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정운호 지우기’ 네이처리퍼블릭엔 전화위복?

2016.06.02(Thu) 19:09:11

   
▲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징역 8개월이 확정됐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결국 다시 구속됐다. 법원은 영장 발부를 고민하는 척했지만 발부가 당연한 결과였다는 후문. 이번에 검찰이 정운호 대표에게 적용한 혐의는 ‘횡령’이었다. 100억 원이 넘는 자회사 돈을 빼돌렸다는 건데 사실 다소 억지스러운 점도 있다. 횡령이 이뤄졌던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은 정운호 대표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 상태였기 때문.

앞서 해외 원정 도박 당시 정운호 대표가 회삿돈으로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검찰이 횡령 혐의를 굳이 적용하지 않은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분 100% 개인 소유 회사여도 횡령이 맞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는 하지만 법조계 내에서 ‘불구속감’으로 분류되는 범죄다. 그럼에도 검찰이 정운호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정 대표가 자의든 타의든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것은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법조 전체를 흔드는, 엄청난 파급력이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네이처리퍼블릭 입장에서는 정 대표발 악재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상장을 추진 중이던 네이처리퍼블릭의 주가는 17만 원에서 5만 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머니투데이>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이 정운호 대표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검토 중이다. 전문경영인 후보를 두 명으로 추렸고 정 대표가 지분을 일부 포기한 뒤 상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측 반응은 ‘공식적으로는 아니다’라지만, 내부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까지 보도된 느낌이 있다”며 사실상 ‘팩트’라고 시인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입장에선 정운호 대표의 공격적 마케팅이 부메랑이 되고 있다. 지하철 매장 입점 전쟁에서 에이블씨앤씨를 밀어내고 승리했을 때 네이처리퍼블릭 주주들은 환호했다. 장외에서 네이처리퍼블릭 주가는 계속 올라갔다. ‘입점 위치’를 중시하는 정운호 대표의 마케팅 철학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입점을 위해 서울메트로와 서울시의회에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 과정에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까지 동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이 특수통으로 유명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로비스트로 만들었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정운호 대표의 빛나는 성공이 범죄 혐의로 바뀌고 있지만, 그럼에도 네이처리퍼블릭은 단단한 기업이다. 기대 이하의 실적이라곤 하지만 올해 1분기에 매출 714억 원, 영업이익 19억 원을 기록했다. 결국 네이처리퍼블릭 입장에서는 정운호 대표를 지워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새롭게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뒤 사명 변경이나 인수 합병을 통해 새 기업으로 거듭나거나, 정운호 대표는 지분 일부만 남긴 채 물러나고 새로운 대주주를 들이는 방법도 있다.

   
▲ 정운호 대표 수사가 네이처리퍼블릭엔 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내에서는 회사 입장에서 이번 검찰 수사가 단기적으로는 악재지만,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운호 대표가 성공을 이끌었다고 하지만, 결국 불법을 자행한 사실이 곪아 터진 것”이라며 “이번 일이 네이처리퍼블릭에게 반면교사가 되어 기업 윤리적으로 더 건강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수사를 진행해본 검사들의 설명은 더 구체적이다. 다른 검사는 “오너들은 수사를 받으러 오면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이구동성 얘기하지만, 오너가 없으면 이상한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에 회사가 더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필요한 사업 영역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체질 강화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운호 대표처럼 해외 원정 도박으로 구속 기소됐던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사건만 봐도 검찰 수사가 악재만은 아니다. 장 회장 역시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검찰에 호소했지만, 오히려 주가는 지금이 더 높다. 검찰 수사가 한창일 때 5000원대로 떨어졌던 주가는 최근 조금 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8000원 대에 머물고 있다.

기업 수사에 밝은 한 변호사는 “수사 때문에 망할 정도로 약한 기업은 검찰이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검찰이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압수수색이 오히려 투자 시점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핫클릭]

· 정운호게이트 불씨는 ‘배우-조폭 다툼’ 개입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