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만능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회사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회사의 대표는 각종 범죄 혐의로 얼룩져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다.
황우석 박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줄기세포 전문 회사 STC라이프 이계호 회장의 이야기다. 지난 4월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탈세, 횡령,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 회장의 혐의에 대해 많은 언론이 다뤘지만 STC라이프 측의 별다른 해명은 없었다.
사실 이 회장과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과의 악연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굵직굵직한 혐의로 법원에서 진실을 다퉜다. 끊임없이 구설에 휘말렸던 이 회장은 이번에는 탈세, 횡령 혐의에다 의료법 위반 혐의까지 받게 됐다. 정말 사기꾼인가, 줄기세포 연구 선두주자인가. <비즈한국>은 지난 25일 이 회장을 직접 만나 그동안 설만 무성했던 여러 사안과 논란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STC라이프 사무실과 병원이 위치해 있는 서울 용산구의 한 건물. 이 회장은 넉살스런 웃음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으로 의기소침해 있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이 회장은 “6개월 후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우선 최근 혐의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최근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심경이 궁금하다.
“대한민국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STC라이프의 연구진과 임원들이 미국에서 공부한 직원들이 많아 다들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 직원들은 다들 (본사를) 해외로 나가자고 한다.”
―최근의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인가.
“약 8년 전에 STC라이프가 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6개월 정도 조사 받은 적이 있다. 조사를 했지만 혐의가 없자 코스닥 상장한 주식을 증여세 명목으로 150억 원의 세금을 저 개인에게 부과했다. 그때부터 국세청과 7~8년 걸리는 소송을 해서 가산세가 붙어 300억 원가량으로 불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도 고액체납자로 등재됐다. 하지만 2014년 대법원에서 세금부과 잘못됐다고 파기환송했다. 그랬더니 국세청에서 50억 원을 깎아 250억 원에 합의를 보자고 했다. 그렇게 못하겠다고 했더니 바로 2개월 뒤 국세청에서 또 다시 압수수색이 나왔다.”
―이후 어찌 됐나.
“조사4국에서 압수수색이 4번 나왔다. 국세청은 117억 원의 매출누락을 했다는 새로운 혐의로 또 다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도 압수수색을 해 총 5번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에서는 117억 원의 매출누락은 무혐의라고 했고 또 다른 혐의를 제기한 게 지금의 사건이다. 그사이 약 8년 전 300억 원의 세금은 26억 원으로 확정됐다. 300억 원가량의 세금, 117억 원의 매출누락 등의 혐의를 씌우는 것은 금방이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게 우리나라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게 된 부분이다.”
▲ 이계호 STC라이프 회장이 5월 25일 서울 한남동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
―의료법 위반을 했다는 혐의도 있다.
“줄기세포 연구를 하는데 실제 세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협력병원이 필요했다. 줄기세포에 관심 있는 의사를 찾아 매일 같이 회의하면서 환자에게 투약했을 때 어떤지를 살펴봤다. 그런데 검찰이 그걸 두고 사무장 병원을 운영했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제기했다. 연구 때문에 진료를 많이 못 보는 의사에게 연구비를 준 것을 봉급 줬다고 한다. 사무장 병원은 의료보험공단에 보험료를 과다 청구해 많이 받아가는 게 주 수법이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연구를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의료보험을 청구해본 적이 없다. 연구를 위해 600여 회의 무료 시술도 했다. 이번 검찰이 제기한 혐의 중 연구를 위해 돈을 투입했는데 의사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무장 병원이라고 한 점이 가장 수치스러웠다. 혐의 내용만 보면 STC라이프와 나를 치졸하게 만들어 놨다.”
―지속적으로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과 악연이 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2008년의 수사도 석연치 않았다. 그때 누굴 잡으려고 했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되신 장차관들 중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넘어가면서도 임기 보장을 요구하며 사표를 안 내신 분들이 있다. 그분들 중에서 몇 분이 회사가 어려울 때 돈을 빌려줬다. 그 돈을 제가 STC라이프 주식 1주에 1000원으로 계산해 주식으로 갚았다. 곧 주식을 2000원에 상장했다. 주식값은 약 8000원까지 올라가 약 8배가 됐다. 그러자 주식 받은 고위공직자들이 포괄적 뇌물을 받은 것 아니냐며 나를 압박했다. 그래도 그분들 아무도 다치진 않았다.”
―검찰의 영장이 청구됐을 때 두렵지는 않았나.
