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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다리 건너 진짜 부산으로: 부산 영도

2016.06.30(Thu) 09:09:27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부산 국제시장에서 자갈치 시장을 거쳐 바다 쪽으로 향하면 바다 건너 가파른 산자락 같은 동네에 공장과 아파트, 부두와 그에 기대 쉬고 있는 육중한 배들의 풍경이 눈앞에 가득 찬다. 항구도시 부산에 왔음을 거듭 일깨워주는 이 광경이 ‘영도’와 마주한 첫 장면이다.

해발 395m의 봉래산을 중심으로 바다를 향해 거친 지형을 내뻗은 섬이면서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부산의 오랜 버팀목이 되어준 영도. 부산이 익숙지 않은 여행자라면 자동차로 다리 하나를 금세 넘어 도착하기에 섬이라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있다. 그러나 이미 잘 알려진 부산의 면모와는 또 다른 이야기와 풍경을 이곳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글·사진 남기환 여행작가

 

   
▲ 영도대교는 여전히 다리를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추억을 끌어모은다.

# 영도다리에 서린 ‘덕수 아재’들의 추억

영도는 모두 4개의 다리로 부산 본토와 연결되어 있다. 그 가운데 자갈치 시장 바로 옆에서 뻗어나간 영도대교는 ‘영도다리’라는 이름으로 부산 시민들에게 더 익숙한 명물이자 부산의 대표 명소로 통한다. 한국전쟁 당시 흥남부두를 떠나 금순이를 애타게 찾던 실향민이 국제시장 장사치로 연명하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외로이 뜬 초승달을 보며 눈물짓던 ‘굳세어라 금순아’의 그 다리이다.

사실 어항이자 선박 수리소가 들어서 있던 영도에 사람들이 몰려든 건 이때부터다. 흥남부두를 떠난 피난민들이 남행을 거듭해 마지막으로 닿은 곳이 영도였다. 딱히 갈 곳도 없고 집도 없던 많은 실향민들은 영도에 집을 구하거나 이 다리 아래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 그리고 자갈치 시장 쪽 영도다리 아래를 중심으로 헤어진 가족을, 혹시 다른 배편으로 영도로 왔을지 모르는 부모와 형제, 자식을 찾는 피난민들이 매일같이 몰려들었다. 이들의 답답한 속내를 들어주는 ‘점집’들이 다리 아래 속속 자리를 튼 것도 이때부터.

이 ‘영도다리 점집(점바치 골목)’의 진풍경은 한동안 계속되었지만 영도대교 보수 공사가 시작될 즈음부터 한 집 두 집 떠나더니 이젠 거의 남지 않았고 대신 그 자리에 수변 공원이 들어섰다. 이 다리 하나에 얽힌 한국 현대사의 장면들은 아이들에게는 교과서 어디에서도 쉬 찾아보기 힘든 생생한 현장 경험이 될 것이다.

영도대교는 1934년 11월 일제강점기 당시에 부산 본토와 섬인 영도를 연결하는 다리로 처음 완성되었다. 영도대교가 개통 당시부터 ‘명물’ 대접을 받은 건 도개교라는 이유가 큰 몫을 했다. 대교 상판보다 높은 큰 배가 지나가면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다리의 중심부가 하늘로 번쩍 들어 올려지는 구조였다. 자료에 따르면 하루 6번 정도 상판을 올렸다고 하는데, 도개교로서의 기능은 1966년 이후 멈췄다. 그 뒤 안전을 이유로 오랜 보수 공사를 거쳤고, 마침내 도개교로서 제 구실을 다시 하게 되었다.

물론 다리 상판의 높이는 전에 비해 훌쩍 높아져 어지간한 배는 그 아래로 충분히 지나가지만, 영도대교의 상징성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오후 2시부터 15분 동안 다리를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 광경이 부산의 인기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육중한 상판이 75도 각도까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장관을 보기 위해 다리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 광경을 꽤나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덕수 아재’들의 모습도 쉽게 만나보게 될 것이다. 영도대교는 도개교로서의 볼거리 이상의, 부산의 옛 시간과 역사를 지닌 곳으로 영도 여행의 첫 단추를 꿰어야 뚜렷한 이유를 간직하고 있다.

 

   
옛 정취가 남아 있는 흰여울마을(1)과 그 아래로 보이는 바다, 태종대(3)와 복천사(4)도 빼놓을 수 없다.

# 아직 남은 옛 마을과 아슬아슬 바닷길도 걸어보자

영도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부산에서 유난히 옛 모습을 남겨놓은 몇몇 지역들 가운데 하나이다. 영도 사람들이야 내심 불만스러울지도 모르나 그 덕분에 30∼40대의 여행자라면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을 옛 동네의 풍경이 여전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빠 어렸을 때 집이 어땠냐 하면”이라고 수십 번 말해봐야 영도의 마을길을 같이 손잡고 거니는 효과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 옛 동네의 정취를 맛보려면 영도의 최고봉인 봉래산(해발 395m) 아래 자락의 사찰 복천사를 중심으로 천천히 남서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된다.

가파른 산사면을 따라 어디서도 보기 힘든 풍광을 완성한 이 절을 둘러본 뒤 접어든 아랫마을은 좁은 오르막길을 크게 손대지 않은 채 다닥다닥 붙은 소박한 집들로 가득하다. 영도는 섬 지형 때문에 이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유난히 반복된다. 그래서 때론 이웃의 옥상을 발아래 두는가 하면 또 누군가의 아랫층과 시선을 나란히 하기도 한다. 이 집들 지붕 저 너머로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의외의 풍경을 선사한다.

