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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속기소…‘조사실의 신영자’

검찰서도 전혀 위축안돼…광고대행사 통한 비자금혐의도 포착

2016.07.27(Wed) 12:48:00

“이렇게 조사하기 힘든 사람은 처음이다.”

롯데그룹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가 밝힌 심경이다. 신영자 이사장은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음에도 ‘갑’의 위치에 있던 때를 잊지 못했다는 것.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체온이 1도가 높다”며 에어컨 손보라고 난리를 치거나, 조사를 받은 지 2시간밖에 안 됐음에도 “허리가 아프다”며 조사를 거부하고 나갔다고 한다. 구속이 결정되자마자 검찰과 법원을 향해 원망을 내뱉었던 신영자 이사장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 7월 1일 검찰에 출두한 신영자 이사장. 사진=고성준 기자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신동빈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과 별개로 수사 중인 신영자 이사장의 혐의는 80억 원대 횡령·배임 등.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 업체로부터 35억 원의 뒷돈을 받아 챙기고, 아들 장 아무개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BNF통상을 자신이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 2010년까지 세 딸을 등기 임원으로 올려놓고 급여로 총 47억 원을 챙겨가게 한 혐의 등이다.

검찰은 오늘 신 이사장을 구속 기소할 예정인데, 롯데그룹 오너 일가 중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는 신 이사장이 처음이다. 검찰은 신 이사장의 유죄 입증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 이사장이 롯데 그룹을 끼고 저지른 범죄 혐의들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는데, 비자금 조성 의혹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의 광고 대행사인 대홍기획 자회사 임원을 통해 돈거래가 오간 흐름이 나왔기 때문.

대홍기획 자회사의 전직 임원 김 아무개 씨의 개인범죄를 수사하던 검찰은 롯데시네마 스크린 광고를 맡고 있던 O 사 계좌 등에서 수사한 흐름을 찾아냈는데,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O 사는 신영자 이사장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인데, 롯데시네마에서 일감을 받은 뒤 이 중 일부를 장부에 기록하지 않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진술했다.

자연스레 비자금의 조성 규모와 용처를 쫓는 수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씨는 비자금 규모에 대해 “최소 수십억 원대 비자금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는데,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이 사실인지 롯데시네마와 O 사 주변 인물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비자금 조성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비자금이 신 이사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 등 제3의 롯데 오너 일가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 하지만 신 이사장은 롯데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지인들에게 “우리 회사는 비자금 없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이사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는 ‘완성과 보완’의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동생 신동빈 회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당초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신병을 확보한 뒤 미래창조과학부를 상대로 한 롯데홈쇼핑 인허가 과정에서 금품 로비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계획이었다.

미래부 등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국회의원을 동원한 로비가 있었다는 첩보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법원이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았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것.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강 사장이 상당한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했고, 로비 수사에서는 진술이 절대적인데 영장이 기각되면 피의자들이 진술을 제대로 하지 않아 힘들다.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번 영장 기각이 검찰로서 뼈아픈 이유는 또 있다. 영장 청구 당시 혐의로 넣었던 유상증자 참여(배임 혐의)에 대해 법원이 손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 검찰은 실적이 부진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롯데홈쇼핑이 참여하도록 결정한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강 사장의 혐의 중 하나로 적용했다.

강 사장의 혐의가 인정되면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도 동일한 구조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법원의 ‘입장’을 확인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배임 혐의 적용에도 유보적인 판단을 내렸다. “유상증자 참여가 경영활동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메시지를 검찰 측에 전달한 셈인데 이 같은 판단 기준을 재판 때까지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검찰이 신동빈 회장 수사 과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카드’ 하나가 줄어드는 셈이다.

강 사장 영장 기각을 놓고 롯데 측이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결과. 롯데그룹 정책본부 이인원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에게 “비자금은 없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두 달여 만에 벽에 부딪힌 검찰 내부에서는 자연스레 신영자 ‘카드’가 언급되고 있다. 신병이 확보된 신 이사장을 통해 롯데 오너 일가를 압박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것.

변수는 또 남아 있다. 제2롯데월드 준공 당시 관여했던 기준 전 롯데물산 대표가 검찰 ‘귀인(수사에 협조하는 인물)’ 유력 후보 중 한 명인데, 검찰은 기 전 대표를 200억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 전 대표가 작은 체구임에도 강단이 있다”며 “기 전 사장은 ‘보고받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지만, 구속된 기 전 대표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롯데 오너 일가의 비리를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이달 초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 전망과 관련, “롯데보다 재계 순위가 낮은 CJ, 효성그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넉 달 정도 걸렸다는 점을 참고해달라“며 신동빈 회장 소환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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