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해 세 차례나 영국 총리를 지낸 스탠리 볼드윈(1867-1947)의 말이다. 우리나라 골프계에 그와 똑 닮은 한 여성이 있다. 1972년생, 올해로 만 44세인 여민선 티칭프로다. 마흔이 넘은 나이가 결코 늦지 않았다는 그녀는 그동안 마음속 깊숙이 품어왔던 꿈들을 하나둘씩 실현시켜가고 있다. 이미 KLPGA·LPGA투어 프로, 골프 티칭프로, 퓨전일식 요리사, 아마추어 복싱 심판의 꿈을 이뤘고 시나리오 작가, 영화배우, 심리상담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노력 중이다. 한시도 쉴 틈 없이 바쁜 여민선 프로를 서울 양재 스포타임스포츠센터에서 만났다.
▲ 스포타임 골프매니저로서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을 교정해주는 여민선 프로. 사진=최준필 기자 |
#뭐니 뭐니 해도 골프가 최고
어떤 분야가 됐든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건 매우 버겁고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있다. 일명 ‘만능 엔터테이너’라 불리는 이들이다. 여민선 프로도 그런 사람이다.
골프, 복싱, 요리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통하는 그녀는 남들보다 두 배, 세 배에 이르는 피나는 노력으로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또 다른 관심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땀을 흘린다.
―도대체 직업이 몇 개인가.
“대학생, 영화배우 지망생, 골프 티칭프로, 칼럼니스트, 심리강사, 세미나강사, 쥬얼리 디자이너, 골프모자 디자이너, 아마추어 복싱 심판, 골프 스트레칭 트레이너, 퓨전일식 요리사…. 여태 한 번도 세어보지 않았는데, 막상 세어보니 모두 열한 개다. 수·목·금요일에는 스포타임스포츠센터에서 골프매니저로, 토·일·월·화요일에는 데이비드레드베터 골프아카데미부산에서 골프티칭 및 심리강사로 일하고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프리랜서다. 프리랜서까지 포함하면 직업은 열두 개다.”
―바빠도 너무 바쁠 것 같다.
“매일 8시간 이상 잠을 자고, 한 시간 이상 커피숍에 홀로 앉아 여유를 즐긴다. 여유로운 거 아닌가. 한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는 직업이 아니라서 이동하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들이 많다. 그 틈을 활용해 부족한 공부를 하고 끼니를 해결하며 지인들을 만난다. 단 한 번도 피곤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일과 공부가 내겐 너무 즐겁고 보람되기 때문이다.”
―굳이 한 가지 직업만 택하라면.
“누가 뭐래도 난 ‘여민선 프로’다. 당연히 골프 아니겠는가. 열한 개의 직업 중 골프와 연관되지 않은 직업이 없다. 골프 레슨할 때 스트레칭을 강조하는 편인데 복싱이 스트레칭을 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더라. 그래서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고, 열심히 하다보니 아마추어 복싱 심판 자격증을 따 매년 몇 차례 심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투어 프로를 하면서 몸에 좋은 음식들을 자주 챙겨먹었고, 스윙으로 인해 손의 감각이 예민하다보니 칼질 솜씨가 좋아 퓨전일식 요리사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영화배우를 지망하는 것도 액션 쪽이다.”
▲ 골프, 복싱,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민선 프로. 사진=여민선 프로 제공 |
#골프는 멘털 게임이다
세계적인 골프 티칭프로들은 골프를 멘털 게임이라고 말한다. 여민선 프로도 이 말에 100% 공감한다. 그녀가 데이비드레드베터 골프아카데미부산에서 학생들의 심리 상담을 해주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심리전문가가 되기 위해 마흔셋에 대학 학부에까지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심리학 석·박사 학위도 취득할 예정이다.
―너무 늦게 시작한 것 아닌가.
“실력은 빼어난 데 반해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여럿 봐왔다. 그들의 공통점은 가정환경이 좋지 않거나 어떠한 고충이 있다는 점이었다.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자주 해줬더니, 그 말에 위안을 받은 것인지 조금씩 성적이 좋아지더라. 그리고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하나둘씩 해결될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성적이 향상됐다. 골프가 멘털 게임이라는 것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으나, 그 심각성은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학생들의 심리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앞으로 심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보다 전문적인 상담을 하고자 한다.”
―늦은 공부가 어렵지 않나.
“솔직히 재미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많이 늦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에는 왜 그토록 공부가 재미없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처럼 공부가 재미있었더라면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골프의 길을 걷게 된 걸 후회하는 건 아니다. 젊은 학생들과 같은 강의실에 앉아 공부할 수 있어 더욱 재미있다.”
―‘나에게 맞는 골프’로 동영상 레슨과 강의를 한다.
“골프는 수학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건 골프 스윙에 정석이란 없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유연성과 체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맞는 스윙법을 찾아줘야 한다. 투어 프로의 스윙을 유심히 보면 저마다 스윙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프로골퍼전문대학(PGCC)에 다닐 때 한 교수가 그린에 꽂힌 바늘을 맞히는 수업을 진행했었다. 이 수업을 받고 나서 퍼팅을 하니 잔디의 한 올 한 올이 모두 시야에 들어오더라. 하지만 같은 수업이 거듭되자 신경이 너무 예민해져 멘털이 무너지는 선수가 더러 나타났다. 나 또한 그런 학생 중 한 명이었다. 모두에게 완벽한 레슨은 없다.”
―스윙은 엉망이나 성적이 좋은 아마추어 골퍼가 레슨을 의뢰하면.
“스윙에 정석은 없지만 완벽한 스윙은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수많은 티칭 프로들이 투어 프로처럼 스윙을 하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레슨을 하는 데 가장 어려운 대상은 이미 자신만의 스윙이 몸에 익은 아마추어 골퍼들이다. 초보 골퍼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래서 그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샷은 어드레스와 같은 임팩트를 재현할 때 나온다’고 조언한다. 스윙은 조금 엉성하더라도 임팩트 시 볼만 제대로 맞으면 된다.”
―<비즈한국>을 보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조언 한마디 한다면.
“수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골프는 정적인 스포츠라서 부상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거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연습장에서나 필드에서나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라운드를 하기 전 캐디의 스트레칭을 대충 따라하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상의 위험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스포츠가 골프라는 걸 알아둬야 한다. 고관절의 유연성을 요하는 스포츠라서 스트레칭은 비거리 향상에서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슬라이스에서 탈출하고픈 골퍼라면 <비즈한국> 홈페이지에 게시된 ‘나에게 맞는 골프’ 동영상 레슨을 보고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 연습해보길 권한다.”
▲ 여민선 프로는 아마추어 복싱 심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여민선 프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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