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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 수사, 정운호 ‘자랑’이 일으킨 나비효과

지난해 말부터 ‘카더라’…정 전 대표 수사 확대에 ‘덜컥’

2016.07.04(Mon) 21:00:01

“죄송합니다. 검찰에서 모두 밝히겠습니다.”

지난 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브로커 한 아무개 씨와의 관계 등 예민한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고령(73세)의 신영자 이사장을 상대로 16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조사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신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롯데 오너 일가 중 첫 영장 청구인데,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신 이사장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나비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배경을 따라가 본다.

   
▲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7월 1일 서울중앙지방검에 출석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와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더라. 둘이 친분이 있다던데 돈 거래가 있었다더라.”

지난해 말부터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에서 떠돌던 첩보다. 구체적이지 않은 ‘설’에 불과했다는 게 대검찰청 관계자의 설명. 그러다보니 ‘명동에서 장사를 하며 성장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신영자 이사장이 투자를 한 게 부풀려진 것’이라는 해석이 덧붙어 돌아다니기도 했다.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설명도 없고, 범죄 혐의조차 추정할 수 없는 ‘카더라’였던 탓에 당시 수사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선 두 사람의 관계를 팩트(사실)대로 정리해보자. 정운호 전 대표가 신영자 이사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2년 11월. 중국 마카오에 도박을 하러 가는 여행길에서 소개받았다. 신 이사장의 측근인 브로커 한 아무개 씨가 이 만남을 주선했는데, 정 전 대표는 브로커 한 씨를 끼고 신 이사장 장남 소유 회사 BNF통상과 계약을 맺었다. 롯데면세점에 더 넓고 좋은 자리를 네이처리퍼블릭에 내주는 조건으로 돈을 건네기 시작한 것.

이 사실관계가 검찰의 첩보로 들어가게 된 것은 정운호 전 대표의 허세에서 비롯됐다. 브로커 한 씨를 통해 신영자 이사장과 알게 된 정운호 전 대표가 “롯데면세점 매장 관련 청탁 명목으로 신 이사장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취지의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녔기 때문. 정 전 대표의 지인은 “정 전 대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던 얘기”라며 “평소 그가 술 먹고 자랑하던 이야기들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이 내용 중 ‘신영자 이사장과 정운호 전 대표가 가까운 관계라더라’로만 알고 있었다.

때문에 둘의 관계를 ‘추정’한 내용의 첩보는 수사로 확대되지 않았다. 해외 원정도박으로 정운호 전 대표가 수사를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첩보는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운호 전 대표가 변호사 수임료를 놓고 최유정 변호사의 팔목을 비틀면서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다. 최유정 홍만표 등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이름이 사건에 붙기 시작하면서 검찰은 정운호 전 대표를 다시 구속시켜 놔야 했다. 그러다보니 정 전 대표의 각종 범죄 혐의를 모두 ‘털’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신 이사장은 주변에 지인들에게 “정운호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에 대한 기사가 노출되는 만큼 롯데그룹도 바빠졌다. 롯데그룹 법무팀은 지난해부터 은밀하게 서울중앙지검이 어떤 첩보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정운호 전 대표와 신영자 이사장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브로커 한 씨가 지난 5월 검거되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수사 타깃으로 선정한 신 이사장에 대한 각종 범죄 혐의를 모두 들춰내기 시작했고, 네이처리퍼블릭 외에 각종 업체로부터 ‘자리 명목’으로 신 이사장이 뒷돈을 받아낸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이 신영자 이사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배임수재 등. 초밥 프랜차이즈 업체 등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면세점과 백화점에 좋은 자리를 내줬다는 것인데, 검찰은 신 이사장이 그렇게 받아 챙긴 뒷돈이 3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이사장은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임직원들을 시켜 조직적으로 말을 맞췄다”며 “뒷돈 규모를 떠나 죄질이 좋지 않다”고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신 이사장이 검찰 소환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는데, 원래 혐의를 놓고 다툴 경우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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