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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추모 “불평등에 대한 감정이입”

2016.06.03(Fri) 15:41:29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번 승강장 주변이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으로 물들었다.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추모하는 메시지는 6월 3일 기준 3000개를 넘어섰다. 지난 5월 17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국화꽃과 추모글귀를 담은 포스트잇 1만여 개가 붙었다. SNS에서 불붙은 추모 열기는 오프라인으로 번졌고,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찾아 추모하는 현장추모가 이어졌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추모문화가 아닐 수 없다.

   
▲ 구의역 사고현장에는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다발과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고성준 기자

사실 이전에도 집단적인 추모는 자주 있었다.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 당시에는 심효순·심미선 양의 사인 규명과 추모를 위해 광화문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에는 전국 각지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림과 동시에 온·오프라인으로 노란리본이 공유됐다.

앞선 사건들의 추모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포스트잇 추모와 비슷하지만, 장소와 방식에서 차이점이 있다. 촛불문화제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특정 장소를 정해 온라인상에서 미리 논의 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 진행됐다. 반면 이번 포스트잇 추모는 사전 논의 없이 누군가가 붙인 하나의 포스트잇을 시작으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각자 다른 시간에 사건 발생 현장을 찾으며 시작됐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거나 오가며 지나치던 장소에서 발생했다. 강남역 사건은 서울 시내 번화가 한가운데 위치한 상가 건물에서, 구의역 사고의 경우 지하철 9개 노선 가운데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했다. 두 사건의 발생장소가 공공장소인 만큼 사건을 접한 이들의 충격 또한 컸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공공장소이다 보니 사람들이 느끼는 공감의 정도가 더욱 큰 것 같다. 때문에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현장에 나가 함께 추모를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밝히게 되는 것”이라며 “최근 연이어 일어난 안타까운 일들이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소수자 혹은 약자를 대상으로 일어났다. 사회의 성장이 정체되고 불평등이 커지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희생자들에 대한 감정 이입의 정도가 커지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희생자들이 있던 거리에 꽃을 두는 등의 추모가 많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전까지 사건사고가 많지 않아 사례가 없었으나, 세월호 때부터 새롭게 시작된 것 같다”며 “이번 사건들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면서 추모 분위기가 집단성을 띄었다. 무고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소리가 나왔다. 대중들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앞으로는 또 다른 형태로 추모 현상들이 일어나고 계속 변화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5월 27일 한 여성이 강남역 추모현장에서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글귀를 적고 있다. 최준필 기자

한편 강남역 살인사건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은 현재 서울시청 지하1층에 마련된 추모공간으로 옮겨져 보관되고 있다. 구의역 사건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은 서울메트로에 의해 떼어졌다가 박원순 시장의 방문을 계기로 다시 원상복구 됐으며, 서울메트로가 대합실에 조성한 추모공간에 보관되고 있다.

여다정 인턴기자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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