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코리아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서울의 폭스바겐 전시장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는 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대상을 독일 본사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독일 본사 임직원 7명을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한국법인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일 본사가 배출가스 조작을 지시한 이메일을 확보했다. 관련 진술도 확보했는데 우리 측의 수사 공조 요청에 독일 검찰은 “폭스바겐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달라”고 했다. 수사와 함께 정부의 아우디, 폭스바겐 차량 판매 제재도 본격화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일 본사가 한국 시장을 우습게 본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조작을 지시한 독일 본사도 죄질이 나쁘지만, 우리나라 법인이 더 괘씸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수사팀의 이 같은 반응은 배출가스 논란이 불거진 이후 폭스바겐 한국법인의 태도 때문. 미국과 독일 등에서 배출가스 조작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한국법인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보상에 대한 대응 안을 마련해 본사와 협의하려 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 환경부에서 별다른 제재안을 내놓지 않자, 오히려 위기를 기회 삼아 적극적인 판매를 시도했다.
실제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불거진 2015년 9월 폭스바겐은 국내 시장에서 2901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다음달인 10월에는 판매가 947대로 곤두박질쳤지만, 1000만 원이 넘는 할인과 무이자 할부 혜택 덕분에 2015년 11월 판매는 4517대까지 늘어났다. 논란이 한창이던 디젤 차량이 주력 판매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재고떨이에 나섰다. 올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판매 흐름이 주춤했지만, 최근에도 적극적인 할인 혜택으로 예년 수준 판매량을 회복했던 상황.
폭스바겐(정확히는 한국법인)이 한국 시장에서 다시 위기에 처한 것은 검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 때문. 폭스바겐이 국내 소비자를 우롱하는 듯한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검찰은, 법리 검토를 통해 환경부에 ‘제재’를 요청했다. 잘못이 있음에도 뉘우치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자, 장사를 막을 수 있는 안을 찾아봐달라고 한 것. 환경부도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뒤늦게 인증조작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인증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진 지 10개월 만이었다.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 관계자는 “독일 본사보다 한국인 임원들이 더 문제였다”며 “법무법인을 통해 여러 차례 제대로 된 사과와 대응을 요구했지만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며 “한국법인 내에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서류 조작도 적지 않았는데, 같은 한국인으로서 그렇게 한국 소비자와 정부를 안하무인 자세로 대할 수 있다는 게 납득하기 힘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손 놓고 있던 환경부의 뒤늦은 대응안이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한국 시장에서 급변하는 정부와 소비자 태도를 우려한 폭스바겐 독일 본사와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이 판매 중지와 보상금 지급 등 자세를 낮출 것을 한국법인에 권한 것. 독일 본사는 한국법인을 통해 미국(최대 1만 달러)보다는 적은 금액의 보상안도 정부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법인 측은 기존의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환경부의 결정이 억울하다”며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대응도 빼먹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폭스바겐 2009∼2015년 디젤 차량 광고에 문제가 있다며 전·현직 임원 10여 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10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하자 폭스바겐은 손을 들었다. 환경부가 한국법인에서 판매 중인 79개 모델의 판매 중지도 선언한 것. 때문에 그동안 한국 정부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 온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수사와 제재에 협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판매중단 조치 등을 얻어냈지만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우롱한 것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확실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 역시 “폭스바겐코리아는 환경부 조치 정도에 따라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했는데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계속 상식 밖 대응을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