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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일본보다 매력 없는 관광한류

2016.06.10(Fri) 09:57:58

지난 2014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2012년 9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에 이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정부 간 교류가 완전 차단된 이후 벌어진 첫 만남.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은 이 만남을 주목했다.

두 정상은 길지 않은 회담을 마치고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표정은 갈렸다. 시 주석이 먼 산을 쳐다보며 불편한 기색을, 아베 총리는 환한 미소를 띠었다. 국내 언론들은 시 주석의 표정을 보며 “아베가 한방 먹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당시 한국과 일본도 독도와 야스쿠니 참배 문제로 관계가 서먹했다. 이에 비해 중국과 일본 언론은 양국 관계 개선 의지에 포커스를 맞췄다. 중국은 일본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현실적 이익을 선택했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눈빛과 표정, 중·일은 맞잡은 손에 주목한 것이다. 그런데 이 회담 이후 ‘매직’이 일어났다.

2013년 1315만 명에 불과했단 방일 중국인 수가 2014년 2409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불어나는 등 한국 바라기만 하던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2015년엔 4배 가까운 4994만 명의 중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늘며 주요 관광지에는 중국어 간판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중국인들의 폭발적인 구매력에 ‘폭매(爆買い)’라는 말도 유행했다.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인 관광 홍보 덕에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 836만 명에서, 2015년엔 1974만 명으로 불어났다.

   
▲ 5월 6일 반포한강공원에서 중국 중마이그룹 임직원 4천여 명이 참석한 삼계탕 파티가 열렸다. 출처=서울시

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오염 우려로 관광객 수가 줄어든 2010∼2013년 한국은 상대적으로 적잖은 이득을 봤다. 2011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79만 명에서 2014년 1424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필두로 한 한류 열풍이 분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일본 등 경쟁국이 주춤했을 뿐이지, 결코 관광한류의 경쟁력이 오른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 증가로 관광산업에 큰 성과가 있었다고 착각하기 쉬우나, 일본 관광 산업 성과와 비교하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 관광가이드도 “방사능과 외교 문제로 일본이 밀렸을 뿐”이라며 “한국 여행은 저렴하고 쇼핑할 것이 많다는 것 외엔 어필할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남대문이 국보 1호였는데, 불타는 바람에 동대문이 국보 1호가 됐다”라고 소개하는 무자격 관광가이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만 가격을 올려 받는 얌체 식당주인, 인천공항-서울 요금을 20만 원 받는 비양심 택시운전사. 모두 관광 한류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주범들이다.

정부는 제조업 침체로 믿을 것은 관광업밖에 없다고 드라이브를 걸어왔으나 교통·숙박 등 인프라만 신경 썼다. 관광 콘텐츠나 시민의식 등 손님을 받을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안 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해외에 신속하게 안전정보를 발신하는 한편 정부와 기업, 단체가 참여하는 ‘방일여행촉진 민관협력체계’ 구축, 국가별로 전략적 프로모션 추진 등 한국과는 대조를 이뤘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본부장은 “관광산업 부흥을 위해 기존의 민관협력체계를 강화해 위기별 대응 매뉴얼 개발, 국가별 프로모션 전략 수립 등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내놓는다. 한국의 관광 경쟁력은 아직도 방사능 위험이 남아 있는 일본에 뒤쳐진 것이 사실이다.

‘한류 열풍’과 ‘중국인이 한국만 찾는다’는 식의 자극적인 홍보는 멈추고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관광 한류를 되찾기 위해선 체계적인 관광 정책 수립과 콘텐츠 개발, 그리고 높은 시민 의식이 종합돼야 할 것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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