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사이 한 일간지 페이스북의 팔로워가 몇 만이나 늘어난 게 화제였다.
소위 대박 컨텐츠가 나오면 하루아침에도 수천 명의 독자들이 구독하기 버튼을 누르는 경우도 있다. 대안 언론 페이지를 직접 운영하던 시절, 1주일 만에 1만 명의 팔로워 증가를 체험한 적도 있어서 그리 놀랍지만은 않았다. 그저 대단한 컨텐츠를 터트렸구나,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 아니면 메이저 일간지의 이름이 너무 가벼웠던 것일까.
며칠 새 급증한 수만 명의 팔로워 대다수가 동남아 계정이었다는 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어났다. 한국 언론 계정에 동남아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를 한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다.
답은 간단하다. 동남아 유료 계정을 구매했거나 해외 광고로 팔로워를 늘린 것이다.
태국 등 일부 지역의 페이스북 유저들은 페이지 광고가 뜨면 무조건 좋아요를 누르고 보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그게 그들의 페이스북 문화인 것이다. 그런 점을 악용해서 페이지 광고 타깃을 동남아 국가로 설정하면 순식간에 많은 팔로워를 얻어낼 수 있다. 물론 실효성은 바닥이다. 그렇게 얻은 팔로워들이 한국어로 된 뉴스나 컨텐츠에 제대로 반응할 리 없기 때문이다.
금방 드러날 부끄러운 짓을 한 언론사는 또 있었다.
또 다른 일간지는 팔로워 40만 명의 페이지를 구입해서 이름을 바꿨다. 이미 존재하는 페이지를 돈 주고 사서 이름을 바꾸는 행위는 뉴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치졸한 일로 손꼽힌다. 그렇게 40만의 팔로워를 구매한 이 일간지의 페이지는 해외 컨텐츠를 무단으로 불펌해서 올리고, 국내 컨텐츠 역시 제휴를 맺기 전에는 상당수 불펌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4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팔로워 숫자와는 어울리지 않게 컨텐츠당 반응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 두 사례를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컨텐츠 무단 불펌은 불법이긴 하다.) 그러나 누가 봐도 ‘편법’인 것은 확실하다. 이러고도 청년들 앞에서 정론직필이나 바른 언론이라는 수사를 남발할 수 있을까?
기자들, 아나운서들, 앵커들, PD들. 언론사에 종사하는 이들은 강연장이나 지면을 통해 언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귀가 따갑도록 역설해왔다. 더불어 청년들이 언론과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질타해왔다. 하지만 기성 언론이 뉴미디어 시대에 편법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 청년들의 외면이 당연해 보인다.
언론사의 뉴미디어팀이나 디지털팀 담당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팔로워 숫자에만 집착하는 일을 왜 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윗선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서라고 답하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데 이 칼럼의 고료를 걸 수 있다.
팀장이나 국장급 임원들은 팔로워 숫자가 늘어나면 마냥 좋은 줄 알 것이다. 하지만 컨텐츠에 달리는 좋아요나 댓글, 공유 등 유저들의 반응 지수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은 뉴미디어 업계의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숫자만으로 실적을 평가하는 임원들도 문제지만, 뉴미디어를 담당한다면서 눈속임으로 일관하는 일선 직원들의 책임도 크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국내 언론에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비단 뉴미디어의 도래 때문이 아니다. 언론과 기업, 정치권의 끈끈한 공생 관계가 깨지지 않는 한 뉴미디어 시대에도 기성 언론은 꽤 오래도록 잘 먹고 잘살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몰염치함,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이다. 동남아 계정으로 단기간에 수만 명의 팔로워를 늘리고, 기존 페이지를 구매해서 불펌 컨텐츠를 마구잡이로 올려도 반성의 기미를 찾아볼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런 행태를 어뷰징(abusing)이라 부른다. 어뷰징을 대행해주는 사이비 업체들을 비판해야 할 기성 언론사들이 앞장서서 어뷰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직하게 좋은 컨텐츠로 승부하는 뉴미디어 업체들은 기성 언론의 탐욕 앞에서 희생양이 되고 있다.
기성세대의 청년 착취는 뉴미디어 시장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면서도 왜 청년들이 기성 언론을 외면하는지 모르겠다면 정말 답이 없다.
언론의 위기는 하루아침에 터질 폭탄은 아니다. 다만 반성을 모르기에 혁신도 할 수 없는 기성 언론은 서서히 끓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처럼 익어가고 있다. 당연히 앞의 두 언론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장예찬(자유미디어연구소 대표)
‘2030현자타임’에서는 대학, 기업체, NGO,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에 있는 2030 청년들의 생생하고 솔직한 목소리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