이 옛 집들 가득한 동네는 ‘흰여울 문화마을’이라 불리고 있다. 담벼락에는 소박한 벽화가 그려지거나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놓여 있고, 이 가운데 이 마을에서 촬영된 영화 <변호인>의 명대사와 장면도 눈길을 끈다(배우 송강호가 고민에 빠져 담배를 피워 물던 바닷가 동네가 바로 이곳이다). 우리나라 곳곳에 유행처럼 벽화마을들이 생겨났지만 이곳 흰여울 문화마을은 그곳들에 비해 눈에 띄게 덜 화려해 오히려 다행스럽다. 대신 조금 더디 흐르는 시간에 젖어 들어 바다를 내려다보는 이 이국적인 풍경에 찬찬히 빠져들게 된다.

흰여울 문화마을을 지나 아래로 아래로 발길을 옮기면 가파르고 오랜 계단을 내려가 바다에 이른다. 영도의 남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책로인 ‘절영해안산책로’와 이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총 길이 3km에 이르는 절영해안산책로는 왼편으로 해안 절벽을, 오른편에 멀리 쓰시마로 향하는 탁 트인 바다와 그 바다가 무수한 자갈의 해변에 부딪혀 내는 파도를 즐기며 걷기 좋은 길이다. 거친 암석과 드센 파도, 그리고 저 먼 바다에 정박한 거대한 화물선들이 한데 어우러져 부산 영도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때론 바다를 발아래 둔 갯바위 군락지를 지나며 아슬아슬한 풍광도 즐길 수 있고, 먼 바다의 풍경에 넋을 잃은 채 느리게 걷기 좋은 길들도 지나 변화무쌍한 즐거움이 있다. 다만 아이와 함께 걷기에는 갯바위 등이 미끄러울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절영해안의 눈부신 바다 풍경. 갯바위가 미끄러우니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 트램 타고 태종대로…‘부산 사람’ 같은 부산 바다

절영해안산책로를 얼마간 거닐다가 다시 도로를 따라 영도의 끝에 이르면 부산이 자랑하는 ‘전통적인’ 관광 명소인 태종대에 이른다. 부산 하면 태종대가 낯설지 않지만 정작 영도에 있다는 사실은 익숙지 않다.

영도의 최남단에 해발 250m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조성된 해안 절경지인 태종대는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이 이곳의 풍경에 반해 활을 쏘며 여유를 즐겼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태종대는 바다에 접한 해안 절벽으로만 알려져 있는데, 주변의 꽤 넓은 송림 일대가 모두 태종대에 포함된다. 태종대 입구에서 해안 절벽 전망대까지는 천천히 걸으며 진한 초록의 정취를 즐길 수도 있고, 4.3km의 관광 도로를 편안히 즐기는 트램인 ‘다누비’를 탈 수도 있다. 이미 영도의 마을과 바다에서 충분히 걸었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바다를 보러 가는 트램은 아이들도 좋아해 다누비는 꽤 줄을 서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 있다. 15분 정도면 태종대 등대가 있는 해안 절벽까지 갈 수 있다.

태종대에서 인기 있는 전망지로는 태종대 등대 일대와 전망대, 남항조망지 등이 손꼽힌다. 이 가운데 태종대 최고의 명소로 사랑받는 등대에 이르면 태종대가 선사하는 아찔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된다. 저 발아래 새하얀 등대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짙푸른 바다, 그리고 깎아놓은 듯 거칠되 자연이 아니고서는 만들어내지 못할 해안 절벽의 풍경도 있다. 바다 가까이서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면 발이 휘청거리는 듯 느껴지는 까마득한 해안 절벽 역시 미처 몰랐던 부산의 숨은 매력을 전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부산의 역사와 여전히 간직한 옛 모습, 그리고 도심의 풍경에만 머물렀다면 상상하지도 못했을 투박하고도 거침없는 ‘부산 사람’ 같은 아찔한 자연이 있기에, 영도는 당신이 몰랐던 부산을 눈앞에서 펼쳐내는 여정으로 가득하다.

 

여행 정보

영도: 부산광역시 영도구 문화관광 051-419-4061, http://tour.yeongdo.go.kr

태종대: 입장 무료 / 주차 요금: 차종에 따라 1일 800~4500원 / 다누비 열차: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미성년자 포함 가족은 할인) / 이용 문의: 051-405-2004, www.taejongdae.or.kr

   
베이커리처럼 세련된 삼진어묵의 어묵 카페. 인기 맛집으로 떠올랐다.

맛집: 삼진어묵

원조의 명성에 트렌드를 입힌 부산 어묵의 현주소

어묵 하면 역시 ‘부산’이다. 특히 영도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남항으로 들어오는 풍부한 수산물을 이용해 어묵 제조가 가장 활발했고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부산을 어묵의 도시로 자리 잡게 한 주역이다. 지금도 많은 어묵 제조업체가 영도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1953년부터 영도에 공장을 연 어묵 역사의 산 증인, ‘삼진어묵’의 존재감이 으뜸일 듯하다.

다양한 재료와 생선살을 섞어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치는 수십여 종의 수제 어묵을 만들고, 마치 베이커리처럼 세련된 매장에서 이를 고르도록 하는 ‘어묵 카페’를 선보이며 부산 어묵의 제2 전성기를 낳은 곳이기도 하다. 주말이면 긴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할 만큼 인기 맛집이 되었는데, 어묵에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독특한 먹거리이자 요즘 부산의 인기 특산품으로까지 대접받는 어묵 고로케는 하루 3만 개가 넘게 팔리는 최고 인기 어묵이다.

주소: 부산광역시 영도구 태종로99번길 36 / 문의: 051-416-5466, www.samjinf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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