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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에 놀아난 검찰…넥슨·한진 ‘희생양’?

구겨진 자존심엔 엄벌이 ‘생리’…뇌물제공 기업까지 불똥 가능성 커

2016.07.20(Wed) 09:38:25

“수사를 잘못했다면 검찰은 당연히 희생양을 찾을 것이고, 수사를 잘못한 게 있다면 경찰에 그 책임에 뒤집어씌우겠지….”

영화 <특별수사>에 나오는 대사다. 논란이 불거질 때까지는 ‘모르는 내용’이라며 잠자코 있다가, 수사가 본격화되면 어떻게든 희생양으로 삼았을 때 ‘적당한’ 처벌 대상을 찾으려는 검찰의 특성을 잘 꼬집은 표현이다.

진경준 검사장 주식 대박 사건도 같은 흐름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검찰이 진경준 검사장 외에 제2의 희생양을 찾을 것이라는 얘기가 법조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진경준발 ‘게이트’의 희생양은 넥슨과 한진, 진 검사장에게 혜택을 준 두 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 검사장을 수사 중인 이금로 특임검사팀이 진 검사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제3자 뇌물수수 등. 하지만 진 검사장의 진짜 죄명은 ‘괘씸죄’로 봐야 한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러 차례 고비 때마다 모두 거짓 해명을 내놓았기 때문. 자존심으로 먹고 산다는 검사를 대표해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해야 했다. 구겨진 자존심은 ‘엄벌’로 돌려주는 게 검찰의 생리다.

   
지난 14일 진경준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나비 효과를 불러온 진 검사장의 거짓 해명을 돌이켜보자. 지난 3월 말 재산 공개 직후 “120억 주식 대박을 해명하라”는 언론의 공세에 진경준 검사장은 “주식 매입자금은 내 돈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해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자 “처가에서 돈을 빌려서 주식을 매입한 뒤 곧바로 갚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미 만천하에 공개됐지만 이마저도 거짓이었다. 검찰 수사로 이어지자 진 검사장은 “김정주 당시 넥슨 회장에게 돈을 변통했고 얼마 뒤 갚았다”고 설명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수사 결과 진 검사장은 넥슨 측으로부터 돈을 받기만 했지, 갚은 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 돈’에서 ‘처가 돈’으로, 다시 ‘넥슨에서 빌린 돈’에서 ‘넥슨에게 받은 돈’으로, 일관된 것은 거짓이라는 사실뿐이었다. 그리고 석 달 동안 법무부와 검찰은 진 검사장의 ‘입’에 우롱 당했다.

그동안 법무부와 검찰은 진 검사장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법무부는 논란이 불거진 초기 “진경준 검사장이 돈을 많이 번 것이 언론들이 부러워서 문제 삼는 것 같다”며 진 검사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수남 검찰총장의 마지막 선택은 ‘특임검사’ 임명이었다.

검찰 조직 내부 비리 때마다 등장하는 특임검사 제도는 단 한 차례도 기소하지 않은 적이 없다. 즉 ‘혐의’가 확실하게 드러났을 때만 임명해 환부를 도려내는 역할을 담당했는데, 이번 사건은 앞선 사건들과 남다르다. 검찰의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 때보다 금액 규모도 크고, 조직의 상징성도 높다. 현직 검사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처음이니 말이다. 진 검사장도 구속영장 실질심사 참석을 포기하며 ‘잘못’을 시인했지만, 진 검사장에게 ‘우롱’당한 검찰이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논란이 불거졌을 때 언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뗀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놓고 이미 국민들은 대부분의 검사가 진경준 검사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진 검사장만 처벌하고 사건을 끝내면 국민들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비난할 게 분명한 만큼 뇌물 제공자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사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공소시효’를 따져보자. 진 검사장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는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120억 원 상당의 수뢰 액수를 고려할 때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한데, 형량에 비례하는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진 검사장이 넥슨으로부터 3000만 원 상당의 제네시스 차량을 제공받은 2006년 11월을 기준으로 해도 아직 넉 달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에 앞선 주식 공여까지 다 묶어서(포괄일죄) 처벌하면 된다.

이를 건넨 넥슨은 조금 다르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의 뇌물공여는 특가법에 따른 가중처벌 대상이 아니라서 5년 이하의 징역형에 그치고, 형량이 적기 때문에 공소시효도 짧다. 관건은 넥슨도 ‘괘씸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진경준 검사장이 일련의 거짓 해명을 내놓는 과정에서 입을 맞춰가며 대응했기 때문인데, 검찰이 넥슨을 압수수색한 만큼 다른 범죄 혐의로 수사를 확대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김정주 NXC 회장이 지난 13일 검찰에 출두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만일 넥슨이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면 진경준 검사장의 처남 회사에 일감을 준 한진그룹으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한진그룹은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진 검사장 처남 명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상속받은 땅을 처분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혐의로 지난 2009년 무렵 검찰의 내사를 받았다. 당시 조 회장 내사는 진 검사장이 부장검사로 있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가 진행했는데, 검찰은 조양호 회장을 무혐의 처리했다.

그리고 무혐의 처분 다음해 진 검사장 처남 이름으로 설립된 청소 용역업체가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로부터 100억 원대 일감을 몰아서 받기 시작한 것. 자연스레 무혐의 처분에 대한 대가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 처남 명의 청소 용역업체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아직 특임검사팀의 수사는 진 검사장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구속된 진 검사장을 어떻게 더 엄벌할 수 있을지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 매각을 통해 얻은 재산 140억 원 등 범죄수익을 묶어두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기업 수사는 자연스레 그 다음 단계가 될 것이다. ‘진경준’발 나비효과가 어느 기업에 비수가 되어 꽂힐지 주목된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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