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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부터 울린 고령화 경고음, 일본 따라 가는 한국

국민평균연령 40세, 변화도 희망도 없는 사회로?

2016.07.08(Fri) 09:06:16

“일본도 고령화 사회가 올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무거운 흐름을 바꿀 방법은 없었다.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10년 전쯤이다. 한국의 고령화 문제를 두고 한 일본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한국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면 일본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본에선 고령화의 경고음이 언제부터 제기됐을까. 국내 언론 보도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1968년 ‘일본’과 ‘고령화’라는 키워드가 처음 만난다. 원폭 피해의 후유증으로 사람들이 새삼스럽게 사망하면서 고령화의 위험이 고조됐다는 내용이다. 최근 의미로 고령화를 담은 보도는 지금부터 47년 전인 1970년에 처음 등장한다. ‘1회 한일경제 경영심포지엄’에서 일본의 경제성장률에 비해 고령화·고학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노동력 부족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 보도를 기점으로 고령화에 대한 경고는 꾸준히 제기된다. 1980년대 들어선 일본의 고령화 속도가 영국의 2배, 프랑스의 5배가 넘는다며 정년 연장 논의가 한창 제기됐다. 1990∼2000년대는 고령화에 따른 개호·연금 문제가, 2010년대에는 사회의 활력 저하와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에 보도의 초점을 맞췄다. 고령화를 다루는 시각은 달라도 일본은 고도성장을 일구던 시절부터 고령화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다. 일본은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지난 6월 30일 일본 총무성은 일본 인구 1억 2711만 명 중 65세 이상이 3343만 명(26.7%)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연구를 보면 2060년이면 일본의 인구는 8747만 명으로 지금보다 4000만 명 정도 감소한다. 일본은 이제 고령화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단계가 지났다. 고령화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대처하는 수밖에.

그렇다면 한국에선 고령화 경고가 언제부터 제기됐을까. 한국 언론에서 고령화란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은 1974년이다. 도시 집중화로 농촌 인구가 늙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다 1970년대 후반 들어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2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과 불과 10년 차이다. 식당 여종업원을 부르던 호칭이 1970∼1980년대 ‘아가씨’에서 어느새 ‘이모’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지도 벌써 20년은 흘렀다.

일본의 전체 평균 연령은 2016년 기준 46.5세다. 한국의 전체 평균 연령은 40.3세(2015년 기준). 2030년엔 46.2세로 현재 일본과 비슷해진다. 앞으로 14년 뒤엔 우리가 보는 ‘늙은 일본’이 한국의 모습일 것이란 얘기다. 10년째 ‘국민MC’로 국내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유재석 씨(44)를 볼 때마다 30년째 일본 최고의 MC로 군림하고 있는 아키시야 산마(61)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회가 늙으면 그만큼 익숙한 것에 적응해가기 마련이다. 세대교체와 같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단 소리다.

지난 6월 30일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세상을 떠났다. 토플러는 15년 전인 2001년 한국을 향해 “저상장 굴뚝산업에 매달려 일본을 따라 갈 것인가”라고 물었다. 당시 질문에 누군가 즉답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 15년간의 한국 경제의 성장경로와 사회의 변화를 보면 한국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은 한국은 노동·기술 집약적 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성장을 일궜다. 덕분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 부족과 고령화, 사회의 활력 부재, 잃어버린 성장 동력이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발밑은 못 보고 앞만 바라보고 뛰다 넘어진 일본과 같은 길을 내달리고 있다.

한국도 알고 있다. 이미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이대로 있다간 희망 없는 사회가 될 거라는 걸. 국민과 정부·기업, 모두 모를 리 없다. 다만 미래의 큰 위험보다는 당장의 작은 이익에 더 끌릴 뿐이다. 이대로라면 한국도 결국 일본처럼 활력 없는 사회로 전락하고 말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소자화 현상은 우리 사회의 선택과 행동이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물이다.

단기간에 바꿀 수 있을 리 만무다. 한국을 디자인하고 끌어나가는 정부와 기업이 바뀔 생각이 없다면 개개인 각자가 고령화에 대비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령화 사회를 맞을 것이냐, 막을 것이냐, 아니면 이를 받아들이고 대처할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한국은 아무런 선택도 못하고 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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