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출처=청와대. |
정부가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성장·고용 위축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총 ‘20조원+α’규모의 재정보강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1%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
정부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은 브렉시트와 구조조정 등 대내외 위험요인에 대응해 일자리를 지키고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에서 “추경은 구조조정 실업 대책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선심성 예산 요구나 추경과 무관한 문제로 국회 처리가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각 부처들이 국회와 국민들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며 “브렉시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외화 유동성 등 건전성 지표를 선제적으로 관리를 해서 위기에 대한 방어력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하반기 추경과 기타 재정보강을 통해 확장적 거시정책을 쓰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추경이 없을 경우 2% 중반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성장률을 0.2∼0.3%p 끌어올려 2.8%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정부가 올해 편성한다고 밝힌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지난 2003년 이후 13년 만에 '빚 안 내는 추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추경 재원을 지난해 예산에서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1조2000억 원을 제외하고 초과 세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기 불황에도 세수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들어와 재원 마련용 국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수 증가는 정부의 한시적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부동산 경기의 일시적 개선에 힘입었다. 기업들이 매출이 주는 대신 영업이익이 늘면서 법인세도 많이 걷혔기 때문이다.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 정부는 2.8%로 2%대로 조정하면서 지난해 2.6%에 이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2%대 성장률에 머무르게 된다. 정부는 올해 수출액이 작년보다 4.7% 하락하며 수출부진이 이어지고, 기업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설비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제전망 요약.. 출처=기획재정부. |
정부는 연간 16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사업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6개월 이상 장기 미취업자들에게 장년인턴·고용촉진 지원금 등을 우선 지원하고, 여성의 일·육아 병행을 위한 시간 선택제 및 대체인력 지원도 확대한다.
일자리와 복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고용복지 센터’를 내년까지 100곳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여성 일자리 지원을 위해선 임신 중 육아휴직을 허용하고, 중소기업 육아휴직 지원금은 월 30만원으로 확대한다. 또 중소기업이 경력단절여성을 고용하면 사회보험료 세액공제율을 100%로 인상한다. 청년층의 중소기업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내일채움공제’를 도입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 정부는 미래형자동차, 지능정보, 차세대 SW 및 보안, 콘텐츠, 차세대 전자정보디바이스, 차세대 방송통신, 바이오-헬스, 에너지신산업-환경, 융복합소재, 로봇, 항공-우주 등 11개 유망 신산업을 선정했다. 이들 산업에는 오는 2018년까지 정부와 민간이 80조원을 투자한다.
정부는 ‘신산업육성세제’를 신설해 유망 신산업의 연구개발(R&D), 시설, 외국인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신성장 R&D 세액공제를 유망 신산업 기술 중심으로 개편하고, 세법상 최고 수준까지 지원한다. 세액공제의 경우 중소기업에 최대 30%까지 지원했던 내용을 중견기업과 대기업까지 확대해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한다. 특히 유망 신산업 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한 시설 투자시 투자금액의 최대 10%(중소기업 10%, 중견-대기업 7%)의 세액공제도 신설한다.
정부는 하반기 4대 구조개혁 완수를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노동개혁 4법의 입법을 다시 추진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우수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중장기 외국인·이민정책 방향을 연말까지 수립하기로 했다. 구조조정도 본격화한다. 조선은 인력과 조직 감축을 유도하고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 해운은 운임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장기운송계약과 해외 터미널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철강과 유화는 합금철이나 테레프탈산(TPA) 등에 대한 설비감축을 추진하도록 지원하고 첨단고기능 신소재 개발을 가속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만들어 컨트롤타워로 삼고, 12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시행해 금융 안전판을 구축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념서“추경 등 가용한 정책 수단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단기 여건 악화에 대응하고 브렉시트 등 중장기적인 세계 경제의 변곡점에도 한발 앞서 대비하겠다”며 “정부는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해 전열을 가다금고 우리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방향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률을 더 끌어올리려면 20조원 대 수준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번 정책 방향은 하반반기에 경기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성장 잠재력이 낮아 부양책이 큰 효과가 없다. 적극적으로 구조개혁 추진과 함께 내수와 서비스에서 중장기적인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