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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11] 저그의 삼신기

2016.07.22(Fri) 10:36:40

지난번까지 우리는 ‘투신’ 박성준과 ‘운신’ 박태민과 ‘머신’ 이윤열의 삼파전을 봤다. 이윤열은 삼파전을 통해 자신만이 양박저그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테란임을 증명했다. 양박저그는 2005년의 지배자가 저그임을 보여줬다.

삼신전의 유산은 저그 선수의 우승과 준우승 커리어로만 남지 않았다. 박성준과 박태민이 찍은 저그의 전성기는 그간 수많은 저그가 쌓아온 탑이며, 동시에 추후 ‘마에스트로’라 불리던 저그를 만들었다. 오늘은 저그가 어떻게 강민, 박정석이 지배하던 시기를 뚫었는지를 이야기하겠다.

모든 저그 전술의 기본은 홍진호와 조용호로부터 시작됐다. 홍진호는 초기 저그의 해처리 라바 펌핑의 모든 것을 제시했다. 어떤 타이밍에 드론을 뽑아야 하고 어떤 타이밍에 저글링을 뽑아야 하는지, 어느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제시했다. 스타크래프트가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이란 걸 감안하면, 시간대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한 홍진호는 저그의 아버지와도 같았다.

   
모든 걸 이해한 저그의 아버지’ 홍진호. 출처=방송화면 캡처

그 뒤는 조용호가 이었다. 그는 대프로토스전에 있어 ‘소울류 저그’라 불리는 ‘다수 러커 수비 진영 이후 빠른 멀티’ 전략을 수립했다. 테란전에 있어선 레어 테크에서 허덕이는 저그들에게 ‘풀업 울트라리스크’로 상징되는 ‘목동저그’를 제안했다. 홍진호가 저그의 타이밍과 기초를 발견했다면, 조용호는 ‘하이브 테크트리’ 자체를 발견했다.

   
조용호는 ‘하이브 테크트리’ 자체를 발견했다. 출처=데일리e스포츠

양박저그는 여기에 기둥을 세웠다.

박성준은 ‘저글링-럴커 컨트롤’과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찾아냈다. 멀티 이후 병력이 생산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저그의 빈틈을 박성준은 컨트롤로 막아냈다. 박성준 이전까지 저그가 물량과 타이밍으로 대변됐다면, 박성준 이후 저그 게이머들은 저기에 ‘컨트롤’까지 더해야만 했다. 테란 게이머들의 전유물이던 컨트롤이 저그에게 넘어갔다.

박태민은 여기에 운영과 레어 삼지창을 갈고 닦았다. 박태민의 운영은 홍진호의 운영과 다르다. 홍진호의 운영이 ‘어떤 시기에 어떤 유닛을 뽑아 상대를 짓누를까’에 집중됐다면, 박태민의 운영은 ‘어떤 시기에 어떤 유닛을 뽑고 어떻게 운용해 멀티 타이밍을 벌까’였다. 하이브 테크트리가 저그 게이머의 승리에 필수조건이었기에 박태민의 운영은 필수조건으로 이어지는 초석을 닦은 셈이다.

레어 삼지창은 강민과 박정석, 전태규, 박용욱 등 프로토스 게이머의 지배를 정확히 꿰뚫었다. 프로토스는 수비형 프로토스, 비수류 프로토스를 발견하기 전까지 저그의 레어 삼지창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레어 삼지창은 히드라, 럴커, 뮤탈로 대변되는 저그의 대프로토스전 세 가지 선택지를 의미한다. 당시 프로토스는 더블넥서스를 기본 전략으로 가져갔다. 빠르게 앞마당을 가져가고, 수비진을 꾸린 다음, 폭발적으로 병력을 생산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프로토스는 앞마당 이후 템플러, 커세어, 리버 중 한 가지를 골라 진출하고 저그는 그 병력을 막으면 이기고, 뚫리면 지는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박태민은 프로토스의 더블 넥서스에 레어 삼지창으로 응수했다. 앞마당 멀티를 가져가며 프로토스의 테크트리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유닛을 생산하는 동시에 멀티를 가져가는 것이 레어 삼지창의 골자다. 프로토스의 전략을 능동적으로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이전 저그보다 발전적이었다. 상대의 선택에 따라 유닛을 뽑기에 하나의 생산시설(해처리)에서 여러 유닛을 뽑을 수 있다는 저그의 장점을 살렸으며, 각 테크에 맞게 생산시설을 따로 건설해야 한다는 프로토스의 단점을 부각시켰다.

프로토스는 고테크 유닛을 많이 뽑기 위해선 각 테크에 맞는 생산시설을 여러 개 건설해야 한다. 많은 커세어를 위해선 스타게이트를 2개 지어야 하며, 많은 리버를 위해선 로보틱스 퍼실리티를 2개 건설해야 한다. 템플러는 따로 생산건물을 요구하지 않지만, 저테크 유닛인 질럿과 드라군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에 비해 저그는 해처리 하나에서 저테크와 고테크 유닛을 동시에 뽑을 수 있다. 즉, 저그는 히드라리스크덴 1개, 스파이어 1개로 프로토스의 모든 것을 대비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저그는 프로토스가 따라 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생산속도, 테크트리 변환속도를 무기로 삼았다.

   
빠른 히드라로 김택용을 압살하고 있는 이영한. 출처=방송화면 캡처

일반적으로 뮤탈은 커세어에 잡히며, 러커는 로보틱스 퍼실리티에 밀린다. 히드라리스크러쉬는 템플러 앞에서 무력하다. 저그는 물고 물리는 가위바위보관계를 낚시로 해결했다. 정찰을 위해 들어온 질럿에게 히드라리스크덴을 보여주고, 뒤에서 스파이어를 동시에 건설한다. 3해처리에서 저장된 9마리의 라바는 뮤탈리스크가 될 수도 있고, 히드라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프로토스가 템플러 테크트리를 준비한다면, 뮤탈리스크를 만든다. 스타게이트에 힘을 두면 히드라리스크를 생산한다. 프로토스의 가위바위보는 저그의 유연성 앞에서 무력했다.

레어 삼신기는 저그로 하여금 프로토스의 지배를 뚫게 만들었다. 홍진호와 조용호가 세운 기틀에 박성준이 컨트롤을 끼얹고, 박태민이 운영을 재발견해 저그의 대프로토스전 삼지창을 완성했다.

대프로토스전 삼지창은, 대테란전 전략과는 다르다. 저그의 대테란전 비밀병기는 어떠했을까?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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