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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공시] 7·22 두산 ‘형제의 난’ 비극의 시작

두산, ‘박용오 비리 폭로’에 대표이사 해임…박용오 2009년 자살

2016.08.08(Mon) 14:05:51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오늘, 2005년 7월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두산은 “박용오 대표이사 회장을 해임했다”고 대표이사 변경을 공시했다. 기존의 ‘박용오, 박용만, 유병택, 최태경, 강태순’ 대표이사 체제에서 박용오 명예회장을 뺀 ‘박용만, 유병택, 최태경, 강태순’ 4명의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 역시 ‘김홍구, 박용오, 경창호’ 대표이사 체제에서 박용오 명예회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생전의 박용오 전 두산그룹 명예회장. 2009년 2월 고 김수환 추기경을 조문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는 두산가 ‘형제의 난’을 더욱 격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두산가 ‘형제의 난’의 발단은 공시보다 두 달 앞선 2005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박두병 초대회장의 장남이자 3세 경영의 첫 주자였던 박용곤 명예회장이 두산 가족회의에서 현 회장인 차남 박용오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3남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 이양하라고 통보한 것. 그러나 박용오 회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박용오 회장은 회장직을 내놓는 조건으로 우량기업인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를 요구했지만 묵살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박용오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은 같은 해 7월 18일 박용성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며 우애 깊은 ‘형제경영’을 강조했다.

그러자 사흘 후인 7월 21일 박용오 회장은 ‘두산그룹 경영상 편법 활용’이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박용성 회장-박용만 부회장 측이 나라 안팎에서 경영상 편법을 통해 1700억 원대 비자금 조성과 800여억 원 외화 밀반출 등 비리를 저질렀다고 폭로한 것.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박용성 회장 측도 맞섰다. 박용오 회장이 가족 모두에 대한 반역을 저질렀다고 공개적으로 ‘배신자’ 낙인을 찍으며, 기자회견 2시간 만에 박용호 회장을 두산가에서 제명했다. 이어 다음날인 7월 22일에는 앞에서 설명했듯 회사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이후 박용오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두산산업개발이 스스로 2700억 원대 분식회계를 폭로하는 등 양측의 비방과 비자금 폭로가 이어졌다. 두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지자 그해 11월 박용성 회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사임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부회장 역시 동반 퇴진했다.

100년이 넘는 창업 역사와 4세대까지 이어지면서 ‘형제간의 우애’ 경영을 자랑하던 두산그룹이 ‘형제의 난’으로 승계를 둘러싼 두산가 형제들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검찰 수사결과 두산 오너 일가는 258억 원 횡령과 2838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 및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성 전 회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 원이, 박용만 전 부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40억 원 실형이 선고됐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회장은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지난 2007년 3월 두산그룹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반면 박용오 회장은 2008년 3월 건설업계 50위권의 성지건설을 인수, 회장직에 오르며 독립해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정신적 고통이 극심했던 탓일까. 박용오 회장은 1년 후인 2009년 11월 4일 서울 성북구의 본인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용오 회장의 목에 끈 자국이 있고, 고인이 쓰러진 자리에서 넥타이가 발견된 점 등을 들어 사인을 자살로 판단했다.

   
박용오 회장의 장례식 당시 모인 형제들. 맨 왼쪽부터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박용곤 명예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박용곤 회장의 차남),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

‘형제의 난’과 박용오 회장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겪은 이후 두산그룹은 박용성-박용현-박용만으로 이어지는 오너 3세 경영을 거쳤다. 그리고 지난 3월 박용만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 장남’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겨주며 오너 4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오너 4세대에도 박정원 회장뿐 아니라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진원 전 두산산업차량BG 사장,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등 수많은 형제들이 포진돼있다. 이들이 아버지 대에서 겪었던 아픔을 교훈 삼아 어떤 경영을 선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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