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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6] 악마토스, 우승하다

2016.07.22(Fri) 10:38:19

박용욱은 3대 토스인 박정석, 강민에 비해 가장 빠르게 4강에 안착했다. 온게임넷이 주최한 두 번째 스타리그인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에서 4위로 입상했다. 하지만 학업문제로 잠시 프로게이머 생활을 접었다. 박용욱이 공부에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당시 10대였던 박용욱의 프로게이머 도전을 부모님이 좋게 보지 않으셨다고. 지금도 부모님의 갱킹을 피하면서 PC방에서 미래 e스포츠 유스를 꿈꾸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쨌거나 수능을 치른 후에 바로 복귀한 박용욱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방년 20세 박용욱의 성적은 10대 시절의 그것에 비해 너무 초라했다. WCG 예선 탈락, 올림푸스 스타리그 16강 탈락, TG삼보 MSL 탈락 등 연이은 탈락뿐이었다. 그러던 박용욱의 성적이 갑자기 변화했다. 그 계기는 바로 2003년 동양 오리온으로의 이적이었다.

2003년에 스타리그는 큰 변화를 겪었다. 일단 임요환이라는 거물을 주축으로 동양 오리온이란 프로게임단이 결성됐고, 이에 힘입어 지금의 프로리그가 시작됐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원년리그인 2003년 프로리그에서 임요환의 오리온이 우승했다. 당시 임요환을 도와 큰 공을 세운 이가 바로 박용욱이었다. 주훈 감독이 마티즈에 임요환을 태워서 왔다갔다하는 사이에 수능을 치고 돌아온 ‘녹뚜기’(박용욱의 별명)가 제철을 맞아 큰 도움을 줬다는 훈훈한 민담이 온게임넷에 전해진다(장난이다).

   
임요환, 박용욱 등이 소속된 동양 오리온의 초대 프로리그 우승 사진.

오리온으로의 이적 후 박용욱은 ‘악마의 프로브’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그 일화는 듀얼토너먼트(스타리그의 하부리그)에서 시작된다. 가뜩이나 토스가 유리했던 맵 ‘기요틴’에서 박용욱은 이운재를 프로브 1기의 견제로 발랐다(…). 그렇게 올라간 MYCUBE배 스타리그는 프로토스의 무대였다. 패러독스, 기요틴, 노스텔지아, 개마고원 등등 모든 맵이 프로토스에게 유리했다. 그래서 4강에 올라온 선수 4명 중 3명이 프로토스였다.

   
강민과 박용욱의 결승전.

4강에서는 박경락과 박용욱의, 강민과 박정석의 경기가 열렸다. 강민과 박정석은 당대 최고의 토스들이었는데 박정석은 다시 돌아온 영웅, 강민은 겜비씨 스타리그에서 천재 이윤열을 3:0 셧아웃 시킨 새로운 토스의 아이콘이었다. 반대쪽의 박용욱은 그야말로 귀환한 올드보이와 ‘공공의 적’이라 불리던 박경락의 대결이었다. 당시 박경락은 테란과 프로토스를 가리지 않고 잘 잡아내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었다.

강민과 박정석의 프프전은 정말 피말리는 싸움이었는데, 3:2로 강민이 이겼다. 박정석은 정파(힘싸움과 게이트유닛 위주), 강민은 사파(전략과 고테크유닛 위주)로 분류되는데 태극문양처럼 그 둘의 싸움이 꽤나 조화를 이뤄서 명경기가 나왔다. 반대쪽 박용욱과 박경락은 3:0으로 원사이드 한 경기가 나왔다. 박용욱 자체가 저그전이 꽤나 준수했지만 맵 자체가 토스에게 손을 들어주었기에 스윕이 나왔다. 얼마나 밸런스가 무너졌냐면, 4강 3경기에서 박경락이 저그가 아닌 테란을 골랐다. 맵 자체가 너무 저그한테 불리했다.

박용욱의 장점은 백병전이다. 소수유닛 교전, 유연한 고테크유닛 활용, 뒤지지 않는 물량전이 그의 아이콘이었다. 박정석과 강민을 반반 섞은 듯한 캐릭터다. 프로브로 테란의 심시티를 방해하고, 정찰을 막고, 심지어 게임까지 끝내는 수준이다. 2004 스프리스배 MSL 승자조 4강 김정민전이 그 절정이다. 파일런으로 테란 팩토리의 입구를 막아 유닛 진출을 방해한다. 그 와중에 자기는 병력을 진출시켜 유닛을 하나하나 잡아낸다. 투싼배 팀리그 결승전 이재훈전도 백미다. ‘유닛 수만 같으면, 절대 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던 박용욱이다.

그렇게 올라간 결승전에서 박용욱과 강민의 결승전은 3:1 박용욱의 승리로 끝났다. MBC게임에서 우승을 한 강민을 꽤나 손쉽게 박용욱이 제압했다. 이때부터 박용욱과 강민의 천적관계는 이어지는데, ‘몽상가’, ‘최후의 성전’ 등 최고의 수식어가 붙는 강민이 유난히 박용욱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박용욱이 강민을 잡고, 박정석이 박용욱을 잡고, 강민이 박정석을 잡는 그런 구도였다. 3대 프로토스의 상성은 이랬다. 결승전에서 박용욱에게 덜미가 잡힌, 최초 프로토스 양대리그 우승의 꿈에 실패한 강민은 인터뷰에서 “다시 올라와서 우승하겠습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의 인터뷰는 바로 다음 시즌, 실현됐다.

   
21세의 박용욱. 풋풋함과 늙음이 공존하고 있는….

영원히 끝나지 않던 황금함대 프로토스의 전성기가 계속 됐다. MYCUBE에 이어 한게임배 스타리그도 프로토스 대 프로토스의 결승전이었다. 하지만 황금함대는 꺾였다. 새로운 본좌 ‘괴물’ 최연성과 ‘투신’ 박성준이 수면 밑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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