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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검찰 명예, 형사부가 구원할까

진경준, 홍만표 잇단 악재…살균제·디젤 수사로 명예회복 기대

2016.06.14(Tue) 09:22:50

   
 

“지금은 형사부에 검찰 명예가 달려 있다.”

한 원로급 법조인의 말이다. 최근 검찰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직과 전직 모두에서였다. 현직에서는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헐값 매입 의혹이, 전직에서는 홍만표 변호사의 거액의 수임료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진 전 검사장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임했지만 의혹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넥슨이 진 전 검사장에게 차용증도 없이 돈을 빌려줬고 그 돈으로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넥슨에 재직했던 인사는 “(진 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매입한) 2005년 6월이면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 두 게임이 대박을 터트려 연간 매출이 수백억 원대에서 연 2000억 원까지 간다고 전 직원이 들떠 있었던 시기다”라며 “만약 당시 그 정도 가격에 매수기회를 줬다면 나를 포함해 살 사람들이 줄 섰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진 전 검사장은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검찰 측에서도 별다른 처벌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입장에서는 ‘면’이 서지 않는 셈이다.

정운호 게이트와 연결된 홍만표 변호사 건은 앞으로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는 사건이다. 지난 5월 27일 홍 변호사는 검찰에 출두해 28일 새벽까지 17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홍 변호사는 탈세 혐의만 인정했을 뿐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검찰이 수사의 본질인 ‘전관 로비’ 의혹에 대해선 별다른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홍 변호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홍 변호사 건이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이 사건이 단순히 검찰 손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 구성을 마친 제20대 국회에서는 벌써부터 정운호 게이트에 관한 특검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당 소속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정운호 게이트로 인해 사법 정의가 땅에 떨어진 만큼 특검을 통해 규명하자는 의원들이 많은 것 같다”며 “정운호 게이트를 급하게 공부하는 의원들과 이를 서포트하는 의원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약 이 사건이 검찰 손을 떠나 특검으로 가게 된다면 사건 규명과는 별개로 그 자체로 검찰의 망신이 아닐 수 없는 대목이다.

검찰의 아픈 구석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운호 게이트보다 먼저 특검이 코앞에 닥친 사건이 있다. 바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원장에 양승조 의원, 간사에 이언주 의원을 선임해 가습기 살균제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특위에서는 피해구제 및 재발 방지 등을 위한 법안 논의와 동시에 특검 카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더민주는 국회 특위 구성 뒤 청문회를 거친 후 특검으로 가자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에서도 지난 1일 조배숙 의원을 가습기살균제문제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앞으로 국민의당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검찰이 다방면에서 망신을 당한 사이 다시 공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로 넘어왔다. 가습기 살균제가 초미의 관심사인 만큼 반대로 이 문제만 제대로 풀어낸다면 떨어진 신뢰도도 급반등할 수 있다. 대기업의 모럴해저드 문제가 불거진 데다,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된 수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특검이 가동되기 전 가습기 살균제 수사를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 검찰 핵심 관계자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검찰 내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 사건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는 분위기다”라고 귀띔했다.

최근 들어 형사부가 부각되는 이유는 명예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사건이 또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폭스바겐으로 촉발된, 이른바 디젤게이트다. 디젤게이트는 폭스바겐이 자사의 디젤엔진에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장착한 사실이 밝혀져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해외 자동차 브랜드가 디젤 엔진에 조작 장치를 단 것이 적발돼 문제가 됐다.

하지만 최근 이 사건은 조작장치와 별개로 미국과 한국에서 폭스바겐의 차별적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에서는 보상에 적극적이지만, 한국에서는 미온적 대처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말하자면 한국이 ‘봉’이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이 이 사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단 자동차 브랜드를 미국 수준으로 처벌한다면 국민적 신뢰도를 다시 한 번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서의 법조인은 “사실 이때껏 주연은 특수나 공안이고 형사부는 조연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목이 집중된 여러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부가 공명정대한 일처리를 통해 검찰 전체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는 주연의 입장에 섰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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