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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쌍둥이 죽음, 유서 대신 건보료독촉장

10명 중 1명 체납…소득중심 부과체계 개선 시급 지적

2016.06.15(Wed) 15:06:28

지난 4월 12일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이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공청회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재산(건물, 토지, 전월세), 자동차, 생활수준 및 경제활동참가율에 따라 산정되는 건강보험료의 부과 체계가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비즈한국>에서는 실직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국민건강보험의 폐해를 파헤쳤다.

지난 5월 27일, 만 28세 일란성 쌍둥이 형제의 쓸쓸한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부모를 여의고 서로를 의지한 채 지하 월세방에서 살던 쌍둥이 형제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현장에서는 유서 대신 건강보험료 독촉장이 발견됐다. 14개월분을 납부하지 않아 체납액만 70여만 원, 매달 5만 원도 납부하지 못할 만큼 궁핍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2월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많이 닮아 있다. 당시 지하방에서 살았던 60대 어머니 박 아무개 씨는 집주인에게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는 내용의 편지와 70만 원이 든 하얀 봉투만을 남겨둔 채 두 딸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이 돈은 월세 50만 원, 도시가스비 12만 9000원, 수개월 체납한 건강보험료(5만 140만 원)를 어림한 돈이었다. 

   
 

실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둥이 형제와 송파 세 모녀는 모두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였다. 이들처럼 실직으로 인해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지역가입자가 상당수이며, 건강보험료 독촉장 및 통장 압류 통지서를 받고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6개월, 30만 원 이상 건강보험을 체납할 경우 통장이 압류되거나 건강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세운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료를 2년 넘도록 체납한 경험이 있는 김 아무개 씨(35)의 말이다. 

“3년간 이어진 실직으로 건강보험료를 낼 수 없었다.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다보니 잔병치레가 잦았는데 건강의료보험 혜택이 박탈돼 병원 한 번 가지 못했다. 통장까지 압류되면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해 대부업 대출까지 받았다. 취업난에 빚까지 떠안게 돼 비관적인 생각에까지 이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5월 10일 현재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지역가입자는 모두 136만 5000여 세대, 체납액만 2조 1262억 원에 달한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포함한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는 5000만여 세대로 추산된다. 이 중 30%(1500만여 세대)가 지역가입자로, 10명 중 1명은 건강보험을 체납하고 있는 셈이다. 6개월 이상 체납자의 평균 체납액은 155만 7700원으로 계산된다.

건강보험 체납자 중 1인 가구는 92만 9398세대, 장기간 체납으로 인해 통장이 압류된 가구는 12만 762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체납 기간별 현황을 살펴보면 6개월~1년 35만 2000여 세대(2039억 원), 1~2년 30만 1000여 세대(2913억 원), 2년 이상 71만 2000여 세대(1조 6310억 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월 납입 건강보험료가 3만 원 미만인 자가 6개월 이상 체납할 경우 각 지자체 사회복지사에 이 사실을 통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다. 하지만 4대 보험 가입 여부는 각 지사에서 별도 관리하고 있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실직 여부 파악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장기간 실직 상태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 대다수가 건강보험료 체납자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 독촉장과 통장 압류 통지서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국민건강보험은 국민 모두를 위해 마련된 의료 복지인만큼 빈곤층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부과 체계는 소득 수준에 따라 형평성 있게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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