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즈(TRIZ)의 핵심은 ‘모순의 발견’이다. 트리즈를 배운 사람들은 문제에서 답을 찾지 않는다. 그들은 답으로부터 문제를 찾는다. 어떠한 가치들이 서로 맞서고 있는지, 두 가치의 시작점은 어디인지 되짚어본다.
때문에 다양한 관점으로 현상을 바라본다. 한 가지 관점으로는 두 개의 시작점을 동시에 볼 수 없다. 역지사지의 관점으로 보기도 하고, 시공간을 나눠가며 바라보기도 한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기도 하고, 종속의 개념을 도입해서 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모순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서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릿속에서 모순을 어떻게 구현해냈는가에 따라 답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사실 익숙한 개념이다. 단지 ‘트리즈’가 아닌 ‘창의력’이라는 이름으로 학습해왔을 뿐이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창의력은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창의력을 전면에 내세운 학습지들이 우후죽순 나타났고, 대학과 기업에서는 인재가 갖춰야 할 최우선 가치로 창의력을 꼽기 시작했다. 창의력을 평가하기 위해 논술, 적성 평가와 같이 또 다른 종류의 틀을 찍어냈다. S대가 시작하니 다른 대학들이 뒤를 따랐고, S사가 시작하니 다른 기업들도 뒤를 따랐다. 누가 “기준!”하고 외친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역시 대한민국에서는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는 거였나?
창의력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고, 젊은이들의 창의력은 속도가 아닌 속력으로 평가되었다. 창의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어쨌든 창의력은 잘 팔렸다. 좋은 상품이었다. 트리즈에서 창의력을 떠올릴 수는 있었지만, 변질된 창의력에서 트리즈를 떠올리기란 생각보다 힘들었다.
『다르게 보는 힘』(다산 3.0)은 오랜만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트리즈 입문서다.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이론서보다는 가벼운 탐정 소설 쪽에 가까워 보인다. 주인공 홍 팀장이 트리즈를 활용하여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트리거 역할에 매우 충실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트리즈의 세계로 쉽고 빠르게 빠져들 수 있지만, 반대로 쉽고 빠르게 빠져나올 수도 있다. 입문서 중에서도 많이 얕은 편이다.(넓은지는 잘 모르겠다.)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깊이 있는 트리즈 공부를 위해서는 이 책 외에도 더 많은 예제와 자료 검색이 필수다.
이미 트리즈를 경험해본 독자라면 책의 본문보다도, 이 책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게 되었는지 고민해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주어진 문제는 간단하다. 기존의 트리즈 책들이 독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다르게 보는 힘』은 해당 문제에 대한 저자의 해결책이다.
우리는 『다르게 보는 힘』과 또 다르게 볼 수 있다. 세상에 해결 불가능한 문제는 없다. 모순이 숨어 있을 뿐이다. 생각하고 발견하면 된다. 답은 그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다. 오답은 다시 고쳐나가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다. 그 자체가 트리즈고 창의력이다.
블로거 ‘녹색양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