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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프리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일대일로 연계 의미

2016.06.18(Sat) 13:15:25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쉬사오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급)이 지난달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14차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연계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고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하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유라시아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를 공식 주창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처음 제시한 것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부터 아프리카에 이르는 거대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 유일호 부총리(오른쪽)와 쉬사오스 주임이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연계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출처=기획재정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북의 나진항 개방이 관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남북한을 종단하는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대륙횡단철도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하고, 이를 부산~베링해(알래스카와 러시아 사이 해협)~북유럽을 연결하는 북극항로와 연계해 복합물류 운송망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단기적으로는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 나아가 부산부터 유럽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통한 철도 연결이다. 장기적으로는 철도 연결을 통한 경제성 창출 정도를 보고 전력망, 가스관, 송유관 등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3개의 기둥’으로 구성돼 있다. 광대한 대륙을 단일 경제시장으로 통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하나의 대륙’, 창조경제를 통해 유라시아가 세계의 성장엔진이 되게 하겠다는 ‘창조의 대륙’, 세번째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으로 유라시아에 평화를 가져 오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의 대륙’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를 연결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로 구체화된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는 두 개의 노선이 있다. TKR 동해선과 TSR을 연결하는 SRX1(총길이 1만2천350㎞), TKR 경의선과 몽골횡단철도(TMGR), 중국횡단철도(TCR), 그리고 TSR 연결 노선인 SRX2(총길이 1만1천841㎞)의 두 가지 노선이다. 

특히 SRX노선은 하나의 대륙이란 비전 아래 북극 항로 추진, 동북아 해상교통 구축과 이를 통한 북극해와의 연결 등을 염두에 두고 구상된 것이다. 따라서 해운·항만 및 연계복합 물류 시설 확충을 바탕으로 육·해상 복합운송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육·해상 복합운송물류 네트워크 구축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의 제2 기둥인 ‘창조의 대륙’과도 연결된다. ‘창조의 대륙’이란 쉽게 말해 상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컨테이너 화물 운송의 경제적 실익을 따져보면 부산~나진 간 해상운송 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경유하는 루트가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의 나진항 개방이 관건이다.

하지만 경색된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심지어 유리사이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컨트롤 타워도 구성되지 않아 정부가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의 일대일로는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 21조 달러 경제적 파급효과 

일대일로의 핵심은 경기 부양과 아시아 신흥국 인프라 투자를 통한 중국 내 과잉투자 해소다. 또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주변 자원 부국들로부터 자원을 쉽게 조달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전 세계에 6개의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을 건설 중이다. 경제회랑은 주요 경제권을 철도와 도로 등 물류망을 중심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6대 경제회랑은 ▲중국∼몽골∼러시아 ▲신 유라시아 대륙 교량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인도차이나반도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다.  

이 중 ‘신 유라시아대륙 교량’은 유라시아 대륙 횡단열차 운송 시스템의 중간 교량을 지칭한다. 중국 르자오, 롄윈강 등 항구도시에서, 동서부를 잇는 롱하이란씨엔철도와, 시안과 신장을 잇는 베이장(北疆) 철도라인을 통과해 신장 국경을 넘어 네덜란드, 벨기에까지 연결된다. 

6대 경제회랑 가운데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비롯한 일부 프로젝트는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지난해 4월 시 주석 방문을 계기로 파키스탄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까지 3000㎞ 구간에 철도, 도로, 가스관을 건설하는 460억 달러 규모의 경제회랑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일대일로를 구성하는 철도와 송유관은 산시성(시안)에서 출발해 간쑤성과 신장지구를 가로질러 카자흐스탄으로 이어진다. 최근 이 지역의 투자 확대가 두드러지는 걸 감안하면 이 어려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엿보인다”며 “일대일로는 장기적으로는 위축된 글로벌 경기의 돌파구가 될 수 있어 수출 주력국가인 우리나라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일대일로와 관련된 60여개 국가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63%(약44억 명), 생산량 전 세계의 55%, 에너지 매장량 전 세계의 75%로 무궁무진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2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른 중국의 대외직접투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금융을 제외한 중국의 대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71.8%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중국 기업의 일대일로 관련국에 대한 직접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고 관련 국가로부터 수주한 프로젝트의 신규계약 금액도 58.9% 증가했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 

끝없이 들어가는 자금, 안전 확보, 국가마다 다른 제도로 인한 조정 비용, ‘중국이 일대일로 국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등의 문제점이 제기된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매년 1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해 6월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설립한 다자간 금융기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초기 투자금 규모는 10억 달러 정도다. 중장기적으로는 매년 100억~15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장시간이 소요되는 인프라 투자의 특성상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또 일대일로가 이어지는 유라시아 및 아프리카 대륙은 워낙 광범위할뿐더러 민족 분리주의와 종교적 극단주의가 가미된 테러리즘이 성행하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개발은 힘들 것이란 회의적 시선도 많다. 

아울러 국가마다 다른 제도,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로 인해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될 수 있어 조정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동·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등으로 패권 국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지도국으로서 다른 국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에 대해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유라시아 통합의 최근 추세를 보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어 중앙아시아 등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의 협력의 접점을 확대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며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최근 일대일로와의 협력 방안 구체화, 유라시아 경제연합과의 FTA 타당성 공동 연구, 러시아 극동 개발 공동 기금 활성화 방안 모색, 한·중앙아시아 협력 포럼 사무국 개설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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