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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하거나 노골적이거나…대기업오너 ‘SNS 경영’

2016.06.16(Thu) 08:56:58

“두타면세점 모델 멋있지 말입니다!”

지난 4월 20일 박용만 두산 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 박서원 두산 전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우 송중기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최근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송중기(유시진 역)의 말투를 인용하며 5월에 프리오픈 할 두타 면세점 소식을 전하는 재치가 눈에 띈다.

   
▲ 박서원 전무가 페이스북에 올린 면세점 관련 게시물.

#광고형: 박서원 두산 전무

박 전무의 페이스북 팔로워 수는 7719명. 민머리에 배기바지 그리고 타투. 빛을 받아 반짝이는 자신의 머리 사진과 함께 “백열전구 같다”는 유머를 구사하는 그의 페이스북은 격식 대신 개성을 택한 자신을 꼭 닮았다. 동시에 일찍이 유머러스한 SNS로 26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우를 보유한 아버지 박용만 회장도 떠올리게 한다. 늘 별종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그는 현재 경영에서도 ‘국내 최초 심야 면세점 운영’이라는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SNS를 통한 박서원 전무의 사업 홍보 스타일은 ‘광고형’. 지난 4월 20일에 올린 “두타광장에 새로 만든 투명 바닥~ 한 칸당 1000키로 이상 버팁니다~”와 같이 짧고 간접적이지만 장점을 부각시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식이다.

물론 그도 노골적으로 자랑할 때가 있다. 바로 광고회사 오리콤과 빅앤트가 거둔 성과를 언급할 때다. 박서원 두산 전무의 또 다른 직함은 광고회사 빅앤트 인터네셔널 대표와 오리콤 부사장이다. 작년 11월 두산 입사 전까지 ‘광고천재’라 평가받은 그에게 광고란 ‘다이아몬드 수저’란 평가 대신 실력 있는 재벌 4세란 타이틀을 부여해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여전히 박서원 전무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산가(家)의 도움 없이 대학 동기 4명이서 빅앤트를 설립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한 전례는 있으나 이는 워낙 소규모 활동이라 경영능력을 입증하기에는 무리라는 것. 따라서 이번에 그에게 맡겨진 두타 면세점 운영이 실질적인 첫 경영능력 평가로서 앞으로의 행보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리뷰형: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페이스북은 ‘문화’와 ‘통찰’ 그 자체다. 국내 금융사로는 이례적으로 ‘문화 마케팅’을 펼치며 위기의 현대카드·캐피탈을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그의 성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재계의 대표적인 SNS 스타인 정태영 부회장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8만 387명. 정 부회장은 하루 평균 2~3개의 게시물을 업로드할 정도로 SNS 관리에 열심인 편이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예술과 인공지능의 발달, 미국의 마리화나 합법화 등 유독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견해가 많다. 지난 6월 1일엔 오너 입장에서 다소 민감할 수 있는 회계감사를 주제로 “회계감사가 철저하고 투명하면 우리나라 경제이슈의 반은 예방할 수 있다”며 “회계법인마다 갖고 있는 전문성은 다르기에 회계감사를 순환·지정하는 제도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SNS를 통한 정태영 부회장의 사업 홍보 스타일은 ‘완벽한 리뷰형’. 사업의 시행 목적, 과정, 그리고 평가까지 담는 식이다. 또 본인의 의견을 뒷받침할 만한 기사의 링크를 자주 첨부하는 편이다. 정 부회장이 자신의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다는 경우는 대개 이러한 사업에 관련된 게시물에 한정된다.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기업 문화에 대해 쓴 글.

정 부회장의 게시물 중 현대카드·캐피탈의 기업 문화에 관한 부분은 특히나 대중의 큰 주목을 받는 주제다. 지난 5월 3일에 작성한 직원들의 불필요한 수고를 가중시키는 PPT형 보고서 작성 금지에 대한 글은 무려 1만 4000여 명에게 ‘좋아요’를 받았다. 이외에도 사내 캐주얼 복장 허용, 점심식사 시간 자유 운영 등의 글이 네티즌들의 큰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차마 상사에게 말하지 못하던 고충에 공감해 주고 이를 단번에 해결해주는 오너 모습에 수많은 미생들은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다.

SNS에 대한 정 부회장에 못 말리는 열성에 일부에선 ‘대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는 4월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Twitter와 Facebook을 해온 지 몇 년째이지만 단 한 줄도 남이 써준 일은 없습니다”라며 “그래서 실수도 하지만 남이 써준 것은 두루뭉술하고 분명히 티가 납니다”라고 해당 의혹을 일축했다.

#소탈형: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페이스북은 오로지 ‘신세계’다. 거의 모든 게시물이 신세계 제품과 사업에 대한 내용이다. 최근엔 주로 이마트 자체 브랜드 ‘피코크’와 ‘노브랜드’ 제품의 특징과 조리 방법을 다룬 글들을 게시하고 있다.

그나마 인스타그램에선 정 부회장의 일상적인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과 업무 미팅 사진 아래 “협상 중. ‘싸게죠’ ‘시러’ 뭐 이런 거” 식의 짧은 유머들을 그간 보여준 정 부회장의 친근한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 절반 정도는 이마트 브랜드 식품 얘기인 데다가 게시물 수가 36개에 불과함에도 그가 8만 6000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이유다.

평소 소탈한 성격이라는 세간의 평가처럼 의혹에 대처하는 방식도 일목요연하게 반박하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큰 차이가 있다. 지난 3월 21일 정 부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마트 브랜드 식품에 대한 소개와 제품 사진을 올렸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이 “너무 맵게 보인다. 본인이 시식하고 올린 건지”라고 의혹을 제기하자 “네”라는 답글을 남기며 시식 전 모습을 담은 ‘인증샷’을 함께 올렸다. 군더더기 없고 친근한 이미지의 그다운 방식이었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친근’한 게시물.

그러나 기업 오너들의 활발한 SNS 활동이 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유명인인 만큼 경솔한 발언이 크게 논란이 되거나, 개인 페이지가 사업을 둘러싼 설전의 장이 되기도 하는 것. 일각에서는 중장년층의 기업 오너들이 온라인 게시판과 달리 관계망 형성에 초점이 맞춰진 SNS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일방적 광고 대신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룹 오너의 잘못된 SNS 사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지난 3월 13일 조 회장은 한 대한한공 부기장이 페이스북에 적은 여객기 운항 사전 준비에 대한 글에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중략)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라는 공격적인 댓글을 달았다. 결국 이에 분노한 대한항공조종사노조가 조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미 일명 ‘땅콩회항’사건으로 큰 이미지 타격을 입은 한진그룹은 해당 사건으로 인해 ‘직원을 하대하는 기업’이란 멍에가 덧씌워진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지난 1월 31일 자신의 외국인 식당 여종업원과 함께 찍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며 “몸도 왜소해 보이고 목도 길어 보이고. ㅎㅎㅎ 여기 서비스 최고임”이라는 글을 올려 외모 비하와 초상권 침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0년에도 당시 나우콤 문용식 대표와 기업형슈퍼마켓의 지역 상권 파괴를 두고 오래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된 바 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높은 접근성과 친근한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SNS는 오너들이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기존의 일방적인 광고 대신 SNS라는 간접적인 체험과 소통 형식을 통해 새로운 마케팅 효과를 창출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대중이 이러한 오너들의 SNS에 관심을 갖는 원인에 대해 “대중은 화려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들의 삶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자기계발서를 읽듯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평가받는 사람의 삶을 표방하고자 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리 인턴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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