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풍력발전단지 |
한 풍력발전회사에서 근무한다는 A 씨는 사석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전기로 날개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면서 “이럴 경우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많은데, 손해를 보면서도 전기로 작동시키는 건 생산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지나가듯 말했다.
다소 황당하고 뜬금없는 이야기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귀가 솔깃할 만한, 흥미로운 정보였다. 취재 협조를 요청하자 A 씨는 더 이상의 얘기를 해줄 수 없다면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A 씨의 말은 사실일까.
<비즈한국> 취재팀은 지난 15일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대관령 일대의 강원풍력발전단지를 찾았다. 강원풍력발전소 사무실에서 만난 직원은 “전기로 풍력발전을 돌리는 경우가 있긴 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내용은 A 씨의 이야기와 달랐다. “고장으로 인한 수리 작업을 할 때 전기를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전기로 풍력발전을 작동시키지는 않는다”는 것.
풍력발전의 고장 수리 시 나셀(선풍기 모터처럼 생긴 장치)을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동시켜줘야 하는데, 이 경우 전기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고풍속에 의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장수리 시 풍력발전의 날개를 회전시키는 것은 위험해 발전기를 돌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쉽게 설명하면 고장 난 선풍기를 수리할 때 선풍기 날개가 회전하지 않도록 모터의 방향을 돌리는 것이다.
날개 뒤쪽에 튀어나온 것이 나셀이다. |
강원풍력발전소의 사업자인 강원도청 측에서 풍력발전의 시동을 걸 때와 정지시킬 때도 전기로 풍력발전을 작동한다고 확인해줬다. 즉 바람이 불 때 발전기(제너레이터)를 돌려 풍력발전의 날개를 회전시키고, 바람이 멈췄을 때 발전기를 돌려 풍력발전의 날개를 정지시킨다는 것이다. 제너레이터를 가동시켜야만 전격 속도 충족 시 전기가 생산되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1풍력의 경우 전기 생산에 따른 한 달 수입액이 많을 때는 4000만 원인데 반해 전기소비량은 50만 원 수준”이라며 “풍력발전의 전기 소비량은 매우 적고 전기로 돌려 전기를 생산되는 일도 없다. 제너레이터를 가동할 때는 전기조차 생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새만금방조제에 위치한 풍력발전에서는 고장 수리 시 전기로 날개를 작동시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풍력발전에서 전기가 소모되는 건 전구 점등을 할 때가 유일하다는 것. 발전소 관계자에 따르면 새만금방조제의 풍력발전은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고장 수리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초속 4m 이상의 바람이 불어 풍력발전이 작동될 때에만 고장 수리를 하고 있단다.
제주의 풍력발전 사업장에서도 전기로 풍력발전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론상 전기 소비와 전기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건 설명이 가능하긴 하나, 전기 계량 측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풍력발전 날개가 회전하면서 전기가 생산되는데, 이때 소모되는 전기는 없다는 것이다.
이 발전소 관계자는 “전력 변환 장치인 컨버터가 풍력발전에 내장돼 있기 때문에 전기 발전과 생산이 절대 동시에 이뤄질 수 없다”면서 “제주에도 마찬가지로 전기 생산량이 정해져 있지 않고, 전 세계 모든 사업자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