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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위민원트] 당신은 섹시한 ‘영포티’인가요?

2016.07.25(Mon) 10:29:19

똑같은 40대라도 ‘청담 40대’는 다르다. ‘청담 40대’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세련된 남자들은 자신의 외모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도 그루밍한다.

   
젊게 사는 40대, ‘영포티’가 주인공이었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 출처=SBS

글로벌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페도라를 쓴 20대 남자 모델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40대 남자가 이 페도라를 쓰면 아저씨 같아 보이겠지?’라고 생각했다. 페도라라는 것이 20대 젊은 남자가 쓰면 시크한 패션 아이템이 되지만, 40대 아저씨가 쓰면 어쩐지 느끼해 보이는 패션 소품으로 전락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비니는 또 어떤가. 반팔 티셔츠에 니트 비니를 쓴 30대 남자는 스타일리시해 보이지만, 40대 남자가 비니를 쓴다면? 차승원, 권상우, 그리고 <불타는 청춘>으로 돌아온 구본승 정도의 남자라면 비니가 어울릴까.

내로라하는 남자 연예인의 스타일링을 책임지는 톱 스타일리스트 A가 말했다. “페도라든 비니든 모자를 멋지게 스타일링하기 위해서는 옷차림이 좀 캐주얼해질 필요가 있어. 티셔츠에 스니커즈라면 페도라도 그리 느끼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40대라도 ‘청담 40대’라면 페도라나 비니가 잘 어울릴 것 같아”라고.

‘영포티(Young Forty)’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청담 40대’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 나로서는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청담 40대’라는 말을 듣자마자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20년간 패션의 중심에 있었던 이 관록 있는 스타일리스트가 정의하는 ’청담 40대’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었다.

“특정 지역을 거론하긴 그렇지만, 청담 40대는 다른 지역 40대와 좀 다르잖아. 일단 패션 스타일이 좀 다르지. 아무래도 패션의 코어인 청담동 근처에서 살거나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어서인지 옷차림이 남다른 것 같아. 남자 연예인 못지않게 스타일리시하거든.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해외 잇 브랜드를 입는 사람도 많아. 해외여행 시 구입했거나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구하는 거지. 그리고 피부과에 가는 남자들도 많잖아. 비비크림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킨케어에는 각별히 신경 쓰는 남자들. 한마디로 청담 40대는 그루밍(Grooming)에 굉장히 신경 쓰는 것 같아. 그뿐이니? 라이프스타일도 감각적이잖아. 여름휴가지, 저녁 미팅의 레스토랑, 비즈니스 미팅에서 와인을 정하는 것만 봐도 인생을 즐기는 것이 느껴지잖아.”

그러고 보면 이제 더 이상 멋진 남자는 ‘패션 스타일이 매력적인 남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청담 40대의 패션 못지않게 청담 40대가 들려주는 이야기 혹은 그들이 선보이는 요리가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청담동에서 만난 40대 남자들의 여름휴가 이야기는 언제나 신선했다. 지난해에는 파리에서 열렸던 장 폴 고티에의 전시 이야기를 들려주더니, 올해는 전 세계 여행가들에게 핫한 여행지로 떠오른 암스테르담와 로테르담에 갈 거라는 계획으로 나를 부러움에 몸부림치게 했다.

평소 하우스 파티를 즐기는 청담동의 와인바 사장님은 어느 날 광장시장의 원조 닭한마리집으로 몇몇 지인을 초대하고는 “이 양념은 내가 만들어야 가장 맛있어요.”라며 직접 고추장과 겨자소스 등을 적당한 비율로 배합하여 우리 앞에 내놓았다. 유레카! 그간 닭한마리집을 숱하게 가보았지만, 그날 먹은 닭이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다!

초라한 싱글보다 매력적인 돌싱이 더 인기 있는 요즘 세상에는, 잘생기고 멋진 옷차림에만 집착하는 30대보다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40대가 여자에게 더 어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청담 40대 남자’만이 인생을 제대로 그루밍한다고는 할 수 없다. 어쩌면 ‘청담 40대’는 ‘영포티’ 트렌드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이 시대의 소비를 주도하는 ‘영포티(Young Forty)’ 세대가 마케터들의 화두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영포티’는 ‘젊게 사는 요즘 40대’를 의미하는 말로, 영원히 청춘이고 싶은 40대 중년을 일컫는다. 과거 X세대로 불렸던 1972년생 전후 세대를 지칭하는 말인데, 1990년대 한국 대중문화의 황금기를 누리며 사회로 나온 지금의 40대는 자신만의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세대다.

그런데 나이가 40대라고 해서 모두가 영포티일까? 스스로 삶을 더 가치 있게 즐기고자 하는 마인드가 없다면 영포티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섹시하게 그루밍해보는 건 어떨까?

박훈희 칼럼니스트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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