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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800원 ‘박카스D’ 고무줄 가격의 비밀

약사들 “500원 판매 강요해 손해”…동아제약 “강요한 적 없다”

2016.07.22(Fri) 13:17:59

   
동아제약의 박카스 광고 아껴서 편 화면 캡처.

동아제약이 약국 거래처에 ‘박카스D’ 한 병당 500원에 판매할 것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동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600원에 판매하고자 했으나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500원에 판매하라고 강요했다”며 “600원에 판매할 경우 거래를 끊겠다고까지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인근 약국의 약사는 “10년 넘게 박카스 가격이 500원”이라면서 “공급가는 계속 인상되는데 판매가는 500원으로 계속 유지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약사도 “찾는 고객이 많아 어쩔 수 없이 팔고는 있지만 손해 보는 장사”라며 “두 박스(200병) 이상 주문 시 유통기한이 임박한 박카스 10병이나 비닐봉투를 서비스로 제공받는데, 이마저도 없었다면 거래를 끊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이 박카스D 판매가를 암묵적으로 강요했다고 주장하는 약사도 있다. 서울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영업사원이 500원에 판매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지만 인근 약국과 판매가를 통일하라고는 했다”며 “인근 약국의 판매가를 알아보니 모두 500원이었다. 부당하다고 느껴 동아제약과는 박카스만 거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1일부로 박카스D 한 병당 공급가가 407원에서 451원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판매가 500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약국이 대다수다. 실제로 <비즈한국>이 서울시내 약국 1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박카스D 판매가를 조사한 결과 2곳 중 1곳이 5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약국 5곳 중 2곳은 600원에 판매 중이었으며, 470원에 판매하는 약국도 있었다. 일부 약국에서는 한 병에는 600원, 열 병 구매 시 5000~5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박카스D 한 병당 부과되는 부가가치세(공급가의 10%)는 45.1원이다. 따라서 500원에 판매할 경우 현금 결제 시 3.9원의 마진(이익)이 생긴다. 카드 결제 시에는 6.1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손해 보지 않고 박카스D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판매가가 510원(현금 결제 시 13.9원, 카드 결제 시 3.7원) 이상이어야만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약사는 “손해 봐가면서 판매하는 이유는 박카스로 인한 유입고객 및 단골고객이 많기 때문”이라며 “박카스를 사면서 다른 의약품을 추가 구매하는 고객이 많아 판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동아제약의 박카스 광고 아껴서 편 화면 캡처.

동아제약 측은 박카스D 판매가를 강요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약국마다 판매가가 차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500원에 판매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으며 그럴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오히려 600원에 판매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며 “제약사는 약국에 ‘팔아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이기에 판매가를 강요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약국에서는 470~600원에 판매되는 반면, 소매점에서는 600~800원에 판매되고 있어 가격의 통일성이 필요하다는 소비자들의 원성도 있다. 하지만 동아제약은 약국에만 박카스D를 공급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와 소매점주에 따르면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박카스D는 소매점주가 유통 과정 없이 약국에서 직접 구매한 후 100~330원의 마진을 남기고 판매하고 있다.

박카스D 한 병당 700원에 판매하고 있는 한 소매점주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한 병당 500원에 판매하는 약국에서 20병을 사온다”며 “한 병당 200원의 마진은 남겨야 한다고 판단해 700원으로 판매가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800원에 판매하고 있는 다른 소매점주는 “약국에서 한 병당 470원에 사와 800원에 판매한다”며 “직접 물건을 사와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330원의 마진을 남기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거래처가 아닌 소매점의 판매까지 통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정상적인 유통 과정 없이 박카스D를 판매하는 소매점보다는 약국에서 구매하라”고 말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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