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단독] 제2롯데월드 허가 광주일고 인맥 주목

당시 롯데물산-브로커-공군참모총장 고교 동문…검 “주의 깊게 볼 수밖에”

2016.06.29(Wed) 16:42:01

재계 5위 롯데그룹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을 필두로 국세청 공정위까지 지원사격 중이다. 사실상 사정기관 전체가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핵심 타깃은 역시 롯데 총수 일가의 비자금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그런데 이번 수사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는 지점이 있다. 검찰이 말도 많고 의혹도 많았던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 지난해 10월 23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2015년 서울 ADEX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활주로 저편으로 제2롯데월드가 보인다. 임준선 기자

제2롯데월드는 30년여 동안 받지 못한 허가를 이명박(MB) 정부 취임 2년차인 지난 2009년 받아내 MB 정부를 상징하는 고층 빌딩이 됐다. 123층, 555m. 문자 그대로 마천루의 허가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동안 허가가 나지 않던 이유는 제2롯데월드를 향한 서울공항의 활주로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기업의 건설 허가를 위해 정부는 중요 공군기지의 활주로를 비트는 초유의 방식을 쓰면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나 사정기관에서 여러 차례 제2롯데월드가 입길에 오르긴 했지만 막상 제대로 다뤄진 적은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2롯데월드의 인허가 관련 비리 정황이 사정라인에 의해 포착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주목된다.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08년 공군참모차장 출신 천 아무개 씨(69)가 부회장인 A 사에 롯데건설이 12억 원을 건넨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해진다. A 사는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를 변경하는 공사와 관련해 롯데 측과 수십억 원대의 컨설팅계약을 맺기도 했다. 검찰은 이 돈이 천 씨를 거쳐 군 고위 관계자에게 로비자금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검찰이 특정 고교 인맥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롯데월드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천 씨는 광주제일고(광주일고)를 졸업했다. 여기에 당시 제2롯데월드의 개발과 운영을 총괄하는 롯데물산의 기준 전 대표도 광주일고를 졸업했다.

더군다나 지난 2008년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하다 퇴출당했다고 알려진 김은기 전 공군참모총장의 후임으로 이계훈 전 공군참모총장이 오른 바 있다. 이계훈 전 참모총장 역시 광주일고 출신이다. 롯데물산, 브로커, 공군참모총장까지 모두 놀랍도록 우연하게 광주일고 출신인 셈이다. 

공군은 당초 활주로 각도를 7도 틀 것을 요구했으나 MB 정부에서 3도만 틀도록 조정됐다. 이에 따라 활주로 각도 변경 공사 예상 비용은 1조 2000억 원에서 327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공군이 제2롯데월드 건설로 인해 제기한 수많은 요구 사항들도 대부분 묵살됐다. 롯데 측이 공사에 실제로 사용한 비용은 950억 원에 불과했다.

사실 의혹의 시선이 더욱 강해지는 까닭은 MB 정부와 롯데 모두 호남 출신 인사가 고위직이나 대표를 맡은 경우가 극히 적다는 지점에 있다. MB 정부는 호남 출신 장관의 비율이 약 10.7%로 문민정부 이후 역대 호남 비율이 가장 적은 정부다.

마찬가지로 롯데도 전통적으로 영남 출신 인사를 선호했고, 호남 출신 인사를 등용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현재 롯데의 CEO(최고경영자) 12명 중 호남 출신 CEO는 한 명도 없다. 청주상고를 졸업한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과 신일고 출신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를 제외한 10명의 CEO 전원이 대구·경남·부산 지역 고교 출신이었다. 

MB 정부와 롯데 그룹의 색깔을 봤을 때 호남 출신, 그것도 광주일고 출신 인사가 세 명이나 등장하는 일은 낯설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한 검찰 관계자도 “만약 혐의가 있거나 의혹이 있는 인물들이 유사한 인적사항이 겹치면 수사 중에 주의 깊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를 한다, 안 한다고 말하기가 어렵다”며 “앞으로 기준 전 롯데물산 대표가 소환되는 등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 입장 표명 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