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영화 <카트> 스틸컷 |
안 그래도 적은 임금에 허덕이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이 고용주들이 제멋대로 부과하는 ‘벌금’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강 아무개 씨(27)는 대학생 때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알바청춘’이다. 수영장 안전요원, 여행 가이드, 편의점 계산원 등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강 씨에게 벌금은 일상이었다. 그는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는 ‘슈퍼 을’로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권리를 외치는 건 생각도 안하게 된다”며 “사실 어릴 땐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최근 1년 이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20대 21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6%가 일하며 벌금을 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금을 내게 된 원인으로는 ‘매출 잔고 부족(37.2%)’이 가장 많았으며 ‘지각(35.8%)’, ‘기물파손 및 분실(17.0%)’, ‘업무상 과실로 인한 범칙금(15.6%)’, ‘조퇴·결근(1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의 잘못이 명백한 경우 배상 차원에서 벌금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사업주의 입맛대로 과도한 벌금을 부과하거나 사업주가 함께 분담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아르바이트생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해 결근 시 횟수별로 10만∼30만 원의 벌금을 문다는 한 노래방 업주의 ‘갑질’ 근로계약서가 인터넷 상에 올라와 논란이 된 바 있다.
PC방이나 편의점같이 손님이 돈을 내지 않고 달아나거나 물건을 훔쳐 달아난 일이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경우에도 손해는 고스란히 아르바이트생들의 몫이다. 앞서의 강 씨는 “지방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동안 하루에 적게는 3000원부터 많게는 2만 원까지 계산이 맞지 않아 벌금을 내곤했다. 2만 원을 낼 때는 5시간 일한 걸 모두 날린 셈이니 강제로 봉사하고 온 기분이었다”며 “업주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어찌할 수 없는 부분도 아르바이트생이 전부 책임지는 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루에 여러 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나누어 일하고 마지막에 정산할 경우 문제 발생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일부 업주들은 모든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나누어 벌금을 부과하거나 자의적인 판단으로 특정 아르바이트생에게 책임을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아르바이트생 본인이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여 고용노동청에 민원을 넣을 수 있지만, 비교적 소액에다 절차도 까다로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아르바이트생들은 업주에게 ‘감정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침묵을 선택할 뿐이다.
PC방에서 6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한 적 있다는 윤선보 씨(23)는 “PC방은 어린 친구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계산하지 않고 도망가는 일이 종종 있고 현금계산이 이루어져 도난도 빈번하고 정산오류가 발생하기 쉽다”며 “함께 일하던 알바생 중에는 하루에 6만 원을 물어낸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업주들의 이러한 ‘제멋대로’ 벌금 부과의 기저에는 여전히 아르바이트생에 대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악습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의 한 편의점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는 김민서 씨(22)는 “면접을 보며 느낀 게 사업주들은 근로계약서를 요구하는 알바생 자체를 뽑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상황이 이러니 업주가 구두로 내거는 규칙이 곧 법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근무한 편의점의 벌금 규정에는 정산 오류나 절도 외에도 매장 내에서 손님이 술을 마시는 걸 제지하지 못한 경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근로시간, 휴일 등 중요한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고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 서울시가 만든 알바를 위한 표준근로계약서. 출처=서울청년 알바권리지킴이 |
알바지킴이상담센터(1644-3119) 상담직원은 “어떠한 이유로든 벌금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은 문제이기에 사업주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일단 임금을 모두 지불하고 이후에 책임소재를 가리는 게 원칙”이라며 “지각의 경우 늦은 시간만큼의 수당을 벌금으로 요구할 수는 있으나 사업주가 마음대로 정한 기존에 따라 과도한 벌금을 무는 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직원은 “부당해고를 당했다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해고 30일 전에 서면으로 통지를 받지 못했을 경우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며 “만약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통장 입금 내역이나 문자와 카톡 등으로 주고받은 근무 일지 등이 있다면 근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혜리 인턴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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