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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섞으면 다 융복합? 치즈폭탄 같은 전공섞기

2016.06.01(Wed) 16:27:33

요즘은 SNS를 중심으로 치즈를 듬뿍 뿌린 ‘치즈폭탄’ 음식들이 유행이다. 치킨, 떡볶이를 시작으로 비빔밥, 족발에 이어 심지어 치즈와는 거리가 먼 일식 덮밥에까지 음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치즈를 들이붓는다. 음식 본연의 맛은 등한시한 채 치즈만 부으면 맛있는 음식이라는 해괴한 ‘치즈폭탄’의 유행은 ‘괴식’의 범람을 불러왔다.

대학가에도 비슷한 유행이 있다. 바로 ‘융복합’이다. 전공과 전공을 섞는다. 학과의 연관성은 상관없다. 오히려 두 전공의 거리가 멀수록 더욱 ‘창의적인’ 융복합으로 평가받는다. 학과명도 중요한 평가요소다. 범인(凡人)들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창의적 작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문과와 전자공학과를 합친다(!). 학과 이름은 ‘웹툰창작과’라는 신선한 이름을 붙여준다. 커리큘럼은 간단하다. 두 전공의 전공과목들을 적당한 비율로 섞으면 완성된다.

학문간 융합과 통섭의 자세는 시대의 흐름이다. 하지만 어떠한 학문에 새로운 학문을 더해 통찰력을 얻는 데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전공에 대한 튼튼한 기초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당장 경제학적 현상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조차 수월하지 못한 학부생이 신문방송학의 몇 과목을 이수했다고 해서 커뮤니케이션이론에 미시경제학적 통찰을 적용할 수 있을까? 견고한 전공지식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학문을 무리하게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사상누각을 만들어내는 데 불과하다.

4년여간 학부교육을 받고 이수를 앞둔 졸업예정자들의 불안감은 취업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내가 대학에서 제대로 배웠는가에 대한 회의감에서 비롯된 부분도 크다. 2015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대학교육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불과 4.34점으로 비교대상 60개 국가 중 불과 53위에 불과한 실정이다.

   
 

교육현장에서 들려오는 불만도 크다. 전공이수학점보다 전공과목이 부족한 학과, 수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전공강의의 내용, 강의평가를 통한 불만 제기에도 바뀌지 않는 교수진의 태도, 유행에 따라 개설됐다 금세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전공선택과목들까지. 졸업을 앞둔 학생들 중에 자신의 학부졸업장에 부끄럽지 않을 양질의 전공교육을 이수했다고 자부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또한 상당수 대학들은 이미 부전공, 복수전공 제도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실제 극심한 취업난에 의한 스펙경쟁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본 전공 이외에도 다른 전공을 이수하고 있다. 또한 단과대 단위 혹은 학문적 연관이 깊은 전공들 간에 폭넓은 전공학점인정도 시행되고 있다. 즉, 대학생들은 이미 원한다면 본인의 전공을 넘어 타 학문을 공부할 방법이 충분하다.

이 학과와 저 학과를 뒤섞는 이종교배를 한 후 매력적인 이름을 붙여 ‘융복합’이라고 상찬하는 모습을 보면, 단지 보이는 데 치중한 치즈범벅 요리를 보는 기분이다. 프렌치레스토랑의 코스요리를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모두 한 사람이 만들지 않는다. 각 분야의 최고가 모여 각자 만들어내지만, 이러한 최고의 음식들이 모여 새로운 맛을 낸다. 핵심은 개별 요리의 맛이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전공교육이 새로운 학문과 만나 창발을 이루기 위해선 학문의 칸막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질적으로 훌륭한 전공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길을 잃은 대학교육은 너무 멀리 나와 더더욱 헤매고 있다. Return to base. 다시 본연의 자리,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남궁민(경제를 전공하는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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