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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홍길동님’호칭, 재계로 확산될까

2016.06.28(Tue) 22:50:30

일본식 기업 문화 잔재인 연공서열과 직급제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이를 탈피한 인사시스템을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직원간 ‘OOO님’을 공식 호칭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부서 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님’, ‘선후배님’ 또는 영어 이름 등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팀장, 그룹장, 파트장, 임원은 직책으로 부른다. 기존 부장, 과장, 사원 등 7단계의 수직적 직급 개념도 역량 중심의 4단계로 (CL1~CL4) 단순화 한다. 

   
▲ 삼성전자가 직원간 호칭을 ‘OOO님’으로 부르는 인사개편을 실시했다. 출처=삼성 블로그.

다만,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의 적용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로 국한된다. 삼성그룹은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전자 자회사라는 점에서 이번 개편안에 포함됐으며 이번 변화가 다른 계열사들로 확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님’ 호칭을 처음으로 도입한 대기업은 CJ그룹으로 2000년 1월이다. 사내에서 부장, 과장, 대리 등의 직급 호칭을 버리고 전 임직원은 이름 석자에 ‘님’자를 붙여 부르고 있다. CJ그룹은 공식석상에서 이재현 회장을 호칭할 때도 ‘이재현 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2002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이 CEO(대표이사)를 포함해 모든 임직원의 호칭을 ‘님’으로 정했다. 카카오 합병 후에는 영어 닉네임으로 부르고 있다.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매니저 제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기존 직책명을 유지하는 본부장, 실장 등 직책자를 제외한 직원들은 호칭을 매니저로 모두 단일화했다.   

하지만 직급제를 폐지했다가 다시 부활시킨 사례도 적지 않아 국내 기업 문화로 정착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KT는 2012년 11월 이석채 전 회장 시절에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지만, 황창규 회장이 취임 이후인 2014년 6월 회귀했다. 공기업 잔재가 남아 있는 KT로서는 도입이 시기상조였다는 후문이다. 한화그룹도 2012년 11월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지만, 직급제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2015년 3월 회귀했다. 

다른 그룹들도 제도 도입으로 얻는 것보다는 사기 저하와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도입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기업 임직원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에서도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와 상명하복의 불통문화가 조직을 멍들게 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 중심에 경직된 직급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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