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지난 8일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커졌다. 한국의 경제의존도가 절대적인 중국이 경제 보복을 단행한다면 직격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한·중 양국 경제 상황을 미루어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낮게 관측하면서 근거 없는 위기감 조성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밴달 미8군사령관이 8일 국방부에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합의 결정 사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국방부 |
# 분노한 중국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가 결국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포석이라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최대 1000km에 달해 한반도 어느 지역에 설치하더라도 중국의 일부 지역을 관측할 수 있다. 중국 내 미사일 이동 상황 등 군사 전력 탐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중국 외교부는 사드 배치 결정 직후 “미국과 한국이 중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들의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사드의 반도(한반도) 배치를 선포했다. 중국은 미국과 한국이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훼손하는 일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방어 필요성을 훨씬 뛰어넘는 결정으로 이에 대한 어떤 변명도 군색하다”며 비난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한국 정치인과 정부, 기업 인사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공동대응을 하는 등의 5가지 대응조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자국에 대한 한국의 높은 경제 의존도를 무기로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중국은 한국 수출 비중의 26%, 수입 비중의 20.7%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교역 1위 상대국이다.
중국은 이미 수차례 정치·외교적 문제로 경제 보복을 한 전례가 있다. 2000년 한국 정부가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냉동 마늘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배 이상 올린 데 따른 보복 조치로 한국의 주요 대중 수출품인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결국 한국 정부는 한 달 만에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
또 지난 2010년 10월에는 반체제 인사 류사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에 연어 수입 중단으로 보복했다. 2012년엔 센카쿠 열도 분쟁 상대국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로 대응한 바 있다.
# ‘속 다르고 겉 다른’ 미·중 관계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대적인 경제보복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지난해 기준 중국이 한해 대미 무역 흑자로 벌어들이는 돈은 무려 한화 430조 원이다. 미국 역시 엄청난 ‘중국 달러’를 자국으로 환류시켜 재정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미·중 관계는 겉보기와 달리 아주 좋다”며 “학계에서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중 간 내부 조율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남수중 공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역시 “현재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와중에 경제 보복으로 한국과 갈등이 심화되면 공산당 창건 100주년(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모든 국민이 중산층 수준을 유지하는 것) 사회의 달성이란 중국 공산당의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비자 발급을 지연해 방한하려는 중국인 관광객 수를 조절하는 등의 간접 제재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 액션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마늘 관세 문제로 한국에 경제 보복을 했을 당시 중국 정부 역시 상당한 피해를 본 바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은 올해 2월에도 불거졌다. 하지만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방중 이후 오히려 양국 간 경제 협력은 더욱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에 상응하는 플랜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사드 체계 배치 논의가 확인된 지난 2월 유일호 부총리는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무장관,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를 잇달아 만나며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를 진정시켰다.
당시 유 부총리는 20개월이나 남은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을 조기 논의해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고,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을 합의하는 등 구체적인 협력 성과를 거뒀다.
▲ 사드 요격 체계. 출처=국방부 |
# 한·중 투자, FTA 후 급증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을 주장하는 쪽에선 한·중 양국이 상대국을 향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양국의 직접 투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양국 간 교역은 오히려 활발해지고 있다. 13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우리나라가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22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2% 늘었다.
지난 2004년 62억 5000만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급격하게 줄었던 한국의 중국 투자액은 2012년(30억 7000만 달러)부터 조금씩 늘다가 지난해 말 한·중 FTA가 체결된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시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의 한국 투자도 상승세다. 코트라 집계 결과, 상반기 신고 기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살펴보면 중국은 7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79.5% 증가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현대차는 충칭공장과 창저우공장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중소기업도 위축된 국내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중국 시장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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