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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 후계? LF·보령 오너일가 성씨 바꾼 까닭

구본걸 여동생, 남편 따라 이 씨로…김은선 외아들 엄마 따라 김 씨로

2016.07.08(Fri) 10:42:34

성씨를 바꾸는 일은 어렵다. 이름을 바꾸는 것과 그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재계 총수일가 중에서도 성씨를 바꾼 사례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구본걸 LF(옛 LG패션) 회장의 여동생 구은영 씨는 남편의 성인 이 씨로 개명해 이은영 씨가 됐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아들인 유정균 씨는 어머니의 성인 김 씨로 바꿨다. 사연이 없을 수가 없다.

   
▲ 구본걸 LF 회장(왼쪽)과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출처=각 사

이은영 씨는 고 구자승 LG상사 전 사장과 홍승해 씨 슬하 3남 1녀 중 외동딸로 구본걸 LF 회장의 친동생이다. 이 씨는 타고난 성인 구 씨를 지켜오다 2013년 3분기 중 현재의 성씨로 개명했다. 구자승 전 사장의 유일한 딸이 성을 바꾼 것에 대해 가족 간 불화 아니냐는 관측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LF 측은 “이은영 씨는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생활한 미국 시민권자다. 이 씨 성을 가진 재미교포와 결혼하면서 현지에서 여성이 결혼을 하면 남편 성을 따르는 관습상 성씨를 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족 간 불화설은 억측이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성을 바꿨지만 LF와 관련 회사들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으며, 배당이 발생할 경우 배당금도 수령하고 있다. 7월 현재 LF 지분 2.2%를 보유해 남매지간인 구본걸 회장(18.32%)과 구본순 전 고려조경 회장(8.55%)에 이어 개인으론 세 번째로 지분이 많다. 이 씨는 LF 계열사인 아동복 전문기업 파스텔세상의 지분도 17.83% 보유해 개인으로선 최대주주다. 다만 LF네트웍스의 경우 이 씨는 모친 홍승해 씨(15.7%)에 이어 2대 주주였으나 2013년부터 지분을 매각해 현재는 지분을 거의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보령제약그룹 사례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과 고 박만엽 씨 슬하 딸 넷 중 맏이다. 김은선 회장은 남편과 사별했고 외아들인 김정균 이사는 2010년부터 아버지 성 씨인 유 씨에서 어머니 성씨인 김 씨로 개명했다. 김은선 회장은 김 이사 외에 딸도 있지만, 딸까지 성을 바꿨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3세 경영 후계 구도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이사가 성을 바꿔 김승호 회장으로부터 이어져 온 적통을 강화하고, 이후에라도 생길 수 있는 김 이사와 이종사촌 간 경영권 분쟁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교통정리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령제약그룹의 지주사 ㈜보령 보유 지분이 10%에 그쳤던 김 이사는 성씨를 바꾼 2010년부터 지분이 25%로 크게 늘어났다. 현재 어머니 김은선 회장의 45%에 이어 개인으로선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김 이사의 성씨 변경은 총수일가가 뜻을 모아 결정된 사안으로 안다.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됨에 따라 전혀 문제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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