“나를 나쁜 놈으로 묘사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별로 걱정은 안 했다. 법원이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두려운 게 아니라 언론이 두렵다. 잘못됐다는 보도는 수없이 나가지만 무죄를 받거나 사실이 밝혀진 부분은 나중에 보도가 안 된다. 국세청이 세금 부과했다는 것은 보도가 되고 우리가 국세청과 싸워 이겼을 때는 보도가 안 됐다.”
―‘언론이 두렵다’면서도 제대로 된 해명이나 반박이 없었다. STC라이프가 적극적 해명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하나하나 해명을 하는 것 자체가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아주 크고 괜찮은 건을 만들어서 언론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STC라이프가 프라운호퍼연구소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 계약을 작성 중이다. 그 외 유럽의 유수 연구기관과 계약 체결 막바지에 있다. 작게는 서울대학교와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을 발표하면 사람들이 STC라이프가 잘 돌아가는구나 생각하지 않을까? 세계 10대 제약회사 수준의 회사와 계약 사실을 발표하면 이런 문제들은 묻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 횡령 안했어요’ ‘우리 의료법 위반 안 했어요’라고 말하는 게 너무 ‘쪼잔’하게 느껴졌다.”
―앞서 ‘대한민국이 멀었다’고 했다.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미국에 갔을 때 놀란 점이 좌회전이나 유턴이 안 되는 곳만 표시가 돼 있다. 네거티브 법이다. 우리나라는 전부 안 되고 되는 곳을 표시하는 포지티브 법이다.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방문했더니 ‘가동은 하되 언제든지 샘플 수거에 협조하고 수거한 샘플에서 대장균,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나오면 가동이 정지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단 시설 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큰돈이 든다. STC가 한국에서 5번째로 GMP(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는데 단 한 번도 샘플 수거를 해간 적이 없다. 시설은 훌륭하지만 그 안에 대장균이 나올지 누가 아는가. 법과 시스템을 큰 틀에서 바꿔 네거티브 법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시설에 쓰는 돈도 줄어 직원들 임금도 더 줄 수 있다. 연구 제약이 많아 연구비용이 많이 들거나 아예 연구 자체가 안 되는 부분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줄기세포, 하면 사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사기꾼이라는 비판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줄기세포나 바이오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각오는 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사람들이 미국서 했다고 하면 대단하다고 하면서, 한국사람이 개발했다고 하면 비하하는 게 있다. 또한 우리가 후발 주자면 우리가 만든 게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금 선발 주자인 만큼 연구, 발견한 게 무엇인지 설명하고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서 가야 한다.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그렇게 어려웠으면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
▲ 이계호 STC라이프 회장은 국세청과 검찰 수사를 성토했다. 고성준 기자 |
―STC라이프를 1989년 설립했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머니가 간암으로, 아버지가 중풍으로 돌아가셨다.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에는 만화 같은 이야기지만 인간을 치료할 수 있는 세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바른 정신(Soul)으로 세포를 치료한다(Treatment Cell)는 사명도 그런 이유에서다.”
―STC라이프는 외국의 거대한 연구소에 비하면 매우 작다. 브랜드 파워도 떨어진다. 그런데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고 하니 의문을 갖는 것 같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 게 주효했다. 모두 노벨상을 받은 IPS세포만 연구할 때 우리는 만능형 줄기세포의 배양을 연구했다. 만약 IPS 연구를 했다면 세계 10등도 어려웠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갔고 직원들 모두 열심히 일해 성과를 냈다. 외국에서 2000년부터 줄기세포 연구했다고 하면 놀란다. 그만큼 빨리 시작하기도 했다.”
―목표는 무엇인가.
“6개월 안에 줄기세포 연구 중 췌장부터 시작해 인체 기관을 대체하는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을 놀라게 할 거다. 한국에서는 큰 관심이 없지만 외국의 많은 연구기관이 먼저 연락이 오는 데는 이런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빨리 재상장해야 한다. 주요 제약사와 계약을 체결해 돈이 들어온다면 바로 상장을 할 생각이다. 소액주주들이 그동안 고통받았다. 상장폐지되면 대표가 흔히 고발당하는데 한 명도 고발하지 않았다. 그 투자하신 분들에게 몇 배 돌려주고 싶다. 자신 있다. 최종적인 목표는 10년 내 세계 10대 기업이 되는 것이다. STC라이프에서 나오는 연구 성과라면 가능하리라 본다.”
―세계 10대 기업이라고 하면 듣는 사람은 다들 황당해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10년 뒤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의미 없다. 서울대 임상시험 등 줄기세포 연구에서 6개월 내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