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검찰, 폭스바겐·대우조선 수사에 힘싣는 이유

“이제부터는 사람에 대한 수사 시작” 고강도수사 예고

2016.06.29(Wed) 16:41:39

‘배출 가스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대우조선해양·산업은행을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다. 각 사 모두 전·현직 임원들이 구속됐는데, 검찰 내에서는 ‘이제부터는 사람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두 기업의 범죄 혐의는 각각 다르지만 조직적으로 관여한 점, 국가를 상대로 제출 기록(배출가스 및 연비 기록, 회계 기록)을 속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책임을 묻는 규모도 예상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폭스바겐코리아, 가습기 살균제와 닮은꼴

폭스바겐코리아를 수사 중인 곳은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다. ‘칼잡이’가 모인 특수부가 아니라, 일반 사건 담당 형사부다. 때문에 검찰은 ‘힘’을 실어줬다. 폭스바겐 수사 전담팀으로 꾸리고 폭스바겐 수사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지난 3월부터 다른 사건 배당을 크게 줄였다.

   
▲ 검찰은 폭스바겐 사건이 가습기 살균제 때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성과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수사팀은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배출가스 조작을 한국 법인에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하드디스크에 독일 본사가 각종 서류 조작 등을 지시하고 한국 법인들이 이를 알고 묵인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문서들도 확인했다. 수사팀은 일반 직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이를 입증할 만한 진술들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주,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윤 아무개 폭스바겐코리아 인증담당 이사를 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윤 이사는 “독일에서 지시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지만, 수사팀은 폭스바겐코리아가 자체적으로도 연비를 조작하려고 시도했고 그 중심에 윤 이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폭스바겐코리아 대표는 이미 출국금지 조치됐는데, 수사팀은 ‘구속자’가 여럿 더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폭스바겐 수사의 방향이나 속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때와 유사하다”며 “차이가 있다면 배출 가스 조작에 따른 사망자가 없었다는 점 정도인데, 이번 사건 역시 피해가 우리나라 국민들과 구매자들에게 전가된 만큼 임원들을 상대로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수사팀 관계자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수사를 하면 할수록 폭스바겐이 우리나라를 우습게 봤다는 느낌이 든다”며 “법원에서 어디까지 구속영장을 발부해줄지 모르지만 잘못한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독일 본사의 지시로 시작된 범행인 만큼 독일 검찰과의 공조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조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수사팀은 한국 법인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 대우조선해양, 구속수사 압박 카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강 칼잡이들을 모아놓은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남상태-고재호’로 이어지는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라인들이 저지른 각종 비리 정황을 확인 중이다.

여러 의혹들 중에서도 수사단이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혐의는 ‘분식회계’.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통해 수조 원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이 이번 수사의 시작점이었던 만큼,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분식회계를 지시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그리고 수사단은 감사원이 발표한 1조 5000억여 원보다 더 많은 규모의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2015년 국감에 출석한 홍기택 산업은행장(앞줄)과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마이크 든 이).

책임자를 찾는 수사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수사단은 지난 금요일, 산업은행 출신으로 대우조선해양에서 재무담당 부사장(CFO)을 역임한 김 아무개 씨를 구속했다. 김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회계팀에서 올라온 자료를 최종 확인하는 자리에 있었지만 평생 산업은행에 몸담았다가 대우조선해양에 CFO로 이동한 만큼, 내부 분위기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점을 어필한 것.

하지만 검찰은 김 전 부사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했다. 검찰에게 구속은 여러 가지 수사 기법 중 하나인데, 수사단장인 김기동 검사장은 평소 구속과 긴급체포 등, 신병 확보를 통한 위협을 겁주기 카드로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이번에도 같은 맥락의 구속영장 청구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데 효과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내부에서조차 ‘대우조선해양 담당했던 사람들 중 구속자가 나올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너무 거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수사단은 국민적인 응원을 받고 있는 만큼 강도 높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부사장과 함께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던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임원들이 여러 명 더 있는 만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관여한 구속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년에 두 번 농사를 짓는다’는 말이 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모두 두 번의 큰 농사(수사)를 벌인 뒤 그 성적표를 가지고 다음해 인사를 받는다는 뜻인데, 이번 수사가 각 수사팀에게 가장 좋은 기회다. 휴가를 다녀온 하반기에는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와 검찰 인사 등이 맞물리면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큰 수사는 진행하기 부담스럽기 때문. 폭스바겐코리아와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을 정조준한 두 수사 모두 휴가철 전후를 데드라인으로 잡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