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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세리 부친 도박·폭행 연루 의혹

박 씨 “우연히 현장에 있었을 뿐 도박·폭행 가담 안 해”…경찰, 수사대상서 박 씨 제외

2016.06.03(Fri) 09:18:44

   
▲ 박세리 선수 부친 박준철 씨.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국가대표 감독으로 내정된 LPGA 투어프로 박세리 선수의 부친 박준철 씨(65)가 불법 도박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공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 충남 공주시의 한 사택에 개설된 속칭 하우스도박장에서 도리짓고땡(화투) 도박판이 벌어졌으며, 이 자리에 박 씨가 있었다. 도박은 폭행 사건으로, 다시 고소전으로 비화하며 경찰이 나서게 됐다. 박 씨의 도박·폭행 가담 여부는 진술이 엇갈린다. 어찌 된 사연인지 <비즈한국>이 단독 보도한다.

경찰의 수사는 도박 참여자인 우 아무개 씨가 청주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사건 당일 사기도박을 계획한 우 씨가 화투장을 몰래 바꿔치기 하다 도박장을 개설한 창고장(총책임자) 임 아무개 씨에게 적발됐고, 컴퓨터(사기도박장비)를 팔 안쪽 깊숙이 숨겨온 것도 발각됐다. 

우 씨는 바지(들러리)들로부터 도박장 내에서 1차 폭행, 침대방에서 2차 감금폭행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우 씨가 가져온 판돈 150만 원도 모두 빼앗겼다. 우 씨의 일행인 권 아무개 씨와 김 아무개 씨도 한통속이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고, 김 씨가 소지한 현금 90만여 원도 갈취 당했다. 우 씨는 전치 4주, 김 씨는 전치 3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고, 각각 청주지방검찰청, 청주상당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우 씨는 <비즈한국>에 “무차별 폭행을 당해 기억이 제대로 나지는 않지만, 컴퓨터를 뺏기 위해 박준철 씨가 내 손을 붙잡은 건 어렴풋이 기억난다”며 “사기도박을 계획한 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지만 살해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감금 폭행을 당해 신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 씨와 김 씨는 고소장을 통해 폭행가담자가 6~7명(박준철 씨 포함)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건을 담당한 충남공주경찰서는 수사를 벌여 임 씨를 도박장소개설 및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하고, 관계자 3인을 강도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 충남공주경찰서. 사진=고성준 기자

경찰 수사가 끝나자 고소인 우 씨는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우 씨는 고소장에 폭행 가담자 6~7명을 피고소인으로 지목했으나, 실제 강도치사 혐의로 입건된 관계자는 4명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또 김 씨가 ‘박 씨가 우 씨를 폭행한 것을 목격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으나, 박 씨에게 주어진 혐의는 아무 것도 없다.

우 씨는 “박 씨가 지역 유지라서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폭행가담자로 지목한 이들이 하나둘 수사대상에서 제외됐고, 박 씨는 어느 순간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주장했다. 김 씨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우 씨를 따라간 것뿐인데 사기 공범이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며 “박 씨가 도박패를 돌리고, 우 씨의 팔에서 컴퓨터를 빼내기 위해 팔을 결박하는 등 폭행을 가한 걸 직접 목격했는데, 왜 박 씨가 이번 수사대상에서 빠졌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보탰다.

이에 대해 박 씨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200만 원어치 고추장을 사기 위해 그곳에 갔다가, 우연치 않게 도박장에 자리하게 됐다”며 현장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도박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폭행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충남공주경찰서 관계자도 “본인(박 씨)은 아니라고 하더라. 고추장을 사러왔다고 진술했다”며 “도박은 입건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 (도박장소)개장, 폭행, 현금 갈취를 중점으로 조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 씨는 “경찰이 도박 참여자에 대해 도박죄 혐의를 수사하지 않은 점도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우 씨에 따르면 도박 현장에는 20여 명이 자리했으며, 창고장 임 씨, 문방(경비, 임 씨 아들), 커피(심부름꾼, 임 씨 딸), 바지, 김 씨 등을 제외한 대다수가 7~8명씩 팀을 이뤄 앞전(선 도박참여자)과 찍새(후 도박참여자)로 나뉘어 도박에 참여했다고 한다. 특히 우 씨는 박 씨가 총책(도박패를 돌린 사람, 오야)을 담당했으며, 박 씨의 판돈은 200만~500만 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 경찰이 지목한 사건 현장. 사진=고성준 기자

그러나 박 씨는 “도박은 절대 하지 않았다. 우 씨는 내가 박세리 아버지라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충남공주경찰서 관계자는 “승패의 조작 없이 우연히 도박이 이뤄져야만 도박죄가 성립된다”면서 “(이 사건은) 사기가 있었기 때문에 도박 참여자들은 모두 사기의 피해자가 돼 법적으로 도박죄를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우 씨의 주장대로 박 씨가 총책을 담당했더라도, 해당 사건은 사기도박으로 인한 폭행 및 현금 갈취가 주가 되기에 박 씨는 수사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경찰 관계자는 충남공주경찰서의 설명에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고소장을 검토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도박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인데 도박 참여자에 대해 도박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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