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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학수, <이건희전> 명예훼손소송 제기

출판사·저자에게 각 4억 원 배상하라며 민사소송

2016.07.18(Mon) 08:45:07

지난 7월 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망설이 돌아 정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루머로 판명나면서 흐지부지 됐지만 이 회장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 회장에 대한 평은 갈리지만 그가 하나의 아이콘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3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삶을 담은 <이건희傳>이 발매됐다. 이 책은 대한민국 경제경영사에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우고 삼성이라는 기업을 배경으로 자국의 경제 패권을 장악한 거대권력의 상징이기도 한 이 회장을 조망하겠다는 의도를 표방했다. 

   
 

그런데 책이 발매되고 난 다음달인 4월경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출판사와 저자 심 아무개 씨를 상대로 각각 4억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비즈한국>이 단독 확인했다. 이 전 부회장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회장은 대표적인 재무통이자 이건희 회장 시기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2인자로 꼽힌다. 이 전 부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년여 동안 비서실장, 구조조정본부장, 전략기획실장으로 재임했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 삼성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맡았다. 이 과정에서 편법증여, 대선자금 등과 관련해 검찰과 특검의 수사까지 받았다. 

그렇게 삼성 오너 일가와 동고동락했던 이학수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10년 삼성물산 고문으로 발령받았고 곧 삼성을 떠났다. 의아한 점은 <이건희傳>에 대해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도 이 전 부회장만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비즈한국DB

물론 책 내용 중 자신을 다룬 내용에 불만을 가졌을 수도 있다. <이건희傳>이라지만 이학수 전 부회장에 대한 내용에도 상당 부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한국>은 이 전 부회장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출판사와 저자도 소송에 대해 함구했다. 

출판사와 저자에 제기한 각 4억 원, 도합 8억 원의 배상액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일반적인 명예훼손에 대한 요구액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액이기 때문이다. 또한 형사소송은 진행하지 않고 민사소송만 진행하는 점도 그렇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학수 전 부회장이 고소인 조사를 받아야 하는 형사소송보다는 변호사를 내세울 수 있는 민사소송을 선호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의 소송 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그룹을 떠나신 분으로 개인차원의 소송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며 “책에 등장하는 분들이 이 전 부회장과 비슷한 고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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