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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김빠진 사이다’ 서영교 의원

사이다 아줌마에서 갑질 6관왕까지

2016.06.30(Thu) 16:27:42

   
▲ 출처=위키백과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영교라는 정치인을 좋아했다. 통칭 ‘사이다’로 통하는 그녀 특유의 시원시원함은,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조차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 국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 회의장의 마이크가 꺼지더라도, 서영교 의원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끄지 않은 것처럼 회의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렸다. 나는 그녀의 화법만큼이나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정치 스타일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최근 서 의원을 둘러싼 의혹들은, 그녀의 시원함이 다 상쇄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 6월 30일 당무회의에 출석하는 서영교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1. 논문 표절(Plagiarism)

논문 표절의 일반적인 기준은 대략 다음과 같다. ‘여섯 단어 이상의 무단 인용’,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 일치’, ‘생각의 단위가 되는 명제 혹은 데이터가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한 경우’ 등.

그런데 서영교 의원이 2007년도에 제출한 석사논문을 보면, 제5장의 153개 문장 중 무려 79개(51%)의 문장이 2003년 연세대 행정대학원에 제출된 임 아무개 씨의 석사논문과 유사하다. 학계에서도 ‘기술적 표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서 의원 본인도 인용법 무지로 봐달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적어도 논문 표절에 관해서는 단순 의혹이 아니라는 뜻이다.

 

2. 보좌진 월급 상납

세액공제를 위한 보좌진들의 자발적 납부였다는 해명을 보고 다소 어이가 없었다. 후원금은 연 10만 원까지만 전액 공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를 훨씬 초과한, 연간 후원 가능액을 꽉 채운 기부가 과연 자발적인 것이었을까? 과도한 충성심의 발로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명이 아닌 전체 보좌진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했다는 건 경험칙에 비추어봐도 이상한 부분이 많다. 아마 대다수의 국민이 볼 때, 이는 위계에 의한, 그리고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급여 착복으로 보일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이 지역 사무실까지 운영하다 보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비용을 보좌진이 충당해야 할 의무 따위는 없다. 같은 당의 모 의원은 무급 인턴들에게도 최저 임금을 지급하며, 또 어떤 의원은 자신의 사비를 들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보좌진을 돕는다. 어느 쪽의 충성심이 더 높을지, 또 어느 쪽이 좋은 국회의원인지는 너무도 명확해 보인다.

 

3. 족벌주의(Nepotism)

가족 채용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회계를 담당하는 행정비서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수행비서의 경우,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가족을 채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례없는 구직난으로 인해, 작금의 국민 정서는 이를 용인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뿐만 아니라 서 의원은 예전부터 이런 식의 채용 특혜를 비난해왔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윤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최전방에 서서 저격수를 자청하던 그녀였기 때문에, 이중 잣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1명도 아니고 3명이다(5급 비서관: 동생, 회계 책임자: 오빠, 유급 인턴: 딸).

일각에서는 고작 손님들 찻잔이나 내고 설거지나 하는 인턴 자리가 뭐 대수냐고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주변에서 보고 들은 사실을 종합해서 말하건대, 이는 무지에서 기인한 폭언이다. 유급 인턴이 아니라 무급으로 일하는 입법 보조원들도 똑같은 업무를 본다. 대정부 질문이나 국정감사라도 있는 날에는, 그들도 밤잠을 설쳐가며 일을 하는 의원실의 식구다. 대다수의 인턴들이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청년들이 무급 인턴조차 되기를 갈망한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딸이 ‘PPT귀신’이라서 채용한 거다”라는 서 의원의 해명을 듣고는 정말 화가 났다. 해명보다 더 화가 난 것은, 국회에 PPT 잘 만드는 사람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서 의원을 옹호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는 사실과 크게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드는 거다.’ 의원실에서 만드는 PPT는 대학교 교양수업 발표를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용 전달에 방해가 되는 화려한 템플릿 및 효과 사용은 최대한 지양한다. 흰 배경에 글자나 차트만 띄우는 게 전부인 이곳에 ‘PPT귀신’은 필요 없으며, 있던 귀신들도 다 조용히 지낸다.

한 발 더 나아가, 서 의원은 급여는 기본급 수준이었고 이마저 후원금으로 돌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더 심각한 문제다. 딸이 아닌 인턴에게 동일한 처사를 했다면, 노동법 위반임과 동시에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딸이니까 문제가 없다는 소리인데, 무급으로 일하는 딸이 국고를 받게끔 한 것 자체가 문제다. 서 의원은 이에 대해서 전혀 지각하지 못하는 듯하다.

 

4. 가족주의(Familism)

또 다른 논란은, 변호사 남편을 고위 판검사들과의 회식 자리에 불렀다는 것이다. 그녀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지방 판검사들과의 회식에 서울 변호사가 무슨 덕을 보겠느냐?”고 주장하지만 지방에 가 있는 고위 판검사들은 수년 이내에 다시 수도권으로 들어오므로, 추후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렇듯 계속해서 드러나는 가족주의적 행태에 서 의원과 남편인 장유식 변호사는 대중의 숱한 질타를 받았고, 장 변호사는 본인의 SNS에 해명하는 글을 게재했다.

   
▲ 출처=장유식 변호사 페이스북

양측의 의견이 이토록 상이한 것을 보면, 어느 한쪽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장유식 변호사의 해명이 조금 더 신빙성 있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논란들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나 사과는 없었으며 ‘사려 깊지 못했다’는 말이 전부였다. 현재 사태의 본질은 회피하고, 부수적인 사안에 대한 억울함을 읍소 하는 것에 가까웠던 셈이다. 이게 과연 올바른 대처였을까? 나는 장유식 변호사의 해명글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고 생각한다.

 

5. 변명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사과에 익숙하지 않다. 그들은 언제나 거악(巨惡)에 항거해왔으므로, 본인이 범한 소악(小惡)에 대해서는 죄의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사과가 아닌 변명을 한다. 자신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기 급급하며, 누군가가 자신을 음해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마지막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 늘어놓는다.

타인의 죄과가 본인의 죄과를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그녀가 일찍이 잘못을 시인하고, 변명이 아닌 사과를 했다면 어땠을까? 재빨리 뚜껑을 닫았다면 사이다에 탄산이 조금은 남아 있지 않았을까? 이제야 뚜껑 닫아봐야, 사이다 속 탄산은 이미 다 빠져나간 것 같다. 그리고 김빠진 사이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태훈(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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