운전 습관을 데이터화해 취향에 맞는 길을 안내하거나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특히 차량과 직접 연결되는 사례가 늘어나면 차량의 상태 등 더 많은 정보를 모을 수도 있다. 길게 내다보면 또 하나의 차량용 정보 시스템인 텔레매틱스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T맵의 무료화는 구글과 애플의 차량용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오토’ ‘카플레이’ 등을 경계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스마트라는 말이 TV, 냉장고, 심지어 밥솥까지 거의 모든 환경에 따라 붙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라는 말이 붙기에 가장 유리한 환경은 역시 자동차다. 그 핵심을 맡는 것이 바로 텔레매틱스(Telematics·차량 인터넷 서비스)다.

당장 가입자에게 한 달에 몇 천 원 더 걷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결국 SK텔레콤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더 큰 그림을 보고 있고, 그 밑그림에는 개방이 있다. T맵의 무료화는 가깝게는 길안내부터, 길게는 자동차, 통신시장의 변화를 반영하는 정책이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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