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롯데 ‘눈에 밟히는 장녀’ 신영자를 어찌하나

정운호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그룹 사고뭉치로 전락

2016.06.07(Tue) 15:41:44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에게 ‘눈에 밟히는 딸’이었다고 한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와 친분이 있는 원로 기업인의 설명에 따르면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 넘어간 뒤 신영자 이사장이 태어나면서, 어릴 적 신 이사장이 성장하는 모습을 신격호 회장이 직접 챙겨주지 못했기 때문. 신 이사장이 한 차례 결혼에 실패해 롯데 가문의 장녀로 돌아온 뒤부터, 롯데그룹 내에서 자신만의 지분을 다질 수 있도록 신격호 회장이 도와준 것도 그런 배경 덕이라고 한다.

그런 신영자 이사장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가 찾아낸 신 이사장의 혐의는 좋지 않다. 롯데면세점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개인적으로 뒷돈을 받았다는 것.

   
▲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출처=롯데복지재단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롯데 면세점 매장 위치를 좋은 곳에 내달라”며 20억 원을 신영자 이사장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처음에는 브로커 한 아무개 씨가 개입해 중간 수수료를 떼어가다가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직접 거래를 주고받았다.

롯데 측은 “신영자 이사장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직접 거래한 것이 아니고, 중간에 등장하는 회사가 한 거래”라며 “해당 회사는 롯데면세점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검찰의 판단은 다르다. 우선 중간에 등장하는 B 사의 역할부터 짚어보자. 신영자 이사장의 장남 장재영 씨가 대주주인 B 사는 화장품을 롯데 백화점과 면세점에 납품한다. 보통의 거래 구조에서는 대기업 롯데에 납품하는 ‘을’에 해당한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납품회사는 ‘갑’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 롯데가 챙겨주는 구조의, 소위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B 사는 롯데에 역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신영자 이사장이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장재영 씨는 단 한 번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은 상황. 실질적인 경영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이를 감안할 때 B 사가 신영자 이사장 지배하에 있는, 사실상 개인 회사로 보고 있다.

검찰은 신영자 이사장의 다른 회사들도 압수수색하며 추가 비리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 이사장이 자녀 명의 등으로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여럿 있는데, B 사처럼 자녀 소유 계열사로 뒷돈을 더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B 사와 U 사 등 ‘을’ 롯데에 영향력을 미친, 신 이사장 자녀 소유의 ‘갑’ 회사들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이 회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롯데그룹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로 언급되기도 했는데, 검찰은 신 이사장이 비상장 중소 계열사들을 통해 뒷돈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배당금으로 매년 수억 원씩 신 이사장 측에 지급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공식적으로 신영자 이사장은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한때 롯데쇼핑 임원 등을 역임했지만, 현재는 비영리단체인 복지재단 이사장 직책이 전부다. 그런 만큼 롯데 측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은 잘 알지 못 한다”고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재 롯데에게 신영자 이사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롯데는 소비자와 직접 상품을 거래하는 B2C 사업 위주라 기업 이미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지난해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일본 기업’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오너들의 모습이 그대로 미디어에 노출됐고, 국민들은 실망했다. 한때 롯데 불매운동까지 불거졌다.

잠시 고요해진 분위기지만 아직 터지지 않은 뇌관이 여럿 남아 있다. ‘청와대가 롯데를 찍었다’는 소문이 무성하고, 실제로 공정위와 국세청 등 정권이 동원할 수 있는 사정기관들이 롯데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신영자 이사장을 타깃으로 검찰도 드디어 칼을 꺼내든 모양새다.

신영자 이사장의 ‘뒷돈 비리 의혹’은 롯데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너 일가의 개인 범죄는 외부에서 터지는 악재보다 더 치명적이다. 국민들은 신 이사장의 부도덕한 모습을 롯데 오너 일가 전체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여파도 시작됐다. 롯데그룹은 준비해온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롯데가 대한민국에서 오래된 대기업 중 하나지만 검찰 수사를 정식으로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너 일가의 비리에 대한 첩보는 그동안 무성했지만, 공식 수사가 처음인 만큼 ‘털면 나오는 게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검찰 내에서도 나오고 있던 상황.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상 경영권을 거머쥔 신동빈 회장이 사고뭉치로 전락한 ‘눈에 밟히는 장녀’ 신영자 이사장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릴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핫클릭]

· 역대급 압수수색 부른 롯데 3남매의 ‘과거’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