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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 ‘이송’도···‘취업깡패’ 이과생의 고민

2016.07.14(Thu) 10:41:23

‘문송(문과여서 죄송합니다)’뿐 아니라 ‘이송’도 해야 하는 시대다. 점점 어려워지는 취업시장 얘기다. 10%대의 높은 청년실업률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 논란의 중심에는 늘 인문계열의 위기가 있었다. 그러는 사이 이공계 학생들에겐 어디든 지원하기만 하면 합격하는 ‘취업깡패’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토로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김서현 씨(21)는 최근 PEE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전공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라는 그가 같은 과 학생들 대다수가 염두에 두는 연구원 대신 다른 길을 선택한 이유는 취업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지나치게 험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는 “우리 과의 경우 입학 순간 ‘대학원 나와서 연구원’이라는 한 가지 길로 진로가 거의 정해지는데 특히 남자는 연구원이 되기까지 군대 2년을 포함하면 학부 4년, 석사 2년, 박사 6년까지 무려 14년 정도가 걸린다. 박사 과정 이후 경력도 쌓고 수입도 벌기 위해 대학과 연구소에서 포스트닥터(Post doctor) 생활을 한다지만, 대우도 좋지 않고 제대로 연구해볼 기회도 충분치 않은 걸로 안다”고 토로했다.

   
이공계생에겐 연구원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김 씨와 같은 이공계 학생들은 진정한 취업깡패는 의약계열, 공과계열에 한정될 뿐 모든 이과생들의 얘기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생물학과, 물리학과 등의 자연과학계열의 경우 인문계보다 취업 사정이 크게 나을 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2월 말일 기준 자연계열 취업률은 63.6%로 57.3%인 인문계열에는 앞서지만 80.8%인 의약계열, 공학계열 73.1%에는 크게 뒤처진다.

어학점수, 대외활동 등의 정량적 스펙이 인문계열 학생들보다 비교적 떨어지는 자연과학계열 학생들은 대기업 취업 준비에도 난관이 많다. 최근 삼성, LG, CJ, SK 등의 대기업이 자체 인·적성 검사에 한국사, 한자, 시사상식 등 인문학적 소양을 판단하기 위한 문항의 비율을 높이는 분위기도 이들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점점 더 많은 자연과학계열 학생들이 취업률이 높은 의약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PEET를 준비하는 추세다. 얼마 전 접수를 마친 2017학년도 PEET 접수자는 1만 6127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 중 25.8%에 달하는 접수자가 생물계열 출신이다.

앞서의 김 씨는 “(의·치전원 축소로 인해) MEET(의학교육입문검사)와 DEET(치의학교육입문검사)를 준비하던 사람들도 PEET로 몰리고 나와 같은 자연계열 지원자도 늘다보니 경쟁률이 점점 치열해져 이마저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생 학문을 전공하는 이공계 학생들은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공계열 취업에서 애매한 학문적 특성이 발목을 잡는다고 말한다. 공간정보공학을 전공한 한 아무개 씨(28)는 “최근에 만들어진 융·복합 학문을 전공한 경우, 공기업이나 대기업 지원 시 맞는 직무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보니 공무원을 준비하거나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을 통해 직무경험을 쌓아서 그를 바탕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이마저도 안 되면 전공과 무관한 영업직이나 은행 쪽을 지원하는데 그때부터는 문과생들과 경쟁해야 되기 때문에 이에 맞는 스펙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도 전공에 맞는 대기업을 찾지 못해 인문계형 스펙을 급히 만들어 영업직과 은행에 지원했었다”며 “일명 ‘전화기’(전자·전기공학, 기계공학, 화학공학)의 경우 여전히 수요가 크기 때문에 솔직히 취업이 잘되는 편이지만 나와 내 동기와 같은 비주류 이과생들은 경제·경영학과 학생들보다는 확실히 취업이 어렵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김대원 커리어넷 이공계 전문 컨설턴트는 “상담을 해보면 많은 이공계생들이 연구개발 쪽을 희망한다고 말하지만, 정확히 어떤 직무들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본인의 전공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이것이 직업세계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 김 컨설턴트는 “대기업의 경우 이공계생들도 토익 900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750점 이상은 돼야 무난하다”며 “그러나 기업이 이공계열 구직자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은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인 만큼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표현력, 자기 경험을 상세하고 적절하게 녹여내는 기술 등을 반드시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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