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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승 성추행 의혹, 헬로비전 인수 발목 잡나

SK텔레콤 “전혀 문제없다” 미래부 “아직 정해진 것 없다”

2016.05.27(Fri) 15:24:10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혼외자 고백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20대 여성 강제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오너·경영진 리스크로 받아들인다. 게다가 막바지에 다다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막판 악재로 작용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비즈한국DB

지난 24일 서울지방경찰청은 20대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을 불구속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손길승 명예회장은 지난 3일 저녁 서울 강남구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여종업원 A 씨의 다리를 만지고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게 하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A 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고 카페 밖으로 나갔지만, 갤러리 관장 B 씨(여·71)의 손에 이끌려 다시 손 명예회장에게 갔고, 그는 A 씨와 재차 일부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카페의 CCTV를 확보, 손 명예회장이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는 장면을 확인한데 이어 손 명예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까지 진행했다. 손 명예회장 측은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관심은 손 명예회장의 이번 사건이 현재 진행 중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점에 가 있다. SK텔레콤은 케이블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170여 일이 지나도록 공정위에서는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이번 인수를 두고 정치권과 방송계, 사회단체 등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양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시청자의 선택권 강화, 민주적 여론형성, 국민문화 향상 등 방송의 핵심가치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관학회와 미래부·시민단체 등이 개최한 토론회만도 20회가 넘었다. 한국방송협회 등에서는 합병법인의 최대주주에 대한 도덕성 심사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부와 방통위에서도 공정성·공익성 등에 대한 심사기준에 대해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 SK텔레콤의 명예회장인 손 명예회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내연녀와의 ‘불륜’ 사실과, 그와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에 대한 존재를 고백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고백과 함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공개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의 내연녀가 SK계열사와 아파트를 사고팔면서 전국주택평균상승률의 10배에 달하는 고수익을 챙겨 최 회장이 그룹 계열사를 이용해 내연녀에 부당지원을 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당시는 최 회장이 배임·횡령 등 혐의로 2년 7개월여 수감생활을 하다 “국가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8·15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지 넉 달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욱 논란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손 명예회장에 대한 혐의가 아직 수사 단계이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손 명예회장의 사건이나 앞서 최 회장의 고백이 그룹의 이미지에 타격을 준 것도 사실이다. 특히 CJ헬로비전 인수는 방송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공익성 도덕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인수·합병 작업에 어떻게든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SK텔레콤 측은 최 회장과 손 명예회장의 도덕성 논란이 CJ헬로비전 인수에 문제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앞서 지난 3월 말 미래부가 심사주안점 마련에 대해 발표를 했다. 당시 ‘대주주 기준을 그룹까지로 보느냐’는 질문에 미래부에서 ‘그룹이나 총수가 아닌 해당법인까지다’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에 있어 대주주는 최태원 회장이나 손길승 명예회장이 아닌 SK텔레콤이다. 특히 손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모두 물러난 상태이며 지분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방통위가 발표한 9개 심사기준 항목을 봐도 공적 책임, 공익사업 참여 실적 등을 제시했지 도덕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양사의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측에서 총수와 경영진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확대해석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래부에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법에서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심사위원회가 심사해 인수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심사위원도 선정되지 않았다. 공정위의 심사결과가 나오면 심사위원회를 꾸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3월 발표한 최대주주 변경승인 심사기준 발표에 따르면 공익실현 가능성을 비롯해 방송의 공적책임, 공익성·공정성 실현 부분, 사회적 신용도 및 재정능력 등을 심사에 반영해왔다”며 “최 회장과 손 명예회장의 논란이 심사에 반영이 될지 여부는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 심사위원들이 정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최대주주의 범위 기준에 대해서도 “관련사 CEO(최고경영자)들을 전부다 심사에 반영한다 하면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 그래서 어느 수준까지 포함시킬지도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다. 정해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가는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내린 후 미래창조과학부가 심사에 착수하고 마지막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심사를 받아 결정을 내린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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