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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음주운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2016.06.17(Fri) 12:57:13

얼마 전, 한 음주운전자 때문에 단란한 일가족이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 일이 있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를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음주운전이라면 치를 떤다. 그렇다면 음주운전을 근원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을까? 과학자 집단과 공학자들은 이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처럼 음주운전할 사람을 예측해서 미리 차단하는 건 어떨까? 술을 먹지도 않은 사람이 몇 시간 후에 술을 먹고 운전까지 할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예측한다는 건 아직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는 이미 술을 마신 사람이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이 있겠다.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허용치를 넘을 경우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게 자동차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운전석에 알코올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야 하며, 측정된 알코올 농도가 기준치보다 높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아야 한다.

   
▲ 테슬라모터스의 전기차 모델 S. 출처=테슬라

기계공학적인 면이 강했던 과거의 자동차공학 기술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차량 전자화(Car Electrification)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차량 곳곳에 다양한 센서가 장착됐고 이 센서로부터 습득한 많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처리하여 차량 상태를 최적화하는 한편, 음주운전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2008년 이래로 안전용 운전자 알코올 검지 시스템(Driver Alcohol Detection System for Safety, DADSS)이 연구되고 있다. 이때 핵심은 운전자 혈중(체내) 알코올 농도 측정과 그 농도에 따른 능동적인 차량 시동 억제가 된다.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접촉식과 비접촉식으로 나뉜다. 접촉식은 스마트 키나 스티어링 휠에 센서 검지부가 장착되어 있는 게 가장 정확하다. 이 외에 운전자의 호흡 성분을 간단한 분광학적 기법으로 읽어내어 능동적으로 차량 시동을 억제하는 비접촉식 방법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은 장착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 시스템들을 우회하거나 오작동하게 할 방법과 주변상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 키나 스티어링 휠 센서 검지부에서 알코올 농도를 읽어 시동 여부를 결정하게 한다면 ‘시동 대리’라는 직업이 지하경제의 한 직업군으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운전자의 호흡을 읽어들이는 방법은 환기나 외기 유입을 통해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역으로 알코올류의 분해 능력이 부족하여 에탄올과 메탄올을 구분해서 감지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워셔액의 메탄올 혹은 에탄올을 감지한 센서가 멀쩡한 사람을 주취자로 인식하여 차량 시동이 안 걸리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어찌 보면 근원적인 해결책이 하나 있다. 운전자의 음주 여부와 무관하게 안전운전을 가능케 하는 또 다른 시도인데, 바로 자율주행차이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석과 탑승석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 어떻게 보면 로봇이 대리운전을 해주는 셈이니 운전자의 상태와 무관하게 안전 운전을 할 수 있다. 이 자율주행차 역시 ‘차량 전자화’라는 자동차공학 기술 진화의 큰 흐름의 일환이다. 다행히 테슬라모터스의 배터리 전기차에 자율주행모드가 이미 도입되어 운용 중이고 여러 자동차 제작사에서도 자율주행모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래서 운전자 알코올 검지 시스템만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 모델 S는 자율주행모드가 가능해 음주운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출처=테슬라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와 다름없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차량 전자화’라는 자동차공학의 진화 방향은 이미 잡혀 있는 만큼, 운전자 알코올 검지 시스템이든 자율주행차든 하루라도 빨리 대중화돼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길 빌어 본다.

박철완 전기화학자

 

차세대전지 성장동력사업단을 책임 운영하였고, 산자부 지정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을 지냈다. 책 <그린카 콘서트>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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