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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터 신촌 ‘맑음’, 높은 임대료 홍대 ‘흐림’

2016.07.13(Wed) 08:57:36

지난 주말, 물총축제를 시작으로 2016년 신촌 축제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오는 14~15일에는 맥주축제, 그 다음 주인 23~24일에는 워터슬라이드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강북 최고 상권이라는 타이틀을 홍대 상권으로 넘겨줬던 신촌·이대 상권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신촌물총축제 현장. 사진=최준필 기자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에 둘러싸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상권은 2000년대 이전에는 명동, 종로와 함께 서울 강북에서 제일 잘나가는 상권으로 꼽혔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신촌을 떠났고, 바로 옆 동네인 홍대 상권이 뜨기 시작하면서 신촌 상권은 그야말로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듯 고전을 면치 못했던 신촌 상권이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영업자 간 점포거래소 ‘점포라인’에 따르면 올해 신촌·이대 상권 평균 권리금이 9398만 원으로 지난해 기록했던 8030만 원에서 17.04%(1368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월세도 지난해 3.3㎡당 5만 3100원에서 73.2%(3만 8900원) 오른 3.3㎡당 9만 2000원선으로 껑충 뛰었다.

전문가들은 신촌 상권이 최근 2∼3년간 시설 정비를 통해 상권 환경이 쾌적해졌고, 주말마다 차량이 통제되는 ‘걷고 싶은 거리’와 백화점과 극장 등 확실한 랜드마크 시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촌의 부활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신촌 일대 상인들이라는 평가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각종 축제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비자들이 다시 신촌으로 몰려들면서 떠났던 상인들도 하나둘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반면 홍대 상권은 역대 최저 수준의 권리금을 기록하는 등 경쟁력 감소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점포라인이 올해 5월 말 기준, 자사DB에 매물로 등록된 홍대 상권 소재 점포 167개를 조사한 결과 평균 권리금은 전년(9341만 원) 대비 10.84% 하락한 8328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구축이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물 수도 이미 전년도(244개)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는 2010년 6만 8500원을 기록한 이후 6년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말 기준 홍대 상권 월세는 3.3㎡당 11만 원으로 이는 통계 구축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마포구에 따르면 2호선 대로변 일대와 ‘홍대걷고싶은거리’의 3.3㎡당 보증금은 392만 1000원, 월세는 20만 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업종의 소형점포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홍대 상권에 대기업 플래그숍과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집중적으로 진출하면서 임대료가 계속 오르자 수익률 제고에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점포를 내놓고 상권을 떠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홍대 상권은 좁은 면적에 소형 점포가 집중돼 있어 집객력이 우수했던 곳이지만 최근 수년간 상권 자체가 발달하면서 상권 범위와 점포 규모가 자연스럽게 커졌다”며 “이것이 임대료 상승과 집객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핵심 거리에 속하지 않은 일부 상가에서는 공실이 발생하는 등 상권 경쟁력이 감소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래도 아직까지 홍대는 홍대다. 인기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촌에서 닭갈비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 아무개 씨(47)는 “물총 축제 인근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 매출도 덩달아 오르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결과는 매출과 전혀 상관없었다. 물총 축제가 끝나고 먹고 즐기는 것은 다시 홍대로 간다고 하더라. 놀기는 신촌에서 놀고 정작 돈 쓰는 곳은 홍대라는 말을 들으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합정역 인근에서 초밥전문점을 운영하는 신 아무개 씨(60)는 “물총 축제를 즐기고 방문한 손님들로 인해 평소보다 매출이 30% 정도 증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홍대 상권은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으로 지역문화 예술인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홍대만의 특색이 사라지면서 상권이 침체되는 곳도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 홍대 인근에서 벌어지는 홍대문화관광축제 모습. 출처=마포구청

구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가 임차인들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갱신기간이 5년이지만 계약 2년 만에 인테리어 원상 복귀 후 내쫓기는 사례가 있었고, 일부 기획부동산이 건물을 관리하면서 재계약을 유도해 권리금을 올리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의견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는 이번 홍대 지역 임대료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료 분석을 마친 후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종합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이번 임대료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와 임차인들의 건의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더 이상 홍대 지역이 갖고 있는 독창적인 문화가 상실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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