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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폰족’ 청춘들이 ‘문명찐따’를 자처하는 이유

2016.06.21(Tue) 18:07:30

“끊임없이 날아오는 메일에 실시간으로 답하며 현재의 나를 희생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지난 1월 영화 <대니쉬 걸>의 주연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을 잠식시키는 스마트폰 사용을 거부한다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가수 김종국도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현재 2G폰(피처폰) 유저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2G폰의 배터리는 3박 4일도 가기 때문에 보조배터리가 필요 없다”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 가수 김종국은 아직도 2G폰을 사용하고 있다. 출처=KBS 방송 캡처

빠르고 다양한 기능이 미덕이 되는 스마트 시대에 다시 폴더 형태의 피처폰(Feature Phone)을 찾는 ‘피처폰 리턴족’들의 수요가 꾸준하다. 바로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실천하려는 이들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레티지 애널리스틱(SA)은 지난해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의 2%에 해당하는 4400만 대의 피처폰이 팔린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최신 정보 기술에 관심이 많은 10~20대들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피처폰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 눈길을 끈다.

4년 전부터 2G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희민 씨(27)는 “처음에는 시험을 준비하느라 불필요하게 SNS 등에 접속하는 시간을 줄이고자 2G폰으로 바꾸었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서 쓰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나와 연락하기 위해 카카오톡이 아닌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직접 목소리를 들으며 통화하다보니 오히려 사이가 더 돈독해진 것 같다”며 “현재 각종 행사 MC로 일하고 있는데 사업적으로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8000원 정도로 기본요금도 스마트폰보다 훨씬 저렴해 일석이조”라고 밝혔다.

 씨처럼 피처폰이 주는 장점들에 매력을 느꼈다기보다 기능이 제한되는 피처폰 사용을 통해 스마트폰에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려는 젊은 ‘피처폰 리턴족’들도 있다. 작년 청소년 뉴스채널 <중앙일보 TONG>이 전국 10대 청소년 32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8.3%에 해당하는 59명이 스마트폰에서 피처폰으로 바꿨으며 이중 81.4%가 ‘공부에 집중하려고 스스로 선택’했다고 답했다. 피처폰이 ‘고3폰’, ‘고시생폰’ 등으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 아이폰6에서 피처폰으로 바꿨다는 한 고3 수험생은 “피처폰으로 바꾸니 내 시간이 많아지고 공부하는 데도 집중력이 훨씬 올라감을 느낀다”며 “하지만 움짤, 기프티콘, 이모티콘 등의 요즘 방식의 소통이 어렵고 화제 거리나 친구들 소식을 듣는 게 느리다보니 ‘문명찐따’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 수요가 꾸준하지만 피처폰의 전망은 밝지 않다.

인천의 한 중고 휴대폰업체 관계자는 “요즘에는 고3이 아니더라도 중3부터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피처폰을 찾는다. 본인 스스로가 원하는 경우와 부모님이 원하는 경우가 반반인 것 같다”며 “스마트폰은 중고라도 비싼 것은 60만 원 정도까지 하는데 피처폰은 비싸봐야 5만원이니 수험생, 고시생처럼 한시적으로 이용하거나 직장인들이 ‘세컨드폰’으로 사용하는 데도 부담이 적어 수요가 꾸준히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꾸준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피처폰의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 2월 1일 이동통신업계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피처폰 가입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 선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의 독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피처폰 사용자의 고립이 점점 심해지는 데다 수익성이 낮은 피처폰 시장을 축소하려는 이동통신사들의 시도들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부터 2G 사용자의 LTE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2G 이용자와 01X 번호를 이용 중인 고객이 번호이동을 할 경우 월 요금을 최고 1만 원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피처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스마트폰 사용자와의 차별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희민 씨는 “일반 음성 요금제는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 제공하지 않아 전화를 조금이라도 많이 쓰는 달에는 그렇지 않은 달과 요금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난다”고 토로했다.

박혜리 인턴기자

인턴기자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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