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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압수수색 부른 롯데 3남매의 ‘과거’

돌아온 ‘장녀’의 개인 치부, 밀려난 ‘장남’의 제보가 화근

2016.07.01(Fri) 14:06:16

‘역대급’ 압수수색이었다. 지난 10일 오전 9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가 재계 5위 롯데그룹을 들이닥친 것.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집무실은 물론, 자택 침대까지 모두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임원진의 휴대전화는 모두 압수됐다. 계열사 6곳과 자택 등 2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압수수색에 동원된 검사, 수사관 200여 명.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물론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수사 중인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까지, 3개 부서가 롯데그룹 수사에 전격 동원됐다.

   
▲ 6월 10일 검찰이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롯데그룹의 규모를 생각하면 걸맞은 수사 인력이지만, 최근 요 몇 년 사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라인이 선택한 수사 대상 기업과 규모(포스코, 농협, 동국제강 등)를 감안하면 ‘역사에 남을 수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 수사를 앞두고 ‘상당한 분량의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이번 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번 검찰 압수수색은 핀셋으로 혐의 관련 내용만 짚어간다기보다는, 저인망식으로 롯데의 모든 핵심 정보를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다음날 새벽까지 진행된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1톤 트럭 10대 분량의, 엄청난 양의 압수물을 확보했다. 이미 확보한 구체적인 혐의 외에도 숨겨놓은 ‘플러스알파’를 확보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드러나는 장면인데, 대검찰청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가 단 한 차례도 검찰 수사를 제대로 받은 적이 없지 않느냐”며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검찰이 롯데그룹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롯데가 자초한 것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우선 이번 롯데를 향한 수사의 ‘시초’가 된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부터 짚어보자. 신영자 이사장은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에게 “면세점에 좋은 자리를 주겠다”며 20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 측은 “정운호 대표와 알고 지낸 사이는 맞다. 골프장 등에 함께 간 적은 있다”면서도 “정상적인 계약이었고 따로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영자 이사장과 친밀한 관계였던 지인에 따르면 신 이사장의 이번 혐의는 오래된 범죄 구조였다. 그는 “이혼 과정에서 아버지(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한테 미움을 산 뒤부터 자신의 몫을 챙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이혼한 뒤 롯데그룹의 ‘장녀’로 돌아왔지만, 신격호 회장이 신영자 이사장의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자 신 이사장이 개인 재산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 임원일 때 알게 된 롯데그룹 내부 핵심 정보를 지인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뒷돈을 받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XX지역에 롯데그룹이 땅을 사들여 백화점 등을 지을 계획이니 미리 사두면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흘리는 식이었다. 신 이사장은 그 대가로 수익 중 상당 부분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했듯이, 1980년 초반부터 롯데백화점에 좋은 매장 자리를 내주는 방식도 활용했다. 그때에도 장남 장재영 씨 등 자녀들의 이름으로 설립한 회사를 통했다. 앞서의 신 이사장 지인은 이런 식으로 신 이사장이 만든 비자금이 상당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장녀지만 경영 일선에서 배제됐던 신 이사장의 오래된 개인 비리가 이번 검찰 수사의 시초였다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 벌어진 형제의 난은 이번 수사의 ‘뇌관’이 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는 확보했지만, 경영권 분쟁에서는 패한 신동주 회장 측이 검찰에 제보를 했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 측에서 준 의견들은 배제했다”고 설명했는데, 검찰 수사가 ‘형제 다툼’에서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비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이를 놓고 ‘대외용 형식적 발언’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이미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난으로 비롯된 민사 소송 과정에서 롯데쇼핑의 회계장부 기록이 법원 등에 제출됐고 이 중 연결고리가 약한 부분이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의혹 형식으로 제기됐기 때문. 굳이 신동주 회장 측 제보가 없어도 검찰은 약한 연결고리를 알 수 있었다. 이번 압수수색이 진행된 계열사들도 민사 재판에서 신동주 회장 측이 의혹을 제기한 곳들이었다.

수사는 이제 시작이다. 신동빈 회장과 측근 임원들, 롯데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공무원, 정치인들도 검찰 수사를 피하기 힘들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이 끝이 아닐 것”이라며 추가 압수수색을 예고했다. 앞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중 의심쩍은 부분을 추려서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2차·3차 압수수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추가 압수수색 대상들을 보면 이번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할 수 있다.

이제 롯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국민 여론’이다. 수사 진행 상황에서 드러나는 롯데 범죄 혐의에 따라 유통이 주된 사업 분야인 롯데를 향한 불매운동이 진행될 수도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검찰은 압수수색 중임에도 다음날 지면에 실릴 사진을 챙겨주기 위해 압수수색을 중단하고 한 차례 압수물을 차에 싣는 모습을 연출했다. 수사의 한 방법으로 여론압박을 활용하겠다는 것.

최전선에서 검찰 수사를 진행 중인 한 검사는 “이번 수사가 쉽지 않겠지만, 언론(국민 여론)의 응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갑질 논란, 국부유출 등 각종 논란을 다 범죄 혐의로 연결할 수는 없겠지만, 제대로 수사